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9440억 현금으로"…실리 택한 최태원, 재상고로 시간 샀다

오석진 기자
2026.08.16 05:35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6월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2차 조정 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전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9440억을 지급해야 한다는 파기환송심 판결에 결국 불복했다. 법조계에서는 실리를 택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 회장 대리인단은 재상고 기한 마감 시점인 지난 14일 자정을 몇 분 앞두고 기자들에게 "최 회장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고심 끝에 상고장을 제출했다"며 "주주들과 그룹 경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자세로 향후 절차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최 회장은 재상고를 하지 않고 9440억을 지급하기 위해 다각도로 현금을 마련할 방안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단기간에 현금을 마련하기는 어려웠고 노 관장 측에 "주식과 현금을 적절히 섞어 지급할테니 협의를 부탁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SK㈜ 지분을 대량 매각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결국 노 관장 측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최 회장은 현금을 마련할 시간을 벌고 지연이자도 피하기 위해 재상고를 하는 선택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양쪽이 재상고를 하지 않았다면 9440억 지급 판결은 그대로 확정될 운명이었다. 판결이 확정되면 확정일 다음 날부터 지급이 완료될 때까지 5%의 지연이자를 내야 하는데, 하루에 1억3000만원 수준이다.

다만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다시 판단하기보다 원심의 법리오해 여부를 살피는 법률심이어서 파기환송심 결론이 다시 뒤집힐 가능성은 낮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최 회장은 재산분할 규모 산정에 대한 법리가 잘못 됐다는 점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재상고심은 얼마나 더 걸릴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앞으로 수개월은 더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1988년 9월 청와대에서 결혼했다. 이후 최 회장은 결혼 27년 만인 2015년 혼외자 존재를 알리며 노 관장과 이혼 의사를 밝혔다.

2017년 최 회장 측이 이혼 조정 신청 후 불발됐고 정식 재판으로 이어졌다. 노 관장은 2019년 맞소송을 제기하며 위자료 3억원과 SK 주식 648만여주의 분할을 청구했다.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2심은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그룹의 성장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자금이 SK에 유입됐다고 가정하더라도 불법적인 비자금이기 때문에 재산분할에서 전체를 다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고 보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후 파기환송심은 지난달 24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SK 주식 등 최 회장 보유 주식이 재산 분할 대상으로 인정됐고, 주가 급등 및 노 관장의 가사와 양육·SK그룹 대외활동 등이 고려돼 노 관장의 기여도는 3분의 1로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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