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 집 비번 찍고 들어간 두 남성...유·무죄 갈린 이유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6.08.13 16:56

[송변의 법으로 본 이슈]

[편집자주] 유명인의 사건부터 생활 속 논란까지 일상과 맞닿은 다양한 사건을 법률과 판례를 바탕으로 변호사 기자가 쉽고 정확하게 풀어드립니다.
삽화. /사진=임종철

헤어진 연인의 집 비밀번호를 아직 알고 있다면 그 번호를 눌러 집에 들어가도 괜찮을까. 과거 연애할 때 자유롭게 드나들었던 사이라고 해도 헤어진 뒤 상대방의 동의 없이 주거에 들어간다면 형법의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현재의 출입 권한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한 사건에서 남성 A씨는 교제하던 여성과 헤어진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난 시점에 심야에 여성의 아파트를 찾아갔다. A씨는 교제 당시 알게 된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입력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이후 여성의 집 앞까지 갔다. 여성은 A씨와의 만남을 원하지 않았고 별도로 출입을 허락한 상황도 아니었다.

법원은 단순히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해당 공간에 자유롭게 출입할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주거침입죄를 인정했다. 헤어진 뒤 상대방이 만남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심야에 별다른 연락 없이 비밀번호를 입력해 들어간 점도 고려 대상이 됐다.

주거침입죄에서 보호하는 공간은 반드시 집 내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아파트나 다가구주택의 공동현관, 계단, 복도 등 공용부분도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등 주거의 평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 주거침입죄의 객체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피해자의 현관문 안쪽까지 들어가지 않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주거침입죄가 인정될 수 있다.

다만 알고 있던 비밀번호를 이용해 출입한 것에 대해 모두 주거침입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공동현관의 출입이 실제로 통제되고 있는지, 출입 목적과 경위는 무엇인지, 언제 어떤 방법으로 들어갔는지 등을 종합해 객관적으로 주거의 사실상 평온을 침해했는지 등을 고려해 판단한다.

실제로 유사한 사례에서 주거침입죄가 인정되지 않기도 했다. 한 사건에서는 교제 기간 중 수시로 비밀번호를 이용해 상대방의 집을 드나들었던 상황이었다. 둘이 헤어진 뒤에도 피해자는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거나 비밀번호를 변경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피고인이 처음 집을 찾아간 경우에 법원은 이런 점을 고려해 주거침입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사정만으로 주거침입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대로 피해자가 비밀번호를 변경하거나 신변보호를 신청하는 등 출입을 명확하게 차단한 상황에서 다시 찾아가거나, 상대방이 나가라고 요구했는데도 집 안으로 들어간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커지니 조심해야 한다. 헤어진 뒤 폭행이나 말싸움 등으로 갈등이 심화된 관계에서 심야에 연락 없이 찾아간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거침입죄의 유무죄 판단에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주거의 평온을 침해했는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헤어진 연인 사이에서는 '예전에 드나들던 곳'이라는 생각 때문에 출입을 가볍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연인이라는 관계만으로 상대방의 주거에 대한 출입 권한이 계속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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