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상담을 하러 찾아가야 했다면, 이제 경찰서 안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 은평경찰서가 서울 시내 일선 경찰서 중 처음으로 직원 전용 상담 공간을 마련했다. 경찰관의 업무 스트레스와 자살 문제에 대응하고 직원들의 마음건강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은평서는 21일 오후 본관에서 직원 상담·휴식 공간인 '마음동행 온(溫)마루' 개소식을 열었다. 온마루는 직원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겪을 때 상담받고 쉴 수 있도록 경찰서 내부에 조성한 공간이다.
기존에도 경찰관을 위한 '마음동행센터'가 경찰병원과 보라매병원 등에서 운영 중이다. 다만 이동 시간이나 상담에 대한 심리적 부담 등으로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상담사가 경찰서를 직접 찾아오는 방문 상담도 가능하지만, 그간 직원들이 편하게 상담받을 수 있는 전용 공간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은평서는 상담사가 온마루에서 직원들을 상담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직원들은 내부망을 통해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정해 자유롭게 온마루 사용을 예약할 수 있다.
공간의 명칭은 직원 공모를 거쳐 결정됐다. 이수정 은평서 범죄예방대응과 경감은 "은평구의 상징인 한옥마을을 생각하니 '마루'가 떠올랐다"며 "마루가 따뜻함을 상징해서 '온마루'라는 이름을 공모했다"고 설명했다.
경찰관 자살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평균 23명의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에는 25명, 올해는 이달까지 16명이 숨졌다.
경찰청도 전날 '2026년 경찰동료 자살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경찰관 정신건강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 '경찰관 직무적성검사'를 '경찰관 정신건강 종합검진'으로 개편하고 검사 주기를 5년에서 2년으로 줄인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경찰관이 매년 한 차례 이상 상담받도록 하고 '1경찰관서 1상담사' 체계도 구축할 방침이다.
은평서는 온마루 개소와 함께 전문기관과 연계한 심리지원도 운영한다. 지난 12~13일에는 국립정신건강센터 '마음안심버스'가 경찰서를 찾아 희망 직원 52명을 대상으로 심박변이도(HRV) 검사와 심리상담을 진행했다.
다음달에는 은평구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전문 상담사가 온마루에서 심리상담을 진행한다. 10월에는 수사과·여성청소년과·민원실 근무자를 대상으로 서울경찰청 정기 마음돌봄 상담을 실시한다. 11월부터는 HRV 검사와 고위험군 전문기관 상담 연계를 월 1회씩 정기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공간 조성을 담당한 최진이 은평서 경무과 경위는 "그간 경찰서에서 직원들이 상담받을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다"며 "전용 공간이 마련된 만큼 많은 직원들이 이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현환 은평서장은 "마음동행 온마루가 직원들이 필요할 때 부담 없이 찾아와 마음을 살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직원들의 건강한 마음을 지원해 더욱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