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전등 껐더니 "인간쓰레기네" 모욕죄?…1·2심 뒤집혔다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6.09.15 13:47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사진=뉴스1

말다툼 중 상대방에게 '인간쓰레기'라고 말했더라도 구체적인 상황과 발언 경위 등을 고려할 때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정도가 아니라면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기소된 노모씨의 상고심에서 모욕죄 유죄 부분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노씨는 2023년 10월 입원 중이던 병실에서 20대 여성 A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다른 환자들이 듣는 가운데 A씨에게 인간쓰레기라고 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툼은 A씨가 누워서 휴대전화를 보기에 눈이 부시다는 이유로 병실 전등을 끄고 휴대전화를 충전하기 위해 공용 전화기의 전원 플러그를 뽑으면서 시작됐다. 노씨는 A씨의 행동을 지적했지만 A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부정적인 감정이 커져 이 같은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씨는 이와 별도로 2021년 서울구치소 인근 도로에 경찰관과 서울구치소 교도관들이 뇌물을 받고 노점상 등의 영업을 묵인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이 적힌 현수막을 게시해 경찰관과 교도관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노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2심 역시 유죄 판단을 유지하면서 양형부당을 이유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모욕 혐의에 대해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인간쓰레기네'라는 발언이 A씨의 행동에 대응해 불만이나 분노의 감정을 거칠게 나타내면서 나온 단발적·즉흥적·충동적 발언이라고 봤다. A씨의 주관적인 감정을 상하게 하는 등 명예감정을 침해할 만한 표현인 것은 맞지만 객관적으로 A씨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모욕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형법상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경우 성립한다. 여기서 '모욕'은 단순히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거나 불쾌하게 만드는 표현을 모두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가 해당한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발언의 표현 자체만 떼어내 모욕죄 성립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면서 발언이 나온 경위와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대응인지 여부, 발언의 구체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일상적인 다툼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나온 거친 표현이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줬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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