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엔 '본선 아닌' 지역 예선 보러 왕복 3시간·31800원 소비, 일본 고교야구는 어떻게 사람을 움직였나 [고시엔 가는 길②]

오미야=김동윤 기자
2026.07.16 11:13
일반 관중들이 지난 12일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 오미야공원 야구장에서 열린 '제108회 고시엔 사이타마현 지역예선 2차전 입장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일반 관중들이 지난 12일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 오미야공원 야구장에서 열린 '제108회 고시엔 사이타마현 지역예선 2차전을 찾았다. /사진=김동윤 기자

일본 사이타마현 후카야 시에 사는 쇼치후카야 고교의 산노미야 씨와 미츠하시 씨는 모교를 응원하기 위해 전철로 편도 1시간 30분을 달려 오미야 공원 야구장을 찾았다.

두 학생이 고교야구 지역 예선을 경기장에서 보는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모교 응원인 만큼 교복도 갖춰 입었다. 후카야 시에서 오미야 공원 역까지 전철 요금은 왕복 2260엔 정도였다. 경기장에 도착해 입장권 금액 800엔을 지불하고 푸드트럭의 400엔짜리 얼음 빙수를 먹으며 경기를 기다렸다. 두 학생이 이날 경기를 보기 위해 지출한 금액은 확인한 것만 최소 3460엔(약 3만 1800원)이었다.

이동 시간만 왕복 세 시간이었고, 이날은 습도가 높은 데다 기온도 32도까지 올랐다. 고교야구를 즐겨보는 열성 팬도 아니었던 두 학생을 움직인 건 무엇이었을까. 현장에서 만난 산노미야 씨는 "고시엔(지역 예선 포함)은 3학년 선수들에게는 패하면 은퇴해야 하는 마지막 대회다. 그래서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마음과 자존심이 맞부딪힌다. 그런 점에서 프로야구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왕복 세 시간을 투자한 보람은 있었다. 이들의 모교 쇼치후카야 고교는 지난 12일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 오미야공원 야구장에서 열린 '제108회 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사이타마현 지역 예선 2차전에서 카스카베 공고를 8-6으로 꺾고 3차전에 진출했다.

하지만 두 학생만이 특별한 건 아니었다. 현장에는 한 경기를 보기 위해 1000명 안팎으로 보이는 인파가 몰렸다. 해당 학교 학생과 학부모뿐 아니라 혼자 경기를 지켜보는 지역 주민과 일반 관중도 자리했다.

오미야 공원역 근처 편의점. 이곳에서 많은 관중이 먹거리를 사서 경기장으로 향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일반 관중들이 지난 12일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 오미야공원 야구장에서 열린 '제108회 고시엔 사이타마현 지역예선 2차전 도중 푸드트럭을 찾았다. /사진=김동윤 기자
지난 12일 '제108회 고시엔 사이타마현 지역예선 2차전이 열린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 오미야공원 야구장 주차장 풍경. /사진=김동윤 기자

기자도 두 학생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해 경기장을 찾아가 봤다. 일본어 검색이 더 정확했지만, AI의 발달로 한국어로 '사이타마현 고시엔 지역 예선 일정'을 입력해도 경기 일정과 장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오미야 공원 역에서 오미야 공원 야구장까지는 걸어서 약 10분 남짓이었다. 별도의 대회 홍보 표지판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구글맵으로 충분히 이동할 수 있었다. 경기 시간에 맞춰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관중들의 행렬도 이어졌다.

차량으로의 접근도 용이했다. 고교야구, 독립 리그 야구팀이 주로 쓰는 낙후된 경기장임에도 주차장이 넓어 대부분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었다. 주차 및 관객들의 이동 안내는 대회 운영을 맡은 사이타마현 고등학교 야구 연맹 관계자들이 진행했다.

