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은 60분 넘기면 집중력 떨어져" 충격적 인종차별 발언, 세르비아 해설가 '결국' 고개 숙였다

안호근 기자
2026.06.24 06:21
세르비아 공영방송 RTS의 라데 보그다노비치 해설위원이 벨기에와 이란의 경기 중 흑인 선수들의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 캐스터의 이의 제기에도 확고한 태도를 보였던 그는 온라인상의 거센 지탄이 쏟아진 이후 결국 사과했다. RTS 방송사 또한 사과문을 발표했으며, 이번 사건은 FIFA가 차별 근절 캠페인을 전개하는 가운데 발생해 논란이 되었다.
벨기에 수비수 네이선 은고이가 지난 22일 이란과 조별리그 경기 중 퇴장을 당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국제축구연맹(FIFA)이 엄격히 금지하고 지양하는 인종차별 발언이 그라운드 밖에서 나왔다. 충격적인 발언의 주인공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영국 매체 미러에 따르면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벨기에와 이란의 G조 조별리그 경기를 중계하던 라데 보그다노비치 세르비아 공영방송 RTS 해설위원은 "흑인 선수들은 60분에서 80분이 넘어가면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후반 11분 벨기에의 수비수인 네이선 은고이가 이란의 공격수 메흐디 타레미를 넘어뜨려 퇴장을 당한 뒤 나온 발언이었다.

베르더 브레멘에서 뛰었던 그는 "나는 항상 그 선수들에 대해 말해왔다. 나는 절대 인종차별 주의자가 아니지만, 흑인 선수들은 60분에서 80분 이상 버틸 수 있는 집중력이 부족하다. 나도 그들과 함께 뛰어봤다"며 "가끔은 우리 선수들이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보호해야만 했다. 현대 축구, 특히 월드컵 수준에서는 이런 종류의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캐스터는 보그다노비치의 발언에 대해 즉각적으로 이의를 제기했지만 56세의 해설자는 확고한 신념을 보이며 "대부분이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부연까지 했다.

온라인상에서 거센 지탄이 쏟아졌음에도 RTS는 23일 열린 아르헨티나와 오스트리아의 J조 조별리그 경기에도 그를 해설위원으로 내보냈다.

보그다노비치는 이후 자신의 표현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흑인 축구 선수들에 대한 나의 발언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네이선 은고이를 향해 인종차별 발언을 한 세르비아 축구 해설위원 라데 보그다노비치. /사진=SNS 갈무리

RTS 역시 별도의 사과문을 통해 "방송사로서 우리 프로그램에서 특정 인종의 구성원에 대해 언급된 발언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리고자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건은 FIFA가 지난주 '세계 증오언론 대항의 날'을 맞아 차별과 전쟁을 강화한 가운데 나온 일이다. FIFA는 "차별을 종식시키고 축구를 보호하자"는 결의를 다지기 위해 경기가 열리는 애틀랜타, 과달라하라, 로스앤젤레스, 밴쿠버에서 '영향력 있는 경기장 캠페인'을 전개했고 국가대표팀 주장들은 한쪽에는 참가국들의 모국어가, 다른 한쪽에는 "우리는 함께 뛴다. 우리는 증오에 맞선다(WE PLAY TOGETHER. WE STAND AGAINST HATE)"라는 영어 번역이 새겨진 특별 기념 페넌트를 교환했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증오 발언은 축구는 물론 우리 사회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다. 세계 증오언론 대항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는 모든 형태의 차별적 학대를 근절하겠다는 지치지 않는 헌신을 다시 한 번 약속한다"며 "선수, 코치, 경기 임원이 표적이 되는 것은 축구 자체에 대한 공격이다. 우리는 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팬들을 혐오스러운 폭언과 그러한 행동이 용납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FIFA 징계 규정을 강화하고, 'No Racism(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을 시작했으며, 'No Racism' 제스처를 통해 선수, 코치, 경기 임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증오 발언은 이에 맞서기 위해 강력한 연대가 필요한 시스템적인 과제"라고 덧붙였다.

선수들에게서 나온 발언은 아니지만 4년 만에 열리는 FIFA의 최대 행사에서 이런 발언이 나온 게 커다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무지는 인종차별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경기장을 찾은 한국의 관중을 향해 눈을 찢는 행위를 했던 멕시코 축구 팬은 결국 논란이 확산되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과 영상을 올렸음에도 자신이 맡고 있던 지역 토목·지형·기하학·엔지니어 협회장직에서 물러날 정도로 뼈아픈 철퇴를 맞기도 했다.

벨기에 수비수 네이선 은고이(오른쪽)가 지난 22일 이란과 조별리그 경기 중 레드카드를 받고 당황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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