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농구 다 해봤는데 럭비가 제일 재밌어요" 공군·소방관 꿈꾸던 14·13세 소년, 타원형 공에 빠져들다 [인터뷰]

김동윤 기자
2026.08.21 10:56
지난 15일 인천 서구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꿈나무들에게 럭비를 알리기 위한 '제3회 OK 읏맨 럭비 아카데미'가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에는 배재중학교의 강동우와 박종진을 포함한 국내외 학생 선수 150여 명이 참가하여 현역 선수들에게 기술을 배우고 럭비의 재미를 체험했다. 두 학생은 과거 공군과 소방관을 꿈꿨으나 현재는 럭비의 매력에 빠져 국가대표와 실업팀 진출을 목표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배재중 2학년 강동우(왼쪽)와 박종진 학생이 지난 15일 인천광역시 서구 청라동에 위치한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제3회 OK 읏맨 럭비 아카데미'에서 스타뉴스와 만났다. /사진=김동윤 기자
럭비 꿈나무들이 지난 15일 인천광역시 서구 청라동에 위치한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제3회 OK 읏맨 럭비 아카데미'에 참가해 2박 3일의 일정을 시작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축구도 하고 농구도 해봤는데 럭비만큼 재미있는 게 없어요."

공군을 꿈꾸던 소년과 소방관을 생각하던 소년의 진로가 타원형 공 하나를 만나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에서 럭비는 비인지 스포츠에 속한다. 나름 축구보다 먼저 정식 스포츠화되고 종주국인 잉글랜드를 비롯해 영연방 국가와 유럽, 북미,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도 인기 스포츠에 속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종목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5일 인천 서구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제3회 OK 읏맨 럭비 아카데미는 스포츠에 관심 많은 꿈나무에게 럭비를 알리고 함께할 친구들을 접하는 소중한 만남의 장이었다. OK 금융그룹은 참가비 전액 무료로 허들을 아예 없앴다.

그렇게 만난 국내 11개 중학교·스포츠클럽과 아랍에미레이트(UAE)의 Dubai Tigers 등 총 150여 명의 학생 선수들은 OK 읏맨 럭비단의 현역 선수들을 만나고 럭비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럭비 유망주 강동우(14)와 박종진(13·이상 배재중)도 그중 하나였다.

이곳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두 학생은 한 살 차이 선후배지만, 럭비를 만난 과정은 닮은 듯 달랐다. 2학년 강동우는 야구와 육상을 병행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럭비공을 잡았다. 부상으로 운동 자체를 그만둬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 과거 자신을 지도했던 육상부 코치가 럭비를 권했다.

강동우는 "당시만 해도 럭비는 이름과 공 모양 정도만 알았다. 규칙도, 경기 방법도 몰랐다. 그러나 직접 해본 뒤 빠르게 빠져들었다"라며 "운동을 정말 다양하게 해봤다. 축구, 농구도 다 해봤는데 럭비만큼 재미있는 게 없었다. 럭비는 누구 하나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모두가 같이 해야 한다. 협동심이 되게 중요하고 그러면서 생기는 끈끈한 우정이 좋다"고 힘줘 말했다.

배재중 2학년 강동우 학생이 지난 15일 인천광역시 서구 청라동에 위치한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제3회 OK 읏맨 럭비 아카데미'에서 스타뉴스와 만났다. /사진=김동윤 기자
OK 읏맨 럭비단 이광문 감독대행(가운데 검은 옷)이 15일 인천광역시 서구 청라동에 위치한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제3회 OK 읏맨 럭비 아카데미'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OK 읏맨 럭비단 제공

농구 유망주였던 1학년 박종진은 이제 막 그 재미를 알아가는 중이다. 모르는 규칙이 많지만, 재미가 생기니 스스로 영상을 찾아보고 규칙까지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번 아카데미도 럭비를 더 알고 싶어 찾았다. 박종진은 "처음에는 그저 공을 들고 뛰는 운동인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달랐다. 스텝으로 상대를 제칠 수도 있고 힘으로 돌파할 수도 있다. 그런 점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웃었다.

처음부터 겁이 없었던 건 아니다. 강동우는 생애 첫 경기를 앞두고는 긴장한 나머지 구토 증상까지 느꼈다. 하지만 몸을 한 번, 두 번 부딪쳐보면서 두려움은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박종진도 상대에게 몸을 던지는 태클이 무서웠다. 그러나 한 번, 두 번 직접 부딪히면서 두려움은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부모의 반대도 넘어야 했다. 강동우는 "부모님 두 분 다 반대가 심하셨다. 아버지는 내가 실력을 떠나 성실한 모습을 안 보이면 공부에 전념하라고 하셨다. 어머니는 설득하기 쉽지 않았다. 야구와 달리 럭비는 실업팀도 4개밖에 없는데 그 팀에 가지 못하면 그 뒤가 힘들어질 수 있다며 걱정하셨다. 하지만 내가 간곡히 부탁드리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니 지금은 믿고 많이 밀어주신다"고 전했다.

