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는 진짜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프로축구 K리그1 김기동(54) 감독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5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HD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6 2라운드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다. 지난달 초 열릴 예정이었던 두 팀의 경기는 서울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일정과 맞물려 이날로 연기됐다. 함께 연기된 포항 스틸러스-강원FC전처럼 서울은 3월 말 A매치 기간 개최를 원했지만, 울산 측이 난색을 표하면서 결국 이날 주중 경기로 열렸다.
주중 울산 원정이 잡히면서 서울엔 그야말로 '죽음의 일정'이 됐다. 지난 11일 전북 현대전(홈)에 이어 15일 울산 원정, 그리고 18일과 21일엔 각각 대전하나시티즌, 부천FC와 잇따라 홈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11일 간 4경기를 치러야 하는 셈이다. 심지어 울산 원정 직후 예정된 대전전은 오후 2시 경기라 일정이 더 빠듯하다. 김기동 감독은 "(울산전) 경기 끝나고 올라가면 내일 새벽 3시는 돼야 한다. 금요일(17일) 하루 훈련하고 토요일 2시 경기를 치러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 구단에 따르면 서울 선수단은 울산전을 마친 뒤 SRT 막차를 타고 서울로 이동한 뒤 해산했다. 선수들은 경기 이튿날 새벽 2~3시에야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사실상 주말 대전전에 제대로 준비할 시간은 없다. 당장 울산 원정길에 따른 회복 훈련에만 오롯이 집중한 뒤 주말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김기동 감독이 한숨을 내쉰 이유다.
그럼에도 팀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그 어떤 팀보다 좋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실제 서울은 이번 시즌 개막 7경기 무패(6승 1무·승점 19)로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다. 강행군의 시작이었던 지난 전북전에서 1-0으로 한 데 이어, 이날 울산 원정에서는 전반에만 3골을 터뜨리는 등 적지에서 4-1 완승을 거두며 연승을 달렸다. 전북전 무승, 울산 원정 무승 징크스를 각각 9년과 10년 만에 깨트리며 팀 분위기는 더 오른 상태다.
특히 울산 원정 승리는 강행군으로 인해 불가피한 로테이션을 하고도 완승을 따냈고, 이 과정에서 깊어진 선수단 뎁스마저 확인했다는 점에 의미가 더 컸다. 김기동 감독은 "고민을 엄청 했다"면서 올 시즌 4골을 기록 중인 핵심 공격수 클리말라와 측면 수비수 김진수를 선발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두고도 4-1 승리를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송민규는 2골 1도움으로 펄펄 날았고, 후이즈도 시즌 첫 골을 터뜨렸다. 늘어난 득점원에 전방에 배치된 손정범 활용법 등 유의미한 소득이 많았다. K리그 최고의 전술가로 꼽히는 김기동 감독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더 다양해졌다.
울산 원정과 맞물린 강행군 일정을 잘 버텨낼 수 있다면, 서울의 상승세는 한껏 더 가파르게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시선은 주말 대전전으로 향한다. 대전이 개막 7경기 단 1승(3무 3패)으로 부진한 상황이긴 하나, 시즌 전부터 우승후보로 주목을 받았던 팀이라는 점에서 '패권'을 노리는 서울 입장에선 반드시 우위를 점해야 할 상대다.
김기동 감독의 의지도 강하다. 김 감독은 "전북, 울산, 대전 모두 좋은 팀들이다. 우승을 다투는 팀들과 경기에서 이겨야 어떤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 징크스를 떠나 결국 저희가 넘어야 될 산들"이라고 했다. 만약 대전마저 꺾으면 김기동호 서울은 최근 강행군 속 전북·울산·대전으로 이어지는 우승후보팀들과의 3연전을 모두 꺾으며 사실상 '독주 체제'를 갖출 수 있다. 10년 만의 K리그1 정상 탈환 도전에도 그만큼 힘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