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후 최근까지 상속·증여세 실무 현장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단연 '국세청의 소급감정 확대' 기조와 '국세청의 소급감정 결과에 기반한 과세처분(소급감정 과세)의 적법성 여부와 그 허용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은 '상속세나 증여세가 부과되는 재산의 가액은 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평가기준일) 현재의 시가'에 따르도록 규정해 상속 또는 증여재산의 평가에 관해 이른바 시가주의 원칙을 선언했다.
상증세법은 평가기준일 전후 6개월(증여재산의 경우 평가기준일 전 6개월부터 평가기준일 후 3개월)을 '평가기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 안에 이루어진 매매, 감정, 수용, 경매 또는 공매가액을 시가로 인정하고 있다. 또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기준시가 등 이른바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하여 상속 또는 증여재산의 가액을 산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유사 매매사례가액이 비교적 풍부해 상속 증여 시 '시가' 과세가 비교적 원활한 반면 (꼬마)빌딩, 나대지 등 비주거용 부동산은 개별성이 강하고 시가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보충적 평가방법인 '기준시가'로 신고하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다.
그런데 기준시가가 실거래가의 50~60% 선에 머무는 현실을 악용해 부유층의 편법 증여 수단으로 (꼬마)빌딩 등이 활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국세청은 2019년 상증세법 시행령 개정을 주도하고 2020년부터 자체 예산을 편성해 직접 감정평가를 실시하는 이른바 '비주거용 부동산 감정평가 사업'을 전격 도입했다.
구체적으로 국세청의 소급감정 과세는 상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상속 증여재산 가액의 평가기간이 경과한 후라고 하더라도 과세표준과 세액의 법정결정기한(상속세는 과세표준 신고기한부터 9개월, 증여세는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기한부터 6개월)까지의 기간 중 이뤄진 일종의 소급 감정평가액도 시가로 인정될 수 있게 됨에 따라 2020년경 비주거용 부동산과 나대지에 대해 처음 도입됐다.
이후 국세청 훈령인 상속세 및 증여세 사무처리규정(사무처리규정)의 개정을 통해 2025년경 그 적용범위를 주거용 부동산은 물론 비상장주식 평가 시 순자산가치 산정을 위한 시가 평가가 필요한 부분까지 그 대상을 순차 확대했다.
국세청의 소급감정 과세와 관련해서는 관련 상증세법 시행령 조항의 무효 여부가 법적으로 먼저 문제돼 왔다.
하급심 판결 중에는 과세관청이 상속세 과세표준 신고기한부터 9개월 내에 실시되는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세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상속세 신고·납부를 한 납세의무자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저해한다는 것 등을 이유로 관련 상증세법 시행령 규정이 조세법률주의(헌법 제38조, 제59조)와 법률우위의 원칙(행정기본법 제8조)에 위배돼 무효이고 따라서 무효인 규정에 근거해 이뤄진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소금감정의 근거규정은 입법자가 시가주의에 근접한 평가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입법재량 내에서 사회·경제 현실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도 상속세나 증여세가 부과되는 재산의 가액인 '시가'를 공정하게 산정하기 위한 취지임을 들어 그 유효성을 인정했다.
이와 같이 하급심과 대법원의 시각 대립 속에서 마침내 최근 대법원이 그 유효성을 인정하여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소급감정 과세 자체는 그 외형적 적법성을 확립하게 됐다.
기준시가가 실제 가치를 현저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 실질과세 원칙이나 조세형평성 관점에서 납세자의 실질적인 담세능력에 상응하는 조세의 부과 징수가 필요하므로 그 수단의 하나로서 소급감정 과세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러나 법치주의에서 예측 가능성은 국민이 국가의 법·권력 행위를 미리 예측해 생활과 경제활동을 계획할 수 있게 하는 핵심 원리이다. 법적 안정성은 예측 가능성을 바탕으로 법의 명확성, 신뢰 보호, 일관된 적용을 통해 사회 질서와 기본권 보장을 실현하는 것이다.
납세의무자가 평가기준일 전후의 거래가액이나 감정가액을 찾아볼 수 없고 매매사례가액 역시 찾아볼 수 없어 보충적 평가방법을 기준으로 산정된 시가에 따라 과세표준을 신고했다면 어떨까. 그 신고에 아무런 위법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이 '시가와의 차이가 크다'는 이유로 과세표준 신고기한부터 6개월 내지 9개월 내에 실시되는 소급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세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적법한 신고를 마친 납세의무자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물론 이 부분 논쟁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일단락되었으므로 적어도 실무적인 관점에서는 논의의 실익은 없다. 대법원은 소급감정 과세 자체는 허용하면서도 과세관청이 평가기간 밖의 소급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하기 위한 요건으로 '평가기준일부터 가격산정기준일까지의 기간은 물론 가격산정기준일부터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까지의 기간에 대해서도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음'을 과세관청이 주장·증명할 것이 필요하다고 판시함으로써 매우 엄격한 수준의 한계를 설정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세청의 소급감정 과세는 실질과세와 조세형평을 제고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하지만 법리적으로는 조세법률주의와 납세자의 예측가능성 및 법적안정성 침해, 납세자의 신뢰보호 원칙 위반 등의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법원이 소급감정 과세를 허용하면서도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의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를 반영하지 못해 실질 과세원칙과 조세 형평성이 깨진다면 해결책 역시 법률적·제도적 범위 내에서 마련돼야 한다. 국세청이 근본적인 제도 개선 대신, 소급감정이라는 수단으로 과세를 강행하는 것은 일종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우회 과세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진짜 해결책은 부동산에 대한 공식 감정평가를 법률로 의무화하거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이는 '입법적 개선'이다. 원칙이 중요시되고 통용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정재웅 변호사는 조세 관련 쟁송과 자문이 주요 업무 분야다. 그 동안 법인세, 부가가치세, 소득세, 상속증여세, 관세 등 전 세목에 걸쳐 다수의 조세쟁송과 자문사건을 수행했다. 강남세무서 등 외부위원, 서울지방국세청과 국세청 법률고문, 기재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법무법인(유한) 화우의 조세부문총괄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