그 노력은 지도자도 인정한다. 김정민(43) 배재중 감독은 "(강)동우는 열정이 넘치고 운동신경이 좋다. 하고자 하는 마음도 매우 크고 럭비 센스, 운동 센스, 신체적인 감각이 좋다"며 "감히 이야기하면 현재 2학년 선수들 가운데 전국에서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라고 본다. 3학년 선수들과 비교해도 더 나은 부분이 있다. 앞으로 크게 될 선수"라고 평가했다.

한 살 어린 박종진은 럭비를 시작한 지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180㎝가 넘는 큰 키에 남다른 운동신경으로 기대받던 농구 유망주였지만, 응급실까지 갈 정도로 아찔한 부상 경험이 있었다.

김정민 감독은 "(박)종진이가 운동을 그만두고 공부하려고 했는데 부모님도 운동을 계속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고, 본인도 다른 종목을 해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럭비를 한번 해볼 생각이 있느냐'고 권했다"고 설명했다. 부상에 대한 걱정 때문에 체험부터 권했고, 막상 럭비부에 들어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의 마음도 달라졌다.

배재중 1학년 박종진 학생이 지난 15일 인천광역시 서구 청라동에 위치한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제3회 OK 읏맨 럭비 아카데미'에서 스타뉴스와 만났다. /사진=김동윤 기자
OK 읏맨 럭비단 양지융(가운데 검은 옷)이 지난15일 인천광역시 서구 청라동에 위치한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제3회 OK 읏맨 럭비 아카데미'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OK 읏맨 럭비단 제공

두 학생이 아카데미를 받아들이는 방식에서도 1년의 차이가 드러났다. 지난해에도 참가했던 강동우는 "지난해 나도 여기서 룰을 배우면서 럭비가 훨씬 더 재밌어졌다. 올해는 킥을 중점적으로 배웠는데 나를 알게 되고 임팩트 같은 세세한 기술도 많이 배워서 재밌었다"고 말했다.

반면 처음 참가한 박종진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전체적인 럭비 룰을 제대로 아는 것이었다. 강동우는 그런 후배에게 "다른 팀 친구들이나 선배들과 두루두루 친해졌으면 좋겠다. 좋은 선배님들과 선수분들이 정말 잘 가르쳐주시니까 많이 물어보고, 귀찮게 해서라도 최대한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럭비에서는 그 만남 자체도 특별하다. 박종진은 "학교에서 야구, 축구, 농구 하는 친구들은 쉽게 만날 수 있는데 럭비 하는 친구들은 정말 많지 않다. 이렇게 한 자리에 만나는 것 자체가 새롭다"

한국 럭비가 처한 현실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김정민 감독에 따르면 럭비를 정말 해보고 싶다며 스스로 찾아오는 중학생은 여전히 1년에 한두 명 정도로 드물다. 대학 진학이라는 현실적인 장점 때문에 시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정작 럭비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대학에 가서 운동을 놓는 선수도 생긴다.

얇은 선수층을 넓히는 것만큼 '럭비가 재미있어서 계속하고 싶은 아이'를 만드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그 점에서 강동우와 박종진은 반가운 사례다. 강동우는 럭비를 만나기 전 공군사관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는 어린이였다. 지금은 중학교 3학년 때 청소년 국가대표에 뽑히고 연세대, 국군체육부대(상무)를 거쳐 실업팀과 성인 국가대표까지 가는 구체적인 길을 그리고 있다.

'제3회 OK 읏맨 럭비 아카데미' 현장. /사진=OK금융그룹 제공
'제3회 OK 읏맨 럭비 아카데미' 현장. /사진=OK금융그룹 제공

럭비를 하는 학생 선수들은 럭비부가 있는 연세대, 고려대, 경희대, 단국대 등 4개 대학 진학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 그 탓에 공부의 중요성은 타 종목에 비해 높다. 오히려 이 부분이 학부모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강동우는 "훈련이 끝나고 피곤한데 집에 가서 숙제하는 게 쉽진 않아요"라고 웃으면서도 "공부를 안 한, 머리가 텅 빈 운동선수는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학교 성적도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박종진 역시 과거에는 소방관을 꿈꿨다. 하지만 지금은 고려대나 연세대에 진학한 뒤 상무와 실업팀으로 이어지는 선수를 꿈꾼다. 만약 선수의 길이 여의찮다면 체육 교사나 지도자가 돼 스포츠 곁에 남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분명한 건 두 사람 모두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직접 해보니 재미있어서 럭비공을 잡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럭비가 더 알고 싶고, 같이 하는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아카데미를 스스로 찾았다.

OK금융그룹이 마련한 럭비 아카데미의 의의도 여기에 있다. 김정민 감독은 "아이들이 이런 아카데미를 통해 럭비를 배우고 실업팀 선수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졸업해서도 지금의 경험을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이야기할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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