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스쿨-도박 없는 학교
머니투데이는 올해 마약, 도박, 자살 등이 없는 맑은 학교 만들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손쉽게 불법 도박에 접근할 수 있고, 또래를 통해 놀이처럼 번지면서 시작 연령도 낮아지고 있습니다. 도박 빚은 사기·절도 등 2차 범죄와 학교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청소년들이 왜 도박에 빠지는지, 도박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봤습니다.
머니투데이는 올해 마약, 도박, 자살 등이 없는 맑은 학교 만들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손쉽게 불법 도박에 접근할 수 있고, 또래를 통해 놀이처럼 번지면서 시작 연령도 낮아지고 있습니다. 도박 빚은 사기·절도 등 2차 범죄와 학교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청소년들이 왜 도박에 빠지는지, 도박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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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도박은 적발하거나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전문가들은 도박에 빠지는 초기 단계부터 가정과 학교가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전문 상담·치료로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충동 조절이나 또래 관계 등 청소년기의 특성을 고려한 치료와 재발을 막기 위한 지속적인 관리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10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을 의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징후는 △친구들 간 잦은 돈거래 △도박 관련 은어 사용 △빈번한 도난 사건 △잦은 조퇴·결석 등이다. 친구나 선후배와 금전 문제로 갈등을 빚거나 아르바이트에 집착하는 모습 등으로 학교생활에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면 가정의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특히 자녀가 도박으로 진 빚을 부모가 대신 갚아주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박 자체에 대한 개입 없이 빚만 해결하면 다시 도박에 손을 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어서다. 임지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독된 자녀는 다시 도박에 손을 댈 것이고, 빚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나면 부모를 상대로도 공갈·협박을 하는 등 더 심각한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도박이 단순한 도박 행위를 넘어 절도와 사기, 학교폭력 등 2차 범죄로 번지고 있다. 소득이 없는 청소년들이 손실을 만회하려다 빚을 키우고, 결국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또 다른 범죄에 손을 대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일산서부경찰서는 최근 무인점포를 돌며 현금을 훔친 10대 A군을 붙잡았다. A군은 지난 7월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경기 고양 일대 무인점포에서 10차례에 걸쳐 키오스크를 망치로 부수고 현금 87만원을 훔쳤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사이버도박으로 생긴 빚을 갚으려고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래 학생에게 도박 자금을 요구하거나 도박사이트 가입을 강요하는 학교폭력 사례도 있다. BTF 푸른나무재단 상담 사례에 따르면 중학교 3학년 B군은 동급생의 요구로 돈을 빌려주고 불법 도박사이트 계좌에 돈을 입금했다. 보복이 두려워 거절하지 못했지만 결국 돈은 돌려받지 못했다. 가해 학생은 오히려 B군에게 "학교에 알리겠다"며 지속적으로 협박했다. 도박 자금을 빌려준 뒤 원금보다 많은 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청소년들이 도박에 처음 발을 들이는 주요 통로 중 하나는 '친구'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연결된 또래 집단에서 도박이 일종의 '놀이'처럼 번지면서 위험성에 대한 경계도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8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소년의 사이버도박 경험 실태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도박 경험 청소년' 505명 가운데 60% 이상은 또래 네트워크를 통해 처음 도박을 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친구 한 명의 도박 경험이 또 다른 친구에게 퍼지는 모습도 나타났다. 조사 대상 청소년의 84%는 '도박하는 친구를 보고 다른 친구가 따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은 '학교 내 의도적으로 사이버도박을 퍼뜨리는 친구를 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 실제 한 학교에서 수십명의 학생이 한꺼번에 도박 사실을 신고하는 사례도 나왔다. 경찰청이 지난 6월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를 받은 결과 강원특별자치도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 40여명이 도박 사실을 신고했다. 인근 다른 고등학교에서도 20여명이 한꺼번에 자진신고했다.
올해 도박 범죄로 경찰에 붙잡힌 청소년이 500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도박을 처음 접하는 평균 연령도 초등학교 5학년인 12. 5세까지 낮아졌다. 스마트폰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도박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청소년 도박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도박 범죄로 검거된 청소년(14~18세)은 290명이다. 추세가 유지된다면 올해 500명 안팎으로 예상된다. 2024년 처음 500명을 넘어섰는데 올해 다시 500명을 넘어설 수 있는 셈이다. 2022년까지 두 자릿수에 머물렀던 검거 인원은 2023년 169명으로 세 자릿수로 불어난 이후로 꾸준히 증가세다. 도박을 처음 접하는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발표한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의 평균 도박 시작 연령은 12. 5세로 조사됐다. 초등학교 5~6학년 무렵부터 도박을 경험하는 셈이다. 2024년 12. 9세보다도 0. 4세 낮아졌다. 특히 어린 나이에 도박을 처음 접했다는 청소년이 늘었다.
"우리 아들이 또 도박을 하는 것 같아요. " 지난해 서울 도봉경찰서 소속 SPO(학교전담경찰관)에게 한 학부모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아들 A군이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사기를 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친구들에게 빌린 돈까지 더하면 A군이 진 빚은 이미 1억원을 넘어선 상태였다. A군 도박 문제로 경찰과 연락한 건 처음이 아니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2023년에도 온라인 도박에 빠져 7000만원에 달하는 빚을 졌다. 당시에도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고거래 사기를 치거나 친구들에게 돈을 빌렸다. 돈을 빌려준 친구들이 부모에게 연락하면서 뒤늦게 도박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에 적발된 뒤에는 부모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A군은 첫 범행 이후 소년보호처분 6호를 받고 가정을 떠나 소년보호시설 등에 일정 기간 머물렀다. 부모는 그 사이 아들이 진 빚 7000만원을 대신 갚았다. 그러나 도박의 굴레는 끝나지 않았다. 부모가 빚을 대신 갚고 경찰에 적발돼 시설 생활까지 했지만 A군은 다시 도박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