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성(52) 축구 해설위원이 홍명보(57) 국가대표팀 감독의 사퇴 과정을 비판했다. 또한 한국 축구의 근본적 위기는 대한축구협회의 폐쇄적인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29일 오전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졸전 원인과 축구협회의 쇄신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 위원은 홍명보 감독의 90초 자진 사퇴 기자회견에 대해 "큰 잘못이 없는데 하라고 하니 하는 듯한, 억지로 사과하는 느낌을 줬다"고 평가했다. 구전술적 패인에 대한 반성 없이 단순히 '결과에 책임지겠다'는 식의 일방적 통보가 팬들의 답답함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졸전으로 평가받는 남아공전에 대해서는 코칭스태프의 무능을 꼬집었다. 박 위원은 "전술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좀 게을렀다"며 "팀으로서 유기적인 플레이가 나오지 않으니 상대 입장에서는 '저기는 팀 플레이가 별로 없어 이강인만 잡으면 돼'라고 간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대 전술에 맞춘 변화가 없었던 점도 비판했다. 박 위원은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려면 전방 압박을 가장 잘하는 손흥민과 이재성을 투입했어야 했는데 선발에서 다 뺐다"며 "감독 스스로 '나는 세 경기 다 똑같이 싸웠다'고 말한 것은 솔직히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스리백 전술 실패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은 "일본의 스리백과 달리 홍명보 감독의 스리백은 수비가 고정된 옛날식"이라며 "우리의 약점인 윙백이 가장 중요한 전술을 선택해 공수 밸런스가 무너지니, 결국 이강인, 황인범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해줘' 축구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은 사태의 근본적 책임이 대한축구협회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그는 협회를 가리켜 "대중의 마음을 사기 위해 경쟁할 필요가 없는 고여 있는 조직"으로 규정했다. 이어 "지금 협회는 주류 쪽에 선을 대어 피해를 보지 않으려는 '욕망의 카르텔'로 변질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현행 회장 간접 선거 제도의 맹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위원은 "절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대중 전체에게 잘 보일 필요 없이 200명 남짓의 선거인단에게만 잘 보이면 되는 구조"라며 "새로운 사람이 도전하지 못하는 생태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대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민의를 담을 수 있는 형태로 선거 제도를 바꿔야 내부에서 혁신하고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서는 "한국 대표팀을 맡고 싶어 하는 지도자는 많다"며 "국적을 따지기보다 철저히 능력을 위주로 평가하되,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시간을 두고 선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