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나서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출정식을 겸한 국내 평가전 없이 곧바로 출국길에 오른다. 월드컵 직전 국내에서 A매치 평가전이나 친선경기 없이 결전지로 향하는 건 40년 만이다.
대한축구협회가 16일 발표한 북중미 월드컵 로드맵에 따르면 홍명보 감독은 오는 5월 16일 26명의 북중미 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뒤, 이틀 뒤 미국으로 출국해 솔트레이크시티에 사전캠프를 차린다. 이후 현지에서 두 차례 평가전(상대 미정)을 진행하고,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1차전을 일주일 앞둔 6월 5일 '결전지' 멕시코 과달라하라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번 로드맵의 가장 큰 특징은 '사라진' 월드컵 출정식이다. 최근 축구대표팀은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 전후로 국내 팬들 앞에서 A매치 평가전 또는 친선경기를 치른 뒤, 월드컵 선전을 다짐하는 출정식을 진행했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월드컵 직전 국내에서 아무런 경기도 치르지 않고 결전지로 향한 건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시작점이었던 1986 멕시코 월드컵이 마지막이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부터는 A매치 평가전이든, 유럽·남미 클럽팀과 친선경기든 월드컵 직전 국내에서 경기를 치른 뒤 결전지나 사전 캠프지로 향한 바 있다.
최근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엔 월드컵 첫 경기를 2주가량 앞두고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아이슬란드와 마지막 평가전이 열렸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은 국내파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려 마지막 평가전에 나선 뒤 다음 날 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발표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끌던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던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튀니지와 각각 월드컵 출정식을 겸한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 바 있다.
이처럼 관행처럼 이어지던 월드컵 직전 국내 출정식이 없는 건, 조별리그 가장 첫 조에 속한 바람에 빠듯해진 일정과 국내파 비중이 크게 줄어든 대표팀 구성 등이 얽혀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해외파가 다수인 데다 월드컵에서도 제일 앞 조(A조)라, 국내로 다시 와서 경기한 뒤 출국하기엔 일정 확보가 여의치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의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인 조별리그 1차전 체코전은 월드컵 전체 경기 가운데 두 번째로 빨리 킥오프한다. 월드컵 대표팀의 국내 소집 후 출정식을 치른 뒤 출국하는 일정도, 미국 사전 훈련 이후 귀국해 출정식을 치르고 다시 멕시코로 출국하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처럼 유럽파 등을 배제한 채 국내파 위주로 대표팀을 꾸려 출정식을 여는 것 역시 사실상 불가능하다. 월드컵 최종 명단 발표가 예정된 날 3~4일 전에는 이미 K리그1 주중 경기들이 예정돼 있다. 지난달 유럽 원정 평가전 당시 26명 가운데 아시아 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9명에 불과할 만큼 유럽 등 홍명보호의 유럽파 비중이 워낙 크다는 점도 국내파 위주의 출정식을 애초에 고민하기 어려웠던 배경으로 풀이된다.
최근 저조한 A매치 흥행 역시도 대한축구협회가 굳이 국내 출정식을 고집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A매치 평가전 당시 관중수는 2만2206명에 불과했고, 한 달 뒤 가나전 역시도 3만3256명에 그쳤다. 월드컵을 앞둔 시점인데도 홍명보호를 향한 관심과 지지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만약 대표팀을 향한 관심이 뜨거워 '매진급 열기'가 계속 이어졌다면, 대한축구협회 역시 무리해서라도 월드컵 출정식을 치르는 시나리오를 고민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달리 일본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최종 명단 발표 후 보름 뒤인 5월 31일 월드컵 출정식을 치른 뒤 결전지로 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1차 본진은 18일 출국길에 오르고, 해외파 선수들은 소속팀 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현지에서 합류한다. 4강 맞대결을 앞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또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중 한 명은 5월 말로 예정된 2025-202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 나서는 만큼 '완전체 훈련'은 사실상 6월 초는 돼야 가능할 전망이다. 홍명보호의 사전캠프지인 솔트레이크시티 훈련장은 조별리그 1, 2차전이 열리게 될 과달라하라(해발 1500m)와 비슷한 1460m 고지대에 위치해 있고, 기온과 습도 등 기후 조건도 비슷해 고지대 적응 등에 수월할 것으로 축구협회는 기대하고 있다. 현지에서 진행될 두 차례 평가전 상대와 일정은 향후 공개된다. 한국의 월드컵 첫 경기는 6월 12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체코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