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예비 학부모의 마음은 복잡하다. 본격적인 '단체생활'에 합류할 아이가 대견한 한편,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할지 걱정이 앞선다. 사립학교 입학설명회를 찾아다니며 공립과 사립 사이에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마음이 흔들리기 일쑤.
갈대처럼 흔들리는 예비 학부모들에게 전문가들은 자녀의 타고난 기질과 학교생활 '준비력'부터 점검해볼 것을 권유한다. 장재용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초교 입학 전후 점검할 것과 양육 원칙을 들어봤다.
"40분 버틸 수 있나" 집중력·자립부터 점검
장 교수가 가장 먼저 꼽은 건 40분 수업 적응력이다. 유치원과 달리 초등학교에선 40분 동안 규칙을 지키며 놀고 싶은 충동을 참아야 한다. 활동적인 아이라면 평소 몸 쓰는 놀이로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하게 해주는 게 좋다.
생활 자립도 중요하다. 교사가 아이를 일일이 챙길 수 없어서다. 장 교수가 제시한 체크 항목은 △혼자 화장실 이용하고 손 씻기 △옷·신발 혼자 입고 벗기 △정해진 시간 안에 밥 먹고 못 먹는 음식은 말하기 △불편한 점을 선생님께 요청하기 △2~3단계 지시 따르기 △차례 기다리기 등이다.
하교 후 '폭발'하는 짜증, 몇 주면 지나간다

입학 초기 아이는 생각보다 많이 지친다. 집에 오면 유난히 짜증을 내거나 울고,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며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다. 학교에서 참았던 긴장이 풀리는 것으로, 대개 몇 주 안에 줄어드는 정상 반응이다.
이때는 하교 직후 공부보다 간식과 휴식을 먼저 주는 게 좋다. 아이는 힘들었던 일을 말로 표현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오늘 어땠어?"보다 "쉬는 시간에 누구랑 놀았어?"처럼 구체적으로 묻는 게 좋다.
산만하면 ADHD?…'예민한 기질'일 수도
아이가 산만하거나 예민하면 부모는 흔히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HSP(고민감성) 기질일 수도 있다. ADHD는 신경발달장애 진단명이다. HSP는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이 제시한 개념으로, 감각 자극에 민감한 타고난 기질을 말한다. 시끄러운 교실에서 지친 민감한 아이는 멍하거나 산만해 보여 ADHD로 오해받기 쉽다.

차이는 행동에서 드러난다. ADHD 아이는 새 상황에 먼저 뛰어들고 감정이 빨리 폭발했다 가라앉는다. HSP 아이는 일단 멈춰 관찰하고 감정을 깊고 오래 느낀다. 조용하고 예측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주면 HSP 아이는 크게 나아진다. ADHD 아이는 그래도 지루한 과제에서의 어려움이 남는다.
장 교수는 "예민하다는 이유만으로 성급하게 ADHD를 의심할 필요는 없지만, 기질 탓으로만 돌리며 필요한 평가와 치료를 미루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가 시기도 다르다. HSP 성향은 영아기부터 잠·식사·감각 예민성 등으로 짐작해 볼 수 있지만 ADHD는 통상 취학 이후에 진단한다. 학령기 유병률은 3~5% 수준으로, 한 반에 1명꼴이다. 수업 중 자리를 자주 뜨고 지시를 끝까지 듣지 않으며, 준비물을 자주 빠뜨리는 모습이 집과 학교 등 여러 장소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지가 진단의 핵심이다.
ADHD엔 '짧은 지시', 예민한 아이엔 '회복 시간'

ADHD 경향이 있는 아이에겐 눈을 맞추고 "가방에 필통 넣자"처럼 짧고 구체적으로 하나씩 지시한다. 아침 준비 순서는 그림 체크리스트로 붙여두고, 숙제는 10~15분씩 나눠 한다.
수면도 중요하다. 장 교수는 초등 1학년 권장 수면 시간(10시간 내외)의 최대치에 가깝게 재울 것을 권했다. 잠을 잘 잤을 때와 못 잤을 때 집중력과 충동 조절 능력이 크게 다르다는 설명이다.
독자들의 PICK
지금 6,042명 읽는 중
HSP 아이라면 민감함을 고칠 점이 아닌 특성으로 받아들이는 게 출발점이다. 하교 후에는 조용히 쉴 시간을 주고 새 일정은 미리 알려준다. 다만 힘든 상황을 계속 피하게 하면 불안이 커지므로 작은 도전을 조금씩 늘려야 한다.
장 교수는 "아이의 불편함을 빨리 알아채고, 아이가 새 환경에서 안정감을 찾아 스스로 감정과 불안을 조절하도록 돕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