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로서는 너무나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두산 베어스 내야수 안재석(24)의 순간적인 판단 미스 하나로 인해 흐름을 넘겨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두산은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KT 위즈와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1-8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두산은 2연패에 빠졌다. 33승 2무 33패를 마크하며 승률은 다시 5할이 되고 말았다. 아울러 이날 패배로 연속 위닝시리즈도 '5'에서 마감했다. 리그 순위는 5위를 유지했다.
이날 두산이 1-1에서 1-2로 역전을 허용한 5회초. 1사 1, 2루에서 KT 거포 안현민이 타석에 섰다. 초구는 스트라이크. 이어 2구째. 두산 선발 타카다의 공을 받아쳤고, 타구는 3루수 앞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때 공을 잡은 두산 3루수 안재석이 여유가 없었던 것일까. 바운드를 잘 계산해 공을 잡는 것까진 좋았다. 그런데 이후 장면이 다소 아쉬웠다.
가까웠던 3루 베이스를 직접 밟는 게 아닌, 2루를 향해 곧장 공을 뿌리고 만 것이다. 거리상 3루 베이스를 직접 밟은 뒤 1루로 송구할 경우, 충분히 더블 아웃도 노려볼 수 있었던 타이밍. 더욱이 타자는 최근 햄스트링 부상에서 복귀한 안현민이었다. 1루로 가는 게 더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리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탓일까. 안재석은 3루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은 채 2루로 송구하기에 급급했고, 설상가상 이마저도 악송구가 되고 말았다. 팀 동료인 2루수 이유찬이 간신히 잡아내면서, 그 순간 3루 주자 최원준이 홈까지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지점에서 사실상 두산이 승기를 완전히 내주고 말았다. 선발 타카다가 후속 힐리어드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뒤 김민혁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얻어맞고 강판됐다. 이어 나온 박치국이 허경민과 오윤석에게 연속 적시타를 헌납했고, 2연속 볼넷과 함께 밀어내기 볼넷까지 허용하며 점수는 어느새 1-7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이날 경기 전 사령탑인 김원형 두산 감독은 안재석에 관해 "어쨌든 타격으로서 본인이 갖고 있는 능력을 터트려야 하는 선수라 경기에 많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어제도 잠깐 본인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중요한 순간에 삼진을 당할 수도, 병살타를 칠 수도 있다. 그러면 분명히 미안하고,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빨리 잊고 다음 이닝 수비에 집중하는 것"이라 말했다.
이어 "그 타석의 잔상이 남아있고, 생각하다 보면 또 수비에서 실수가 나온다. '네 옆에는 (정)수빈, (조)수행, (박)찬호가 있다. 봐라. 여기 있는 선수들은 어렸을 때 수비를 잘해서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라 했다. 그런 생각을 갖고 나가면 능력 발휘가 될 것이라 했다"고 부연했다.
결국 김 감독이 강조한 건 수비, 또 수비였다. 그는 "개인적으로 타석은 몇 타석 기다려줄 수 있다. 그러나 수비에서 문제가 생기는 건 다르다. 앞서 2군행이라는 메시지를 준 것도 수비를 더 중요시하게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당장 주전을 맡고 타격 능력을 발휘하고 싶은 마음은 있겠지만, 수비가 안 된다면 그건 감독으로서도 부담이 크다. 그러니 타격이 좀 안 돼도 수비에서 더 집중하라는 말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안재석은 지난 5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안일한 수비를 펼친 적이 있다. 1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이형종의 땅볼 타구를 2루 쪽으로 던져 선행 주자를 잡는다는 게 그만 느슨하게 송구하며 1루 주자를 잡지 못한 것이다. 공교롭게 타자 주자 이형종도 전력 질주를 펼치지 않았고, 2루수 오명진이 1루로 공을 잽싸게 뿌리면서 참사는 막을 수 없었다. 문책성 교체는 없었던 가운데, 이닝 종료 후 박찬호가 안재석에게 다가가 무언가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당시 김 감독은 "2아웃에 본인은 2루 쪽에 던지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옆에서 보면 느슨하게 던진 것"이라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보니까 (박)찬호가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안재석 본인이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사령탑의 조언대로 타격보다 지금은 수비에 더욱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 과연 안재석이 수비에서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