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경기 0승 3패, 평균자책점(ERA) 4.10→3경기 3전 전승, ERA 0.
'미생' 웨스 벤자민(33·두산 베어스)이 계약 연장 후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삼진 좀 많이 잡으라"는 동료의 농담도 그대로 실현시킬 만큼 압도적인 투수로 변신했다.
벤자민은 2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97구를 던져 2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24⅓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벤자민은 개인 3연패 후 3연승을 달렸다. 특히 계약 연장 후 3경기 연속 무실점을 이어가며 평균자책점(ERA)도 2.61에서 2.27까지 낮췄다.
경기당 5⅔이닝 이상을 소화하고 벌써 5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수확했다. 머지 않아 규정이닝을 채운다면 ERA 부문 상위권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ERA 1위는 2.17을 기록 중인 아리엘 후라도(삼성)다.
2022년부터 3년 연속 KT 위즈에서 뛰었던 벤자민은 33승 21패로 맹활약했다. 좌투수로서 안정적인 투구를 던지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후 1년 동안 KBO리그를 떠나 있던 벤자민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두산 외국인 투수 크리스 플렉센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두산은 일시 대체 선수로 벤자민을 데려왔다. 계약 기간은 6주, 규모는 5만 달러(약 7600만원)였다.
이젠 플렉센이 건강히 돌아와도 이렇게 던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드는 수준이다. 플렉센의 복귀가 늦어지며 지난달 20일부터 7월 1일까지 6주간 5만 달러에 연장 계약을 맺었는데 이후 벤자민은 더욱 압도적인 투구를 펼치기 시작했다. 지난달 21일 NC 다이노스전에선 8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시즌 첫 승을 챙기더니 27일 KT 위즈전에서도 7이닝 무실점 호투로 연승을 챙긴 벤자민은 14일 KIA 타이거즈전 4회부터 18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도 그 위력은 이어졌다. 최고 시속 149㎞의 두 가지 패스트볼을 섞어 던졌고 커터(24구)와 커브(19구), 체인지업(16구), 스위퍼(8구)까지 섞어 다양한 레퍼토리로 한화 타자들의 혼을 쏙 빼놨다.
1회를 삼자범퇴로 마친 벤자민은 2회 강백호와 노시환, 허인서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4회 문현빈에게 볼넷 하나를 허용했지만 5회 2사까지 노히트 피칭을 이어갔다. 이후 김태연에게 우측 방면 3루타를 맞았지만 이후에도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6회 선두 타자 심우준에게 안타를 맞고 도루까지 허용해 득점권 위기에 몰리고도 이원석, 요나단 페라자, 문현빈을 KKK로 돌려세우며 스스로 불을 끈 게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92구를 던진 뒤에도 다시 7회 마운드에 오른 벤자민은 첫 타자 강백호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운 뒤 김정우에게 공을 넘기고 물러났다.
이날 삼진만 9개를 잡아냈는데 결정구는 스위퍼(4개)는 물론이고 커터(2개), 직구와 커터, 체인지업(이상 1개)까지 다양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벤자민은 "어떻게 보면 우리 팀이 잘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잘 보여준 것 같다. 수비에서 좋은 플레이로 저에게 많은 도움을 줬고 타자들은 필요한 순간에 득점을 해줬기에 마음이 편했다"며 "특히 이영하 선수가 어려운 경기였는데 끝까지 마무리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압도적인 투구에도 동료들을 치켜세웠다. 벤자민은 "외야수 카메론 선수가 공을 잘 잡아줬고 제가 뒤돌아볼 때마다 박찬호 선수가 잘 잡아줬다. 선수들이 셀 수 없을 만큼 좋은 플레이를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또 잊지 말아야 될 선수가 있는데 '파워 히터' 정수빈 선수가 외야에서도 좋은 플레이로 제가 계속 투구를 이어나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수비를 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언급하고 싶다"고 올 시즌 역대급 홈런 페이스를 뽐내고 있는 정수빈에게도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날 9개의 삼진을 잡아낼 수 있었던 데엔 박찬호의 특별한 요구가 있었다. 벤자민은 "삼진을 9개나 잡았는지도 몰랐다"면서 "솔직히 경기 전에 박찬호 선수가 '삼진 좀 많이 잡아라. 나 수비 좀 덜하게'라고 웃긴 말을 했는데 이렇게 결과가 이어질 줄 몰랐다"며 미소를 지었다.
서로 유쾌하게 받아들인 농담이었지만 벤자민은 올 시즌 가장 많은 탈삼진으로 야수진을 편안하게 해줬고 박찬호를 비롯한 야수들은 연이은 호수비로 벤자민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특히 박찬호는 6회 선두 타자로 나선 강백호의 땅볼 타구를 잡아 몸을 날리며 송구해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는데 벤자민은 "박찬호 선수도 경기를 즐기고 있는 것처럼 플레이를 해준다. 박찬호 같은 선수가 제 뒤에서 수비를 해주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영광이다. 매우 큰 힘이 된다"고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