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전운 속에 월드컵 본선 진출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이라크 축구대표팀이 전용기를 이용해 결전지인 멕시코로 향한다. 자국 축구협회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40년 만의 본선행을 향한 이라크 국민의 염원이 극적으로 이어지게 됐다.
영국 'BBC'는 15일(한국시간) "이라크 축구대표팀이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영공 폐쇄에도 불구하고 전용기를 타고 멕시코로 이동해 월드컵 플레이오프를 치를 예정이다"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드난 디르잘 이라크 축구협회장은 영상 성명을 통해 "국제축구연맹(FIFA)가 이라크의 어려운 여건을 이해하고 전폭적인 협조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당초 이라크의 플레이오프 출전은 불가능해 보였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군사 충돌로 인해 이라크를 포함한 중동 지역 영공이 전면 폐쇄됐기 때문이다.
이에 그레이엄 아놀드 이라크 감독은 "국내파 선수들과 스태프들을 나라 밖으로 데려오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며 FIFA에 경기 일정 연기를 긴급히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이라크 선수단은 60% 이상이 국내파로 구성되어 있어 영공 폐쇄의 타격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FIFA가 대안으로 제시했던 터키 이스탄불까지의 25시간 육로 이동 방안 역시 이란 드론 공격 위험 지역을 통과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FIFA의 제안에 아놀드 감독은 "선수들의 생명을 담보로 할 수 없다"며 단칼에 거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디르잘 회장이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직접 서신을 보내 여정의 어려움을 호소했고, FIFA가 이를 수용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인판티노 회장은 마티아스 그래프스트롬 사무총장에게 이라크 대표팀의 멕시코행을 최우선으로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이라크 선수단은 이번 주말 전용기를 이용해 멕시코 몬테레이로 향하게 됐다.
막혀있던 비자 문제도 해결됐다. 디르잘 회장은 "멕시코 입국 비자를 모두 확보했다. 유럽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은 현지에서 별도로 합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라크는 오는 1일 몬테레이에서 볼리비아 또는 수리남과 북중미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놓고 단판 승부를 벌인다. 지난해 11월 아시아 예선 5라운드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를 꺾고 플레이오프행을 확정한 이라크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무려 40년 만의 본선 진출을 꿈꾸고 있다.
디르잘 회장은 "이제 경기가 17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라크의 유일한 목표는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라며 "이라크 팬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모든 여건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