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건 없다" 1300만 앞둔 프로야구, 역대급 열기 뒤 숨은 흥행 위협 요소 [창간22 기획①]

안호근 기자
2026.08.31 10:01
프로야구는 2024년 1000만 관중 시대를 열고 지난해 1200만을 돌파하며 대한민국 최고 프로스포츠로 자리 잡았으나, 선수들의 일탈과 국제대회 경쟁력 약화 등 위기 요소가 존재한다. 특히 폭염과 같은 기후 변화에 따른 관람 환경 악화와 경기력 저하 문제는 팬들의 만족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치명적인 요인으로 지목되었다. 오승환 해설위원은 팬들의 방문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강조하며 선수들이 경기력과 팬서비스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5월 1일 LG 트윈스 대 NC 다이노스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 전경. 구장을 가득 메운 만원 관중이 응원을 하며 명승부를 관전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당연한 건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810만→1088만→1231만. 프로야구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 프로스포츠로 우뚝 섰다. 2024년 한국 프로 스포츠 최초 1000만 관중 시대를 열더니 지난해엔 1200만을 넘어섰고 올 시즌엔 더 뜨거운 열기로 새로운 역사를 쓸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영원할 것이라는 생각,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지는 건 절대 금물이다. 그러한 인식이 프로야구를 또 다른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암흑기를 지내던 프로야구였다. 8개 구단 체제에서도 2000년부터 5년 연속 200만 대 관중에 그쳤던 프로야구는 2006년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과 준우승, 2008년 베이징 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과 함께 가파른 흥행 상승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관중이 꾸준히 늘었고 2013년 9개 구단, 2015년 10개 구단 체제가 됐고 2016년부터 3년 연속 8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2019년 728만으로 관중 감소세를 보인 뒤 이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2년 연속 사실상 관중을 받지 못하고 시즌을 치렀다.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3월 9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도쿄 POOL 대한민국과 호주 경기에서 7-2로 승리하며 본선행을 확정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지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이후 다시 관중을 맞이 했고 2022년 607만, 2023년 810만 관중을 불러 일으키더니 2024년엔 역대 최다인 1000만 관중 돌파에 성공했다. 지난해엔 1200만도 넘어서며 프로야구 신드롬을 일으켰다.

오히려 야구계 내부에서 정확한 원인을 재빠르게 진단하지 못했다. 2000년대 중반처럼 국제대회 성적을 바탕으로 한 것도, 뚜렷한 어떤 호재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시대의 변화가 이끈 흥행이었다. 2030 여성이 흥행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가파른 물가 상승 속에 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프로야구는 가성비 높은 문화 생활로 각광을 받았다. 매일 같이 펼쳐지는 경기와 발전된 뉴미디어 환경 속에 쏟아지는 컨텐츠는 새로운 소비층들의 만족도를 크게 높이며 안정적인 흥행 열기를 넘어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소비층을 확보하는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1300만 관중이라는 화려한 숫자 이면에는 KBO리그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치명적인 위기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지금의 인기에만 취해 있다가는 자칫 순식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일을 경험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이를 위해 냉정한 현실 직시가 필요하다.

해외 불법 도박으로 징계를 받았던 롯데 김세민(왼쪽부터), 고승민, 나승엽이 복귀를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사과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와 도덕적 해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은 선수들의 일탈이다. 그동안 프로야구 흥행에 발목을 잡는 가장 위험 요소로 인식됐던 요소다. 올해만 하더라도 시즌 전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현지에서 불법 도박장에 나타나 징계를 받았다. 이용규 키움 히어로즈 플레잉 코치는 음주운전 사고로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2년 실격 처분을 받았다.

이밖에도 프로야구는 그동안 팬들을 실망시키는 수많은 사건·사고를 경험했다. 폭행과 사생활 논란 등 윤리적 문제 등은 1300만 관중 시대를 향한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흥행을 주도하는 2030 여성 팬층이 보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갖추고 이에 반했을 때 실망감을 바탕으로 한 불매 운동이나 철저한 무관심으로 적극 대응한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단 한 명의 일탈이 리그 전체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구단과 KBO 차원에서도 강력한 징계와 실효성 있는 예방 교육을 더 강화해야 한다.

◆ 세계 야구와 멀어지는 국제대회 경쟁력

또 하나는 국제대회 경쟁력 제고다. 2000년대 중반 KBO리그의 부흥기가 올림픽 금메달과 WBC 호성적 등 국제 경쟁력을 자양분 삼아 이뤄졌음을 상기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한국 야구는 주요 국제 무대에서 조기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세계 야구와의 뚜렷한 격차를 절감했다.

시즌을 앞두고 열린 2026 WBC에서 17년 만에 본선 무대에 오른 만큼 이젠 다음달 2026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로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군 미필 선수들의 병역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합법적 기회로서 프로야구의 흥행 유지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 쾌적한 관람 위협하는 환경, 더 중요해진 KBO 발 빠른 대응

통제 불가능한 변수인 '기후' 역시 흥행의 직접적인 위협으로 떠올랐다. 해마다 심해지는 한반도의 찌는 듯한 폭염은 야구장 직관 환경에 방해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이달엔 폭염으로 인해 무려 30경기를 쉬어갈 정도로 무더위에 직면했다.

한반도에 몰아친 폭염에 KBO는 서둘러 폭염 취소에 대한 규정을 만들었지만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강행된 지난 4일 인천 경기(SSG-LG)에선 수많은 온열질환 환자가 나타났고 KBO는 이후 급하게 그 주 예정된 모든 경기를 취소시켰다. 이후 경기 시간까지 조율했다.

물론 선제적 대응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미 예정된 일정 많은 부분에 차질이 생기고 추가적인 일정 조율이 필요해진다. 다만 안전사고 예방과 관중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폭염이 어느 정도 물러갔지만 이젠 태풍과 폭우에 대한 걱정도 이어진다. 당장 30일에만 3경기가 우천 취소됐다.

유연한 리그 운영을 위한 KBO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고 장기적인 측면에선 이러한 변수를 억제할 돔구장 확충, 정기적인 혹서기 경기 시간 조정 등 근본적인 환경 개선 등까지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무더위가 지속된 잠실야구장 전경. 그라운드에 비치된 온도계가 40도를 가르키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한숨 자아내는 경기력, 그리고 "당연한 건 없다"는 경고

무엇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그라운드 위 경기력과 팬들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흥행 열기와 달리 잦은 실책과 본헤드 플레이, 무기력한 경기 내용은 팬들에게 피로감을 안긴다. 당장 올 시즌 5강에 드는 팀과 하위 5팀의 간격이 너무 벌어졌다는 것도 잔여 시즌 흥행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늘어난 관중이 언제까지도 프로의 품격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에도 계속 열광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지워야 한다.

한국과 일본, 미국 야구까지 경험한 오승환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뼈 있는 조언을 되새겨봐야 할 때다. 오 위원은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당연한 건 없다고 생각을 해야 된다. 선수들이 이렇게 야구장을 많이 찾아와 주시는 팬분들을 위해서 해야 할 건 분명하다"며 "경기할 때만큼은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항상 노력을 해야 한다. 또 야구장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힘든 발걸음을 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렇기에 팬서비스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당연한 건 없다고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프로야구 신드롬은 팬들이 쥐여준 무거운 책임감이기도 하다. 지금의 열기에 도취해 내재된 위기 요소들을 돌아보지 못한다면 과거의 텅 빈 관중석은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 "당연한 건 없다"는 철저한 위기 의식만이 KBO리그의 지속 가능한 흥행을 담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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