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해외여행에 펑펑"...결혼 전 1억 빚, 내 월급으로 몰래 갚아 온 아내

윤혜주 기자
2026.10.15 08:25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사진=구글 제미나이

"빚은 없다"던 아내 말을 믿고 가정을 꾸린 30대 남성이 결혼 석 달 만에 1억 원대에 달하는 아내의 숨겨진 빚을 알게 돼 충격에 빠졌다.

아내가 공동 생활비 통장에서 몰래 빚을 갚아온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사기에 의한 혼인 취소 소송과 채무 승계 여부가 핵심 법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15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결혼한 지 6개월 된 34살 직장인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친구의 소개로 만나 1년여간의 연애 끝에 아내와 결혼했다. 만날 때마다 다정하고 싹싹한 아내의 모습에 매료됐던 그는 "내가 무슨 복이 있어서 이런 사람을 만났을까"라며 늘 감사한 마음으로 결혼을 준비했다.

결혼 전 재산 상황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아내는 "돈을 많이 모아놓지는 못했지만, 빚은 없어"라고 전했다. A씨는 그 말을 믿었다. 신혼집 전세보증금은 A씨가 모아둔 돈과 A씨 명의 대출로 마련했고, 생활비는 A씨의 월급이 들어오는 공동 통장에서 쓰기로 했다.

하지만 신혼생활이 채 석 달을 넘기지 못한 시점부터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카드사와 저축은행, 생소한 대부업체 등에서 아내 앞으로 우편물이 속속 날아들었다. A씨가 물을 때마다 아내는 "그냥 단순한 광고물"이라며 황급히 치워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A씨에게 결정적인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아내에게 돈을 빌려준 사채업체의 채권추심원이었다. 추심 전화에 큰 충격을 받은 A씨가 사실대로 말해달라고 추궁하자, 한참을 머뭇거리던 아내는 결국 결혼 전부터 숨겨온 빚의 존재를 털어놨다. 카드론과 저축은행 대출, 대부업체 사채까지 합친 채무 액수는 1억원에 달했다.

심지어 장모 역시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점에 A씨는 또 한 번 절망했다. 그동안 공동통장에서 매달 자동이체로 빠져나가 적금인 줄만 알았던 돈 역시 아내의 개인 빚을 갚는 데 쓰이고 있었다.

A씨는 "빚이 생긴 이유는 더 황당했다. 아내는 절반 정도를 결혼 전 해외여행을 다니는 데 썼다고 했다. 나머지는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쓰고 가방도 샀다고 하더라. 그러면서도 본인은 어쩌다가 빚이 이렇게까지 불어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며 "만약 처음부터 1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빚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조언을 구했다.

답변에 나선 곽동주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돈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빚이 없다'고 분명하게 거짓말을 했고, 빚의 규모가 1억원에 이르며 가족까지 이를 숨기는 데 가담했다면 혼인취소를 다퉈볼 여지가 있다"며 "사기로 인한 혼인취소는 사기를 안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으니 서둘러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혼인취소는 성립 당시부터 하자가 있던 혼인을 없애는 것이고 이혼은 유효하게 성립한 혼인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혼인취소가 인정되면 가족관계등록부에 '이혼'이 아니라 '혼인취소'로 기재된다"고 설명했다.

아내 빚에 대해선 "결혼 전 각자가 가진 재산과 빚은 각자의 것이다. A씨가 갚을 의무가 없다"며 "채무자가 아닌 사람에게 채무를 대신 갚으라고 반복적으로 요구해 사생활이나 업무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는 법에 저촉된다. 통화 내용을 녹음해두고 연락이 반복되면 금융감독원이나 해당 금융회사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아내 빚을 갚는데 사용됐던 A씨 월급에 대해선 "재산분할에서 아내가 그만큼 먼저 가져간 것으로 보아 아내 몫에서 빼 달라고 주장할 수 있다"며 "통장 거래내역에서 대부업체나 카드사로 빠져나간 내역을 정리해 두고, 신혼집 전세자금에 누구 돈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보여주는 자료도 챙겨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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