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팬들은 트로이 패럿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6년 전 조제 무리뉴(63) 감독은 토트넘 홋스퍼 팬들의 트로이 패럿(24, 레알 베티스) 기용 요구를 냉정하게 받아쳤다. 당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유망주는 이제 무리뉴 감독에게 레알 마드리드 복귀 후 첫 패배를 안긴 주인공이 됐다.
영국 'BBC'는 5일(한국시간) "아일랜드 공격수 트로이 패럿이 교체로 출전해 결승골을 넣으면서 레알 베티스의 레알 마드리드전 승리를 이끌었다"라고 보도했다.
베티스는 이날 스페인 세비야의 에스타디오 라 카르투하에서 열린 2026-2027시즌 스페인 라리가 4라운드에서 레알을 1-0으로 꺾었다.
패럿은 후반 23분 교체 투입된 뒤 후반 36분 결승골을 터뜨렸다. 넬슨 데오사의 헤더를 티보 쿠르투아 골키퍼가 쳐내자 골문 앞에서 재빨리 오른발로 밀어 넣었다. 지난여름 AZ 알크마르를 떠나 이적료 1710만 파운드(약 311억 원)에 베티스 유니폼을 입은 뒤 3경기 만에 기록한 첫 골이었다.
레알은 후반 43분 카를로스 에스피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크로스를 발리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지만, 앞선 과정에서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득점이 취소됐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킬리안 음바페의 페널티킥마저 알바로 바예스 골키퍼에게 막혔다.
결국 베티스가 1-0 승리를 지켰다. 레알 복귀 후 개막 3연승을 달렸던 무리뉴 감독은 공교롭게도 자신이 프로 무대에 데뷔시킨 패럿에게 첫 패배를 당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9-2020시즌 토트넘에서 시작됐다. 당시 토트넘은 해리 케인과 손흥민의 부상으로 공격진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무리뉴 감독은 18세였던 패럿을 적극적으로 기용하지 않았다.
팬들과 아스날 출신 이안 라이트는 패럿에게 충분한 출전 시간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무리뉴 감독은 "팬들은 패럿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머리가 긴지 짧은지, 금발인지 어두운색인지도 모른다"라고 응수했다.
이어 "벤치 뒤에 있던 한 팬이 트로이를 투입하라고 외쳤는데, 정작 트로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무리뉴 감독은 당시 패럿에게 실력보다 먼저 올바른 마음가짐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패럿을 향해 "어린 선수들과 경기할 때마다 왜 자신이 최고의 유망주인지, 왜 1군에서 훈련하는지를 증명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패럿은 무리뉴 감독 체제에서 프리미어리그에 두 차례 출전하는 데 그쳤다. 이후 밀월과 입스위치 타운, MK 돈스, 프레스턴 노스 엔드 등으로 임대를 떠났지만 토트넘 1군에 정착하지 못했다.
반전은 네덜란드에서 시작됐다. 엑셀시오르 임대 생활을 통해 가능성을 증명한 패럿은 AZ로 이적했고, 공식전 97경기에서 51골을 터뜨렸다.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관심도 받았지만, 지난여름 베티스를 선택하며 라리가에 입성했다.
아일랜드 대표팀에서도 존재감을 키웠다. 지난해 11월 포르투갈과 헝가리를 상대로 나흘 동안 5골을 몰아치며 아일랜드를 월드컵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18세 유망주였던 패럿은 여러 차례 임대와 이적을 거쳐 라리가 무대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냉정한 평가를 내렸던 옛 스승 앞에서 베티스 데뷔골이자 레알을 무너뜨린 결승골을 터뜨렸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