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이혼하자고 했으니 재산도 적게 받아야 하나요?"
결혼 10년 차인 A씨는 남편과 성격차이 등 오랜 갈등 끝에 먼저 이혼을 요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혼을 요구하면 남편이 '당신이 먼저 이혼하자고 했다'면서 재산을 나눠주지 않을까 겁이 났다. A씨는 결혼 후 직장생활을 이어가면서 집안일과 자녀 양육도 맡았고 남편 명의의 아파트와 예금은 대부분 결혼생활 중 마련한 재산이었다. A씨는 재산분할을 요구할 수 있을까.
이혼을 요구한 사실과 재산분할은 별개의 문제다. 부부가 함께 살아온 기간 동안 어떤 재산을 어떻게 형성하고 유지했는지, 각자가 소득활동과 가사·육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종합해 재산분할에서 각자의 몫을 정한다.
먼저 이혼하자고 말했다는 사실 자체가 재산분할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역시 아니다. 반대로 먼저 이혼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해서 재산분할을 더 많이 받는 것도 아니다.
민법은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의 액수와 부부 쌍방의 협력 정도 등을 고려해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법원은 재산분할을 할 때 혼인기간과 재산의 취득 경위, 각자의 소득, 가사와 육아 분담,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기여한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결정한다.
남편 명의로 된 아파트라고 해서 아내가 재산분할을 받을 수 없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혼인 중 부부의 협력으로 형성·유지된 재산이라면 실질적인 기여가 인정되는 범위에서 명의와 관계없이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A씨가 결혼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녀를 키우고 집안일을 맡았다면 그 역시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로 평가될 수 있다. 가사와 육아 역시 공동재산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재산분할이 가능하다. 혼인기간과 소득활동, 실제 가사·육아 분담, 재산의 취득 경위와 유지 과정 등을 종합해 구체적인 기여도를 판단해 재산분할을 한다.
그렇다면 혼인관계가 깨진 데 책임이 있는 배우자 역시 재산분할을 요구할 수 있을까. 이런 배우자를 유책배우자라고 한다. 하지만 유책배우자라고 해서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외도나 폭력 등으로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유책배우자의 책임은 주로 위자료를 정할 때 문제된다. 하지만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재산분할청구권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1993년 유책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가 문제된 사건에서 혼인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라도 혼인 중 부부가 협력해 이룩한 재산에 대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은 유책행위나 가사에 불충실했던 사정이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할 때 참작될 수는 있지만 그 사정만으로 재산분할청구권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다고 봤다.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도 주의해야 한다. 민법은 재산분할청구권이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기간 안에 재산분할을 청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