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아준다고 끝나지 않는다, 청소년도박 '맞춤형 처방' 필요"

박상혁 기자
2026.09.10 06:15

[기획] 클린 스쿨-도박 없는 학교 ⑤ 가정·학교의 초기 개입 중요…"낙인 남지않도록 교육해야"

[편집자주] 머니투데이는 올해 마약, 도박, 자살 등이 없는 맑은 학교 만들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청소년 도박은 또래문화 속에서 심각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도박에 빠지는 시기도 초등학생 5학년으로 빨라지고 있습니다. 도박 빚은 사기·절도 등 2차 범죄와 학교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와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법을 살펴봤습니다.
청소년 도박문제 발생징후/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청소년 도박은 적발하거나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전문가들은 도박에 빠지는 초기 단계부터 가정과 학교가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전문 상담·치료로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충동 조절이나 또래 관계 등 청소년기의 특성을 고려한 치료와 재발을 막기 위한 지속적인 관리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10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을 의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징후는 △친구들 간 잦은 돈거래 △도박 관련 은어 사용 △빈번한 도난 사건 △잦은 조퇴·결석 등이다. 친구나 선후배와 금전 문제로 갈등을 빚거나 아르바이트에 집착하는 모습 등으로 학교생활에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면 가정의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특히 자녀가 도박으로 진 빚을 부모가 대신 갚아주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박 자체에 대한 개입 없이 빚만 해결하면 다시 도박에 손을 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어서다.

임지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독된 자녀는 다시 도박에 손을 댈 것이고, 빚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나면 부모를 상대로도 공갈·협박을 하는 등 더 심각한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박으로 빚을 졌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경각심을 갖도록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도 "청소년이 도박 증세를 보이면 가정에서 단호하게 제지하고 도박에 빠진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며 "이미 중독 단계에 접어들었다면 질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 상담센터를 통한 행동 교정과 인지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박 빚으로 인한 또래 친구 불법 행위 목격/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학교의 역할도 중요하다. 교사들이 단순히 상담기관 정보를 알고 있는 수준을 넘어 청소년 도박의 단계별 징후와 그에 따른 대응 방법을 숙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 지도학과 교수는 "교사들은 도박 전반에 관한 지식과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학생에게 어떤 문제가 나타날 수 있는지 상세히 알기 어렵다"며 "도박 중독의 실태와 단계별 징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충분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박에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예방책도 병행돼야 한다.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불법 웹툰·음란물 사이트 등에 노출되는 도박 광고를 차단하고, 스마트폰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여가활동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도박 중독에서 회복한 경험이 있는 멘토를 예방교육에 활용하는 방안도 효과적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경우 성인보다 교정 가능성이 큰 만큼 처벌이나 강압적인 통제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청소년에 대한 치료적 개입이 처벌이나 낙인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균 교수는 "청소년은 성인과 달리 계도를 적절한 시기에 진행하면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다"며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지역 치료센터와 연계하되 청소년에게 낙인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에 적발되거나 상담·치료를 받은 뒤에도 도박을 반복하는 경우 적극적인 개입도 필요하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도박 중독자는 스스로 치료를 요청하거나 병원을 찾기 쉽지 않다"며 "도박을 반복하는 경우에는 강제 치료나 입원 치료를 명할 수 있는 등 일정한 구속력을 갖춘 제도적 장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이버도박을 끊는데 도움이 되는 것/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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