현장에서 만난 사이타마현 고교야구연맹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경기장 시설 관리 주체는 사이타마 시이지만, 고시엔 지역 예선 대회 운영은 사이타마현 지역 고교야구연맹이 맡고 있다. 지역 예선은 각 지역 지방자치단체와 고교야구연맹이 협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별도의 자원봉사자 없이 우리와 참가 학교 학생들이 대회 운영을 돕는 시스템이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모든 학교가 대회에 참가한다는 의미에서 지역 학교와 지방자치단체가 연계하고 중심이 돼 운영한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제108회 고시엔 사이타마현 지역예선 2차전이 열린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 오미야공원 야구장 매표소. 관람 규칙과 환불 규정이 표기돼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제108회 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 책자와 지역예선 입장권(파란색). 해당 책자는 500엔, 입장권은 800엔에 판매됐다. /사진=김동윤 기자
학생들이 지난 12일 '제108회 고시엔 사이타마현 지역예선 2차전에서 고시엔 안내 책자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기업이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입장권과 책자, 식음료를 판매하는 유료 관람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역 근처 편의점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편의점을 들르지 않더라도 경기장 근처에서도 푸드트럭과 곳곳에 배치된 자판기가 있어 간단한 끼니를 해결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관중들이 많이 찾은 품목은 400엔짜리 빙수와 200엔짜리 얼린 음료였다. 일반 자판기의 찬 음료가 100~150엔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가격은 더 높았지만, 무더위 속에서 판매대 앞에는 줄이 이어졌다.

출전 학교와 선수, 대진 정보를 담은 공식 대회 책자도 500엔에 판매됐다. 한 구장에서 3경기가 열리는데, 매 경기 해당 학교 야구부 저학년 선수들이 경기장 입구에서 입장을 돕고, 책자도 판매했다.

사이타마현 고교야구연맹 관계자는 "고시엔 지역 예선이 지역 경제에 주는 효과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아오면 주변 상점뿐 아니라 경기장에 들어오는 푸드트럭 등의 매출도 평소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고 조심스러운 견해를 밝혔다.

관중도 현장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자연스럽게 참여했다. 경기가 끝나자 일부 관중은 별도의 지시나 방송이 없음에도 비닐봉지에 주변 쓰레기를 담고 자신이 머문 자리를 정리한 뒤 경기장을 떠났다.

일본 어린이들이 지난 12일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 오미야공원 야구장에서 열린 '제108회 고시엔 사이타마현 지역예선 2차전 도중 얼음 음료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 오미야공원 야구장에 위치한 음료 자판기. 해당 야구장에는 최소 6대 이상의 자판기가 주차장, 경기장 외부 계단, 본부 사무실 앞 등 다양한 장소에 구비돼 있었다. /사진=김동윤 기자
일본 관중들이 지난 12일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 오미야공원 야구장에서 열린 '제108회 고시엔 사이타마현 지역예선 2차전을 관람 후 자신의 자리를 청소하고 퇴장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두 학생에게서 확인한 고교야구의 매력은 다른 관중의 답에서도 되풀이됐다. 가족들과 함께 경기를 보러 온 켄타로 씨는 일본에서 고교야구가 지역에 뿌리내린 배경으로 오랜 야구 문화를 꼽았다. 그는 "아버지 세대만 해도 축구나 농구보다 야구가 압도적으로 대중적인 스포츠였다. 그런 문화와 역사가 이어지면서 고교야구도 자연스럽게 지역에 뿌리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치 경기만으로 고교야구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계산할 수는 없었다. 주변 상점 매출이나 관중 1인당 평균 소비액을 보여주는 통계도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일본에서 고교야구가 프로 구단이 없는 지역에서도 사람들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콘텐츠로 작용했다는 사실만큼은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쇼치후카야고 학생들은 기꺼이 비싼 교통비에도 왕복 세 시간을 이동했고, 일반 관중들은 800엔을 내고 줄을 섰다. 경기장 안팎에서는 다양한 먹거리와 콘텐츠가 소비됐다.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는 고시엔 본선도 아니었다. 지역 예선 한 경기일뿐이었지만, 관중석은 선수 가족과 학교 관계자뿐 아니라 모교와 지역, 가족과 개인의 경험으로 연결된 사람들로 채워졌다. 고시엔으로 가는 길에는 모교와 지역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기꺼이 시간과 돈을 들여 그 길에 함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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