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홍민기의 전 여자친구라고 주장하는 A씨가 홍민기가 자신의 임신 사실을 확인한 뒤 임신중절을 하라고 했다며 초음파 사진 등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A씨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아 사실관계를 섣불리 확정지을 수는 없다.
만약 임신한 여자친구에게 남성이 임신중절을 요구하고 실제 수술까지 이뤄졌다면 남성에게 어떤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단순히 여자친구에게 임신중절을 권유했다는 사실만으로 태아에 대한 살인죄가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출산 전인 태아는 형법상 살인죄의 객체인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형법상 사람의 시기를 규칙적인 진통을 동반하면서 분만이 개시된 때로 보고 있다. 그 전의 태아는 살인죄나 과실치사죄의 객체인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남성이 여자친구에게 '임신중절을 하라'고 말한 것이 강요죄가 될 수 있을까. 법조계에서는 통상적인 권유나 의견 표명만으로는 강요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본다.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 성립한다. "임신중절을 하는 게 좋겠다", "아이를 낳을 자신이 없다", "임신중절을 해달라"는 정도의 발언이라면 강요죄가 적용되기 위해 필요한 '폭행·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강요죄에서 말하는 협박은 상대방의 의사결정 자유를 제한할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하는 것이어야 한다. 말로만 했더라도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했다면 달라질 수 있다. "중절하지 않으면 죽이겠다", "아이를 낳으면 너와 아이를 가만두지 않겠다", "중절하지 않으면 가족이나 직장에 임신 사실을 폭로하겠다" 등으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말을 했다면 강요죄를 다툴 수 있다.
실제 임신중절을 요구하면서 임산부의 배를 수차례 폭행한 사건에서 강요미수가 인정된 사례도 있다. 또 임신중절을 하지 않으면 경찰이나 사채업자에게 넘기겠다고 협박해 임신중절을 하게 한 사건에서는 강요죄가 인정되기도 했다.
과거에는 남성이 임신중절을 반복적으로 권유하거나 병원을 알아보는 등의 행위로 여성이 임신중절을 결심하게 한 경우 낙태교사죄가 인정된 판례가 있었지만 이를 현재의 사건에 적용하기란 어렵다.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 등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개선입법 시한인 2020년 12월31일까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해당 조항은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낙태죄는 폐지된 상태지만 부동의낙태죄는 그대로 남아 있다. 부동의낙태죄란 임산부의 촉탁 또는 승낙 없이 낙태하게 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한 남성이 낙태약을 엽산이라고 속여 임산부에게 먹인 사건에서 부동의낙태죄가 인정된 사례도 있다. 하지만 남성이 임신중절을 권유했고 여성이 고민한 끝에 스스로 병원을 찾아 수술에 동의했다면 부동의낙태죄가 성립하기란 어렵다.
이번 사건은 임신중절을 권유한 것인지 아니면 강제한 것인지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아직 정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발언 내용과 행동, 임신중절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해 어떤 형사책임이 성립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