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그러나 두산 베어스 손아섭(38)은 쓸쓸한 5월을 보내고 있다.
손아섭은 현재 2군(퓨처스리그)에 머물고 있다. 지난 4월 14일 한화 이글스에서 트레이드돼 의욕적으로 새 출발했으나 타격 부진 끝에 보름 만인 29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그 사이 KBO리그 개인 통산 안타 기록도 최형우(43·삼성 라이온즈)에게 추월 당해 2위로 내려앉았다. 최형우는 지난 3일 대구 한화전에서 4안타를 몰아치며 통산 2623안타로 손아섭(2622개)을 1개 차로 넘어섰다. 지난 시즌까지 손아섭의 안타 수는 2618개, 최형우는 2586개로 둘의 차이는 32개였다. 그러나 올 시즌 손아섭이 4개의 안타를 추가한 데 반해 최형우는 29경기에서 37안타를 때려 순위를 뒤바꿨다.
손아섭은 두산으로 이적한 첫날 SSG 랜더스전에서 시즌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하고 이튿날인 15일에도 안타를 때려 부활을 알리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18일 KIA전, 23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안타 1개씩을 추가했을 뿐이다. 시즌 성적은 한화 소속 1경기 포함 12경기에서 36타수 4안타(타율 0.111) 1홈런 4타점 9삼진에 그쳤다.
김원형(52) 두산 감독은 손아섭을 1군에서 제외하면서 "베테랑이고 트레이드돼 왔는데 잘 안 되니까 부담감이 크고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아 심리적으로 쫓기는 것 같다"며 "2군(퓨처스리그)에서 계속 경기를 나가면서 감각을 끌어올리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퓨처스리그 성적도 아직까진 신통치 않다. 첫 경기인 4월 30일 고양전에서 3타수 무안타, 1일 고양전 역시 2타수 무안타, 2일 한화전에서 1타수 무안타 2볼넷에 1득점 1타점을 올렸을 뿐이다. 3경기 합산 6타수 무안타다.
다시 1군에 올라오더라도 손아섭의 출전 기회가 보장된 것도 아니다.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던 두산은 최근 들어 타자들이 컨디션을 되찾으며 어느새 공동 5위로 올라섰다. 지난 주말 키움 히어로즈와 3경기에서는 32득점을 폭발했다.
박준순과 안재석 김민석 등 젊은 선수들이 타선에 활기를 불어넣고, 양의지와 카메론도 타격감을 회복하고 있다. 여기에 박찬호와 정수빈이 꾸준히 활약 중이고 최근엔 김기연과 오명진도 힘을 보내고 있다. 손아섭을 맡을 수 있는 코너 외야수나 지명타자에 빈 자리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손아섭은 두산 이적 첫날 "노시환(26·한화 이글스)이 전화가 와서 '너와 함께한다는 마음을 갖고 (두산에서) 8번을 달았다'고 이야기하니 좋아하더라"며 "그리고 8번이 '오뚝이 정신'을 상징한다고 하길래 '우리 같이 8번 달고 다시 일어서자'고도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날 SSG전에서 홈런을 때린 뒤에는 "속이 후련했다. 정말 너무 야구가 하고 싶었고 1군이라는 무대에서 정말 뛰고 싶었는데 그런 감정들이 짧은 시간에 올라왔던 것 같다. 그래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2007년 데뷔 후 20년 동안 4개의 팀(롯데-NC-한화-두산)을 거친 손아섭은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간절하게 야구를 해온 선수로 평가받는다. 과연 그가 등번호가 상징하듯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