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소정근로시간 '3시간30분'…대법 "탈법 여지" 파기환송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6.08.19 12:00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사진=뉴스1

대법원이 택시기사들의 소정근로시간을 실제 근로시간보다 지나치게 짧게 정한 임금협정은 최저임금 적용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3시간30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한 임금협정이 무효가 아니라고 본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택시기사 등이 울산 소재 일반택시 운송사업회사를 상대로 낸 체불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2009~2010년쯤 택시회사에 입사해 운전기사로 근무했다. 이들이 문제 삼은 것은 회사가 임금협정을 통해 택시기사들의 소정근로시간을 실제 근로시간보다 짧게 정한 부분이었다.

택시업계에서는 정액사납금제 아래에서 노사가 임금협정을 통해 소정근로시간을 정한다. 이때 소정근로시간이 짧아지면 같은 금액의 임금을 지급하더라도 시간당 임금이 높아지는 효과가 생겨 최저임금 위반을 피할 수 있다.

회사는 2008년부터 임금협정을 통해 1일 소정근로시간을 여러 차례 변경했다. 2008년에는 4시간으로 정했다가 2014년 3시간30분으로 줄였고, 2016년 다시 4시간으로 늘렸다. 이후 2017년과 2019년에는 다시 3시간30분으로 단축했다.

기사들은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최저임금법상 특례조항 적용을 피하기 위한 탈법행위라며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2007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월 160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다시 계산해 미달한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청구했다.

1심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사가 2008년 임금협정 이전까지 전액관리제를 시행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고정급 지급을 피할 목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2심도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해당 합의가 탈법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일부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은 택시 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에는 승객을 태우고 운행하는 시간뿐 아니라 영업을 위한 준비시간과 승객을 기다리는 대기시간 등도 포함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실제 근로시간과 임금협정으로 정한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법원은 우선 2014년과 2017년, 2019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1일 3시간30분이라는 소정근로시간은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했다고 하더라도 택시기사가 하루 사납금을 마련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2008년·2010년·2012년·2016년 합의에 대해서는 원심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부분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2014년·2017년·2019년의 1일 3시간30분 합의에 대해서는 실제 근로시간과의 불일치가 상당하고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볼 여지가 크다며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 판결의 해당 부분에 대해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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