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내 가족을 건드린다면 미련 없이 떠나겠다. 내가 형편없다고 생각한다면 면전에서 직접 말해달라."
독일 축구를 구하기 위해 지휘봉을 잡은 위르겐 클롭 감독이 부임 첫날부터 확실한 경고를 남겼다. 경기력과 전술을 향한 비판은 받아들이겠지만, 가족과 사생활까지 공격한다면 잔여 연봉도 받지 않고 곧바로 물러나겠다는 선언이다.
독일축구연맹(DFB)은 24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클롭 감독의 독일 남자 축구대표팀 사령탑 선임을 발표했다.
클롭 감독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 위치한 DFB 캠퍼스에서 4년 계약에 서명했다. 계약 기간은 2030년까지다. 그는 2028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와 203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 독일 대표팀을 이끈다.
코칭스태프도 익숙한 얼굴들로 채웠다. 클롭 감독은 오랫동안 함께했던 페터 크라비츠, 펩 라인더스와 스벤 벤더를 코치진에 합류시키며 자신의 사단을 꾸렸다.
클롭 감독은 "대표팀은 그 어떤 것보다 독일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임무가 특별하다"라고 부임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난 1년 반 동안 레드불에서 경험하고 배운 모든 것에 감사한다. 이번 계약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열린 분위기에도 감사드린다"라며 "이제 독일 축구에서 맡게 된 특별한 임무가 기대된다. 겸손과 인내심을 갖고 함께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목표도 분명했다. 클롭 감독은 "서로를 위해 싸우고 축구를 즐기며 국민들이 온전히 응원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클롭 감독 앞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 독일은 월드컵에서 네 차례 정상에 오른 전통의 강호다. 그러나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 이후 오랜 부진에 빠졌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한국에 0-2로 패하며 1승 2패, 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독일 축구 역사상 첫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일본에 1-2로 패한 뒤 스페인과 1-1로 비겼다. 코스타리카를 4-2로 꺾었지만 조 3위에 그치며 두 대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굴욕을 맛봤다.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반등하지 못했다. 독일은 파라과이와의 32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조기 탈락했다.
추락한 독일 축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임무를 맡은 클롭 감독은 선수 선발부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에 나설 선수는 충분한 기량을 갖춰야 한다. 승리에 굶주려 있어야 하며 독일 유니폼을 입었을 때 한층 더 강해지는 선수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독일 대표팀에 대한 자부심을 말로만 표현해서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클롭 감독은 "단순히 독일을 대표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경기장에서 직접 증명해야 한다. 독일 대표팀에서 뛸 자격이 있는 모든 선수는 그에 걸맞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선수들을 지켜볼 것이다. 내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오늘은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후보 선수들을 확인하기 위해 독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열리는 많은 경기도 직접 관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클롭 감독은 독일 언론과 축구계에도 공개적인 경고를 던졌다. 그는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이 자리를 맡은 것이 아니다. 여러분을 위해 이 일을 하는 것"이라며 "여러분이 율리안 나겔스만을 어떻게 대했는지, 토마스 투헬을 어떻게 대했는지 봤다. 그럼에도 이 자리를 수락했다"라고 말했다.
나겔스만 감독은 독일 대표팀과 바이에른 뮌헨을 지휘하는 동안 경기력과 전술뿐만 아니라 여러 외적인 문제를 두고도 거센 비판을 받았다. 투헬 감독 역시 독일과 잉글랜드에서 활동하며 언론과 전직 선수들의 집중적인 공격에 시달렸다.
클롭 감독은 축구를 향한 비판과 가족을 겨냥한 공격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영국 'BBC'에 따르면 클롭 감독은 "여러분이 무례하게 행동하고 내 가족을 괴롭힌다면 나는 그냥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나라에서는 대표팀 감독들이 훨씬 더 나쁜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나는 이 일을 사랑하지만 필요하다면 언제든 그만둘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자신의 지도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한다면 직접 말해달라는 요구도 남겼다.
클롭 감독은 "내가 형편없다고 생각한다면 제 면전에서 직접 말해달라"라며 "그렇다면 잔여 연봉이나 위약금으로 단 한 푼도 요구하지 않고 즉시 물러나겠다"라고 선언했다.
대표팀 감독에게 경기력과 결과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다. 클롭 감독 역시 이를 거부하지 않았다.
다만 비판이 가족의 사생활과 일상에 대한 공격으로 번지는 순간에는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에도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독일 축구의 부활을 맡은 클롭 감독은 첫 기자회견부터 선수들에게는 헌신을, 언론과 팬들에게는 최소한의 선을 요구했다. 독일 대표팀의 새로운 출발은 전술이나 선수 선발이 아닌 강력한 경고와 함께 시작됐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