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판정 논란' 이후 열린 챔피언결정전 3차전. 천안 유관순체육관을 가득 메운 팬들은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천안 현대캐피탈 선수들을 향해 일방적 응원을 보냈다. 현대캐피탈 선수들도 경기 초반부터 세리머니를 하고 관중들의 응원을 독려하며 남다른 태도로 경기에 나섰다. 그렇게 승리를 거뒀고 코트의 분위기도 묘하게 바뀌어 있었다.
현대캐피탈은 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대한항공과 2025-2026 진에어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 홈경기에서 세트 점수 3-0(25-16, 25-23, 26-24)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2연패 후 안방 천안으로 내려온 현대캐피탈은 악에 받쳐 있었다. 2차전 풀세트 혈투 끝 희비를 가른 '비디오판독 논란'으로 인해 더욱 결의를 다졌다.
경기 전 여전히 2차전 판정에 대해 커다란 불만을 나타낸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사람이기에 이런 상황에선 분노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면서 "(그것에) 잠식되면 가라앉겠지만 잘 사용하면 기폭제가 돼 어떤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어떻게든 이겨낼 수 있는 투지를 보여주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36·등록명 레오)와 허수봉(28)을 필두로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을 거세게 몰아쳤다. 팀 공격성공률은 65.38%에 달했다. 레오는 양 팀 최다인 23점을 올리면서도 범실이 단 하나에 그칠 정도로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뒤엔 "(분노가) 기폭제가 된 것 같다"며 "우리 선수들이 정말 좋은 경기력 통해 대한항공을 잡은 걸 가장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대한항공도 새로운 분위기와 전략으로 준비하겠지만 천안에서 우승하는 걸 보고 싶지 않다. 다음 경기에도 승리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코트에서 뛴 선수들의 감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차전 논란의 중심에 선 서브의 주인공이었던 레오는 당시 판정에 대해 "보지 않았나. 본 그대로다.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되묻더니 "솔직히 당연히 인이라고 생각했는데 도둑맞았다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허수봉도 "정규리그 36경기를 하고 플레이오프를 하면서 로컬룰에 대한 기준이 이번 시즌 유독 왔다갔다 했던 것 같다. 결승 포인트에서 비디오판독이 한 번 더 있었는데 거의 비슷한 상황에서 인/아웃이 갈렸다. 둘 다 우리에게 불리하게 반대의 결과가 나오니 당황스러웠다"며 "경기장에 있을 때는 전광판으로 보다보니 밀렸나보다 생각했는데 끝나고 (영상으로) 보니 인이었고, 로컬룰로도 인으로 확신했다. 조금 안타깝다. 지난 것이고 감독님이 선수단과 얘기하며 분노를 기폭제 삼아 최선을 다하자고 했고 그 결과 오늘 경기력이 이렇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잠도 잘 이루지 못했다. "레오의 마지막 서브 영상을 수십 번 돌려본 것 같다. 경기 후엔 각성 효과 때문에 빨리 잠을 자지 못하는데 그날은 유독 더 못 잤다"며 "정말 이긴 경기라고 생각해 멘탈이 많이 흔들렸는데 다음날 선수들과 웨이트하면서 해보자는 긍정적인 말을 계속 주고 받으면서 멘탈 회복을 했다"고 전했다.
3세트 22-22로 팽팽한 상황에서 블로킹에 나선 허수봉은 터치아웃을 자진고백했다.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는 해도 비디오판독을 통해 흐름을 끊어갈 수도 있었기에 눈길을 끌었다. 마치 정정당당하게 이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허수봉은 "(임)동혁이도 확실하다고 느껴서 표현을 했고 나도 너무 많이 맞았다고 생각했다"며 "흐름을 끊기보다 빨리 재정비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시그널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젠 0% 확률에 도전한다. 남자부 챔프전에선 11차례 1,2차전 2연승이 나왔고 이 팀들이 모두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연패 후 1승을 거뒀지만 여전히 불리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허수봉은 "확률은 0%라고 하지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것처럼 우린 리버스 전문팀이다. 챔프전은 경기로 리버스스윕을 보여주겠다"고 했고 레오 또한 "우선 가장 중요한 건 내 체력이 얼마나 따라줄 지다. 이런 순간에 압박을 느끼지 않고 힘든 경기일수록 좋아한다. 무조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