가수 별이 아픈 아버지를 간병하다 하하와 결혼하게 된 계기를 공개하면서 결혼 전 부모의 건강 상태를 어디까지 알려야 하는지 관심이 쏠린다. 만약 배우자가 부모의 중병을 숨긴 채 결혼했다면 법적으로 이혼이나 혼인취소를 청구할 수 있을까.
최근 하하와 별은 한 유튜브 채널 '프로듀썰 윤일상'에 출연해 결혼을 하게 된 사연에 대해 털어놨다. 별은 데뷔 초 의료사고로 아버지가 쓰러진 뒤 방송 활동이 즐겁지 않았으며 집과 방송국, 교회만 오가며 생활했다고 한다. 하하는 별이 힘든데도 가족을 지키는 모습을 보고 이런 사람과 결혼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유튜브 채널의 영상에 별은 하하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를 공개했다. 하하와 별은 결혼을 앞두고 함께 아버지에게 병문안을 갔고 이후 한참 말이 없던 하하는 "영광이다, 고은아"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런 둘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만약 결혼 전 예비 배우자가 부모의 건강 상태에 대해 숨겼을 경우 어떻게 될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배우자가 결혼 전에 부모의 중병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재판상 이혼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에서는 재판상 이혼 사유로 배우자의 부정행위, 생사불명,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배우자 부모의 질병을 숨긴 행위는 법이 정한 이혼 사유에 포함돼 있지 않다.
하지만 부모의 질병을 숨긴 사실로 인해 부부 사이 신뢰관계가 근본적으로 무너지고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관계가 파탄됐다면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사유가 인정된다면 실제로 이혼이 가능할 수 있다.
결혼 전 뭔가를 숨기고 결혼해 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이혼보다 '혼인취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민법에서는 사기나 강박으로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 혼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적극적인 거짓말뿐 아니라 침묵이나 미리 알리지 않은 것도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법령·계약·관습 또는 조리상 미리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 사항을 알리지 않은 경우에 한해 위법하게 상대를 속인 것으로 인정된다. 이런 고지의무가 있는지는 해당 사실이 혼인 여부를 결정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상대방이 관련 내용을 질문했는지, 사회통념상 미리 알리는 것이 기대되는 사항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법원은 배우자 본인의 중대한 정신질환 병력을 숨기고 결혼한 경우 혼인취소를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부모의 질병은 배우자 본인의 건강상태처럼 혼인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정이 아니라 제3자의 건강정보이자 사생활에 관한 영역이기 때문에 다르게 봐야 한다.
다만 부모의 질병이 혼인 후 간병이나 부양, 경제적 부담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정이었고 이를 의도적으로 숨긴 경우에는 혼인취소를 주장해 볼 수 있다. 법원은 부모의 질병 자체보다 해당 사실이 혼인 여부를 결정할 정도로 중대한 사정이었는지 등에 대해 개별적인 사안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