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메시의 마지막 경기가 결코 오지 않도록 뛰고 있다."
아르헨티나 동료들이 이번에도 그 약속을 지켰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아르헨티나)의 라스트 댄스를 이어가기 위해 또 한 번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일궈냈다.
아르헨티나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2-1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월드컵 통산 3회 우승을 차지한 아르헨티나는 정상에 올랐던 2022 카타르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결승 무대를 밟았다. 이제 월드컵 2연패라는 대기록에 도전한다.
월드컵 역사에서 두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나라는 이탈리아와 브라질뿐이다. 이탈리아는 1934년과 1938년, 브라질은 1958년과 1962년 대회를 연속 제패했다. 이후 64년 동안 어떤 나라도 월드컵 2연패를 이루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이제 그 대기록까지 단 한 경기만을 남겨뒀다.
메시와 아르헨티나의 결승 상대는 스페인이다. '무적함대' 스페인은 또 다른 준결승에서 프랑스를 꺾고 16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다. 스페인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노린다.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의 결승전은 오는 20일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잉글랜드전에서도 메시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경기 막판 도움 2개를 몰아치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10분 앤서니 고든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뒤 동점골을 위해 파상공세를 펼쳤다. 수많은 슈팅에도 좀처럼 잉글랜드 골문을 열지 못했지만, 마지막 10분을 남겨두고 승부를 뒤집었다. 메시는 후반 40분 엔조 페르난데스(첼시)의 동점골을 도왔다. 후반 추가시간 2분에는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인터밀란)의 역전 결승골까지 어시스트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메시에게 양 팀 최고 평점인 9.0을 부여했다. 득점하지 않고도 경기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셈이다.
그러나 메시 혼자 만들어낸 승리는 아니었다. 아르헨티나 동료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역전극이었다. 페르난데스는 동점골뿐 아니라 그라운드 곳곳을 누비며 중원의 엔진 역할을 해냈다. 수비형 미드필더 레안드로 파레데스(보카 주니어스)도 태클 4개를 기록하며 묵묵히 잉글랜드의 공격을 차단했다. 세계적인 공격수임에도 대표팀에서는 주로 교체로 출전하는 마르티네스의 희생도 빛났다. 제한된 출전 시간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순간 결승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무엇보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패배 위기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메시뿐 아니라 팀 전체가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또 하나의 극적인 역전 이야기를 완성했다.
이번 대회 아르헨티나의 극장승은 처음이 아니다. 32강에서는 카보베르데의 돌풍에 막혀 이변의 희생양이 되는 듯했지만, 연장 혈투 끝에 3-2 역전승을 거뒀다.
16강은 더욱 극적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월드클래스' 모하메드 살라가 이끄는 이집트를 상대로 후반 34분까지 0-2로 끌려갔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패색이 짙었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크리스티안 로메로(토트넘)의 추격골을 시작으로 메시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페르난데스가 역전골을 뽑아내며 3-2 대역전승을 완성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로 메시를 꼽았다. 메시는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에서 프랑스를 꺾고 오랜 숙원이었던 생애 첫 월드컵 우승을 이뤘다. 39세가 된 메시에게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사실상 마지막 세계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아르헨티나 동료들은 메시에게 또 한 번 월드컵 우승을 안기겠다는 목표로 하나가 됐다.
아르헨티나 매체 라 나시온에 따르면 파레데스는 이집트와의 16강전이 끝난 뒤 "우리는 메시가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가 곁에 있다는 것을 느끼길 원한다"면서 "우리 역시 그의 마지막 경기가 결코 오지 않도록 뛰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는 8강에서도 스위스와 고된 연장 승부를 펼쳤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3-1로 승리해 준결승에 올랐다.
로이터통신도 아르헨티나의 계속된 극장승을 조명하며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 체제에서 아르헨티나는 단순히 메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팀 이상의 존재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선수들은 자신들의 우상인 메시에게 영감을 받으면서도,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핵심 축이 되려는 의지를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잉글랜드전에서도 메시와 동료들은 믿기 어려운 역전승을 합작했다. 로이터통신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포르투갈), 킬리안 음바페(레알 마드리드·프랑스) 같은 현대 축구의 다른 슈퍼스타들이 어려운 경기에서 개인 능력으로 팀을 끌어올리는 데 더 의존한다면, 메시는 자신의 놀라운 기술을 팀 전체의 움직임 속에 녹여내는 선수에 가깝다"고 조명했다.
또 "마르티네스가 후반 추가시간 헤더 결승골을 터뜨리자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곧바로 코너 쪽으로 달려가 메시를 둘러싸고 환호했다"며 "마르티네스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준 크로스를 올린 선수가 바로 메시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메시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아르헨티나 대표팀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한다면, 오랫동안 자신이 빛내온 축구라는 무대의 가장 높은 곳에서 마지막을 장식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