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10월29일. 경기도 수원시에서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가 유괴된 뒤 다음 날 새벽 살해당했다. 아이는 "장난감 총 사줄게"라는 유괴범의 말에 순순히 길을 따라나섰다.
범인 문승도(당시 23세)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다가 약 4년 만에 전화기 판매 가게를 열었다. 그는 사업 부진을 겪으며 도박에 빠져들었고 결국 1500만원 상당의 빚을 지게 됐다.
문씨는 부모에게 400만원가량을 지원받았지만 더 이상 부모에게 돈을 받지 못하게 되자 그해 벌어진 이형호 유괴 살인 사건 등에서 모티브를 얻어 아이를 유괴해 몸값을 받아내기로 마음먹었다.
문씨는 범행에 앞서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시체를 처리할 대형 가방을 미리 구입했다. 범행 당일에는 유괴 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자신 소유의 승용차를 타고 수원 시내를 돌아다녔다.
"장난감 총 사줄게" 초등학생 유인…집 보내달라 보채자 살해
그러던 중 정자동의 한 공터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던 아이를 발견했다. 문씨는 아이가 평소 장난감 총을 갖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문방구 가는 길을 알려주면 비비탄총을 사주겠다"고 유인했다.
문씨는 5000원짜리 비비탄총을 사주고 환심을 산 뒤 아이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수원 시내 곳곳을 이동했다. 그날 밤 아이의 어머니에게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어 아이를 되찾고 싶다면 1500만원을 달라고 협박했다.
총 3차례 지속해서 협박 전화를 건 문씨는 30일 새벽 3시쯤 태안을 1번 국도에서 집에 보내달라고 보채는 아이를 목 졸라 숨지게 했다. 그는 시체가 떠오르지 않도록 돌과 함께 가방에 넣은 뒤 소호천에 유기했다.
"하도 징징대서 죽였다" 대중 분노케 한 범인 발언…법원 "사형"
경찰은 11월6일 해당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방송을 통해 범인 문씨의 목소리를 공개한 이후인 10일 오전 "내가 아는 사람의 목소리와 비슷하다"는 제보가 도착했고 경찰은 문씨의 여자친구를 설득해 문씨를 불러낸 뒤 검거에 성공했다.
문씨는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으나 주머니에서 아이의 집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이 발견되면서 범죄 사실을 시인했다.
부모는 아이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붙잡고 있었으나 문씨의 살해 자백으로 무참이 짓밟혔다. 문씨는 "아이가 하도 징징대길래 화가 나서 죽였다"고 말했다. 아이의 어머니는 몸부림을 치며 오열하다 정신을 잃기도 했다.
문씨의 자백은 대중의 분노를 일으켰다. 심지어 문씨는 여자친구로부터 연락이 와서 검거되기 직전 볼링장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즐기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문씨는 유괴 살인죄 혐의로 1991년 12월 13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8월 18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문씨는 사형 확정 2년 만인 1994년 10월 6일 서울구치소에서 교수형으로 처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