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산①] 48개국·104경기, 월드컵은 커졌지만 축구는 작아졌다... 명승부보다 논란이 더 많았던 대회

이원희 기자
2026.07.21 04:31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스페인의 우승으로 39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는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되고 경기 수도 104경기로 늘어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으나 경기력 편차와 희소성 하락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도입, 대규모 하프타임 공연, 챔피언 반지 수여 및 고가의 티켓 가격 등 상업화 논란도 함께 제기되었다.
북중미 월드컵 조추첨. /AFPBBNews=뉴스1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에 설치된 레고 월드컵 트로피. /AFPBBNews=뉴스1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의 대장정이 20일(한국시간) 막을 내렸다. 지난달 12일 개막 39일 만이다. 사상 첫 48개국 참가국 확대 등 대회 전부터 떠들썩했던 각종 이슈는 뚜렷한 명과 암을 남겼고, 유럽의 여전한 강세 속 9개국이 참가한 아시아는 세계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라스트 댄스에 나선 슈퍼스타들은 저마다 눈물과 함께 길었던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스타뉴스는 월드컵 결산을 통해 지난 북중미 월드컵 여정을 돌아본다. /편집자 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은 규모 면에서 역대 최대 대회였다. 전 세계 축구팬을 울린 명승부와 감동적인 이야기도 쏟아졌지만, 그 못지않게 화제를 모은 것은 대회 내내 이어진 각종 논쟁이었다.

북중미 월드컵은 20일(한국시간) 스페인의 통산 두 번째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스페인은 결승에서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버틴 아르헨티나를 연장 혈투 끝에 1-0으로 꺾었다.

대회는 공동 개최국인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39일간 진행됐다. 참가국은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었고, 전체 경기 수도 64경기에서 104경기로 40경기 증가했다. 말 그대로 역대 가장 큰 월드컵이었다.

참가국 확대는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이전까지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던 나라들이 세계적인 축제를 경험했고, 더 많은 선수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릴 기회가 주어졌다. 특히 첫 출전한 카보베르데는 매서운 돌풍을 일으키며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반면 경기력 편차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팀들의 참가가 늘면서 일방적인 경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조별리그에서 독일이 퀴라소를 7-1로 대파한 경기가 대표적이었다.

대회 초반 알렉산데르 체페린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48개국 체제를 향해 "흥미롭지 않은 경기가 대단히 많아졌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경기 수가 지나치게 늘어나 월드컵 특유의 희소성이 떨어지고, 팬들의 피로감이 커졌다는 평가도 피하지 못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월드컵은 한 달간 펼쳐지는 축제라기보다 거대한 축구 시즌을 몇 주 안에 압축한 것처럼 느껴졌다"고 꼬집었다.

카보베르데 선수단. /AFPBBNews=뉴스1
퀴라소전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는 독일 선수단. /AFPBBNews=뉴스1

또 다른 논쟁의 중심에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가 있었다. 모든 경기에서 전반 22분과 후반 22분 무렵 약 3분간 의무적으로 휴식을 취하도록 한 제도다. FIFA는 북중미 지역의 무더위와 높은 습도를 고려한 선수 보호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감독과 선수, 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정해진 시간에 경기가 중단되면서 축구가 사실상 4쿼터제로 바뀌었다는 불만이 나왔다. 경기 흐름이 끊기는 것은 물론, 각 팀에 두 차례의 추가 작전타임을 제공해 승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휴식시간을 활용해 광고를 내보낼 수 있는 새로운 상업적 구간이 생겼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FIFA는 "광고가 아닌 선수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선을 그었지만, 결과적으로 경기 도중 별도의 광고 시간이 마련됐다는 시선을 피하기 어려웠다. 일각에서는 막대한 상업적 효과 때문에 FIFA가 앞으로도 이 제도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통해 작전타임을 가지고 있다. /AFPBBNews=뉴스1
북중미 월드컵 결승에서 공연 무대에 오른 BTS. /AFPBBNews=뉴스1

결승전에서 진행된 대규모 하프타임 공연도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축구 경기의 하프타임은 통상 15분이지만, 이번 결승에서는 BTS와 마돈나, 샤키라, 콜드플레이 등 세계적인 스타들의 공연이 이어지면서 휴식시간이 27분까지 늘어났다.

관중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지나치게 길어진 휴식이 경기 리듬과 선수들의 몸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특히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을 연상시키는 연출을 두고, 월드컵을 미국식 스포츠 이벤트로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하프타임 공연뿐 아니라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우승팀에 '챔피언 반지'를 수여했다. 챔피언 반지는 미국과 캐나다를 대표하는 4대 프로스포츠인 NFL, 메이저리그(MLB), 미국프로농구(NBA),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오랜 전통으로 자리 잡았지만, FIFA 주관 축구대회에 도입된 것은 전례가 없었다.

FIFA는 총 2026개의 반지를 제작했다. 우승팀 선수단에 지급되는 30개를 제외한 나머지 1996개는 전 세계 팬들에게 판매하기로 했다. 가격은 개당 15만 달러, 한화로 약 2억3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토크스포츠는 "FIFA의 우승 반지 판매는 이미 지나치게 상업화됐다는 평가를 받는 이번 월드컵에서 또다시 수익을 올리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호나우지뉴, 마돈나, 호나우두. /AFPBBNews=뉴스1
월드컵 우승 반지. /사진=FIFA 홈페이지.

천정부지로 치솟은 티켓 가격 역시 명암이 뚜렷했다. 조별리그 티켓의 초기 가격은 575달러(약 90만원)로 책정됐다. 이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판매된 가장 비싼 조별리그 티켓보다도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표는 불티나게 팔렸다. 로이터에 따르면 조별리그 72경기 가운데 절반 이상이 매진됐고, 나머지 대부분의 경기 역시 빈 좌석이 수백 석에 불과했다. FIFA는 조별리그에서 판매 가능한 좌석의 약 99.7%가 채워졌다고 밝혔다.

FIFA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도입했다. 실시간 수요와 여러 조건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 재판매 티켓 평균 등록가는 1만1000달러(약 1630만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미국 티켓 거래 플랫폼 시트긱은 "자사에서 거래된 스포츠 이벤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2024년 슈퍼볼보다도 8% 비쌌다"고 설명했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 /AFPBBNews=뉴스1
프랑스 축구팬. /AFPBBNews=뉴스1

흥행과 수익 면에서는 성공이었지만, 월드컵이 부유층만을 위한 행사가 됐다는 비판도 거셌다. 로이터는 "인권 전문가들은 이번 대회가 너무 많은 팬에게 여전히 접근할 수 없는 행사였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로난 에뱅 유럽축구서포터스연맹 사무총장은 이번 대회를 "'소수의 행복한 사람들'을 위한 월드컵"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노르웨이와 스코틀랜드 팬들처럼 미국을 여행할 충분한 구매력을 갖췄고, 입국 비자 문제에서도 자유로우며, 터무니없이 비싼 티켓 가격까지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만 현장을 즐길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이터는 "이번 대회도 월드컵이 늘 그래왔듯 새로운 영웅과 무너진 우승 후보, 국가적 상처, 대회를 둘러싼 수많은 논란을 뚫고 남는 강렬한 순간을 만들어냈다"면서도 "하지만 가장 오래 남을 유산은 특정 경기나 우승팀이 아닐지도 모른다. 북중미 월드컵에서 선례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캐나다 축구팬들. /AFPBBNews=뉴스1
일본 축구팬.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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