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조형래 기자] “우리 이렇게 무너지면 안된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11일 사직 두산전까지 7-12로 재역전패를 당하면서 6연속 루징시리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5연패를 겨우 탈출하고도 롯데는 분위기를 잇지 못했다.
최근 경기들을 보면 롯데는 잡아낼 수 있는 경기들을 내주는 경향이 있었다.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결국 뒷심이 부족했다. 패배하는 과정 속에서도 그나마 위안이라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이는 것. 한끗이 부족한데 그 한 끗을 채워내지 못하고 있다. 실력과 경험 부족 등이 선수단을 감싸고 있다.
현재 롯데는 전준우 유강남 김민성 등 베테랑들이 모두 이탈해 있다. 2019년 입단한 8년차 고승민이 임시 주장이고 투수 조장 김원중이 선수단을 이끌어가고 있다. 하지만 가장 최근까지 1군 선수단에 머물다가 지난 8일 2군으로 내려간 김민성은 끝까지 1군에서 전쟁을 치러야 하는 선수들을 걱정했다.
2023시즌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김민성은 2024시즌 스프링캠프 출발 직전 사인 앤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2007년 롯데에 입단했지만 2010년 히어로즈로 트레이드 됐던 김민성은 14년 만에 롯데로 돌아왔다.
롯데가 하위권을 전전하던 사이, 김민성은 히어로즈와 LG에서 무수히 많은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 강팀의 시절이 있었던 히어로즈의 핵심 멤버였고 또 2023년 LG에서 통합우승까지 경험했다. 강팀들이 어떤 야구를 하는지, 선수들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를 너무 잘 알고 있다. 그 경험들을 전수하는 게 김민성의 역할이기도 했다.
다만, 김민성은 올해로 롯데에서 3시즌 째 맞이하지만 이렇다 할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다. 주전 보다는 백업, 1군과 2군을 오가는 선수가 됐다. 그럼에도 김민성은 베테랑으로서 해야 하는 역할, 누군가는 해야 할 쓴소리들을 직접 했다. 올해 대만 타이난 스프링캠프에서 사행성 오락실 방문 사건이 터졌을 때도 김민성은 주장 전준우와 함께 앞장서서 선수단을 수습했다.
그런 김민성은 최근 선수단의 모습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마무리 투수 최준용은 최근 김민성이 선수단에 전한 메시지들을 들려줬다. 롯데는 지난 주말 한화와의 홈 3연전을 스윕 당했다. 5일 경기는 2-9로 완패를 당했고 6일 경기는 2-0으로 앞서다가 2-7로 역전패를 당했다.
그러자 김민성은 라커룸에서 선수단 앞에 섰다. 최준용에 따르면 김민성은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면 매 공격마다, 쉽게 끝나고 경기가 빨리 넘어간다. 약팀들의 야구를 우리가 하고 있다”라면서 “하지만 오늘부터는 우리가 질 때 지더라고 끝까지 싸워야 한다. 우리들의 야구를 해보자. 내가 경기에 나서지 않더라도 뒤에서 더 화이팅을 내주고 박수도 쳐줄 테니까 그런 경기를 해보자”고 말했다.
그래서 실제로 7일 경기는 1회 4실점을 허용했지만 이후 부지런히 추격했고 또 경기를 뒤집기도 했다. 8회말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는 4-7까지 뒤졌다. 그러나 8회말 7-7 동점에 성공하면서 뒷심을 발휘했다. 다만, 경기는 결국 부족한 디테일을 채우지 못한 채 8-9로 패했다.
이 경기가 끝나고 김민성은 2군행을 통보 받았다. 2군으로 떠나면서도 김민성은 선수들이 눈에 밟혔다. 김민성은 이 경기가 끝난 뒤 선수단 앞에 다시 섰다. 그는 “나는 이제 2군을 간다. 오늘(7일) 같은 경기는 정말 박수 쳐주고 싶다. 너무 멋있었다. 경기를 이렇게 해야 한다”라며 “이제 2군을 가서 말은 앞으로 못해주겠지만 2군 가서라도 TV를 보면서 응원해줄 테니까 우리는 무조건 이겨내야 한다. 우리 이렇게 무너지면 절대 안된다. 눈치 보지 말고 야구장 안에서 다 뛰어놀고 쉽게 지는 팀이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최준용은 “선배님께서 약간 울컥하신 것 같다”라며 그날의 분위기를 전했다. 데뷔팀인 롯데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는 의지를 선수단에 다시 한 번 전하고 있다.
김민성은 롯데로 돌아온 이후 꾸준히 선수단에 메시지를 전했다. 강팀의 DNA를 전수해주려고 했다. 올해는 어수선한 선수단 분위기를 바꿔내기 위해 다양한 세리머니들을 직접 정하기도 했다. 승리 후 단체사진 세리머니도 김민성의 아이디어로 나왔다.
김민성의 메시지가 선수단에 제대로 울림을 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선,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을, 아직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야 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