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감독 이어 투자사도 피고발…"처벌 쉽지 않아"

김서현 기자
2026.10.01 16:09

사자명예훼손은 친고죄…제3자 고발만으론 처벌 어려워
유족 직접 대응 땐 일부 표현 인격권 침해 인정 여지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내걸린 영화 ‘암살자(들)’ 홍보 포스터./사진=뉴스1.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형사 고발로 번지는 가운데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까지는 법적 문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고인의 유족이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서면 영화 속 일부 표현에 대해서는 인격권 침해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1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 등은 '암살자(들)' 제작진과 관련 투자사, 대관료 지원 기업 등을 상대로 잇따라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이날도 투자자인 중소기업은행장과 산업은행장 등을 사자명예훼손 공범 혐의로 고발했다.

법조계에서는 사자명예훼손죄의 법적 요건과 창작물에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 등을 고려하면 현재 제3자들이 제기한 고발만으로 형사 처벌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자명예훼손죄를 정한 형법 제308조는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사자명예훼손죄는 친고죄로 형법 제312조에 따라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김도윤 법무법인 율샘 대표변호사는 "피해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제3자가 사자명예훼손 고발장을 접수하는 것은 정치적 메시지나 의사를 표현하는 행위일 뿐 법적으로 수사가 개시되거나 처벌로 이어질 수 없는 구조"라며 "수사기관 단계에서 각하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사자명예훼손죄 자체가 성립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상업 영화나 드라마 등 창작물은 허구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관객이 이미 인식하고 있는 데다 역사적·공적 인물을 다룬 작품의 경우 표현의 자유도 폭넓게 고려되기 때문이다. 제작진에게 명예를 훼손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비슷한 쟁점이 다뤄진 사례가 KBS 드라마 '서울 1945' 사건이다. 당시 제작진은 이승만 전 대통령에게 친일경찰을 공로자로 소개하는 장면 등을 포함해 이 전 대통령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가 확정됐다. 당시 법원은 "실존 인물에 의한 역사적 사실보다 가상 인물에 의한 허구 사실이 더 많고 구체적인 허위 사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는 픽션(허구)이 가미되므로 수사기관이 제작진에게 명예훼손의 고의성을 묻고 허위사실 적시를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서울 1945' 사건에서도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한 창작물에 대해 시청자가 객관적 사실로 오인할 정도가 아니라면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암살자(들)'의 경우 고인의 유족이 직접 민·형사상 법적 대응에 나선다면 영화 속 구체적인 표현을 두고 별도의 법적 판단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순한 정치적 평가나 권력 암투에 대한 묘사를 넘어 고인의 명예·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구체적인 허위 사실이 담겼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유족 측이 직접 고소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면 사안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일반적인 정치적 비판이나 권력 암투 묘사와 달리 남편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아내 살해를 교사했다는 취지의 내용은 명예·인격권 침해 정도가 중대하다고 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내용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는 전제 아래 유족이 직접 고소에 나선다면 명예훼손 성립 여부나 자막 삽입 등 후속 조치를 놓고 법적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영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 또는 당시 정권이 사건의 배후와 관련됐다는 내용을 암시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역사 왜곡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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