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23)을 비롯한 핵심 선수들이 약 2주간 자리를 비운다. 선두와 격차도 결코 작지 않다. 그래도 KIA 타이거즈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연패를 끊어줄 확실한 에이스 애덤 올러(32)의 존재 덕분이다.
올러는 지난 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KT 위즈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3피안타 3볼넷 10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KIA는 연장 10회 변우혁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4-3 승리를 거두며 2연패에서 탈출했다. 올러에게 승리가 돌아가진 않았지만, 경기 초중반을 완벽하게 지배하며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상대가 선두 KT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올러는 경기 후 "KT 타선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모든 타자, 모든 카운트에 최고의 집중력으로 투구했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압도적이었다. 5회초 허경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KT 선발타자 9명을 모두 한 차례 이상 삼진으로 잡았다. 올 시즌 KBO 리그 첫 선발타자 전원 탈삼진이자 KIA 구단 역대 7번째, KBO 리그 역대 46번째 기록이었다.
무려 22년 만에 타이거즈 레전드들의 이름까지 다시 꺼냈다. 구단에서는 선동열(63) 전 감독이 세 차례, 이대진(52) 한화 퓨처스 감독이 두 차례, 이동현(47·2024년 KIA 2차 1R 지명)이 한 차례 기록했다. 가장 최근은 이동현이 2004년 10월 5일 무등 한화전에서 작성한 것이었다.
노히트 행진도 5⅔이닝 동안 이어졌다. 4회까진 퍼펙트였고 5회 장진혁에게 볼넷을 준 것이 6회 전 KT 출루의 전부였다. 올러는 올해 처음 만난 KT를 상대로 포수 김태군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그는 "오늘은 더욱 (김)태군의 리드를 믿었다. 평소보다 공격적인 리드를 가져갔고 그 리드대로 던져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올러는 포심 패스트볼(53구), 슬라이더(34구), 체인지업(9구), 커브볼(8구) 등 총 104개의 공을 던지면서 67개를 스트라이크로 만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스트라이크존만 공격한 건 아니었다. 장타력과 작전 수행 능력을 모두 갖춘 KT 타선의 출루 자체를 최소화하려 했다.
올러는 "어려운 카운트에서도 상대 배트를 끌어낼 수 있는 유인구를 적절히 섞었다. 그 결과로 선발타자 전원 탈삼진이라는 의미 있는 기록이 따라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7회를 마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올러는 "7회를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둬 아쉬웠다. 잘 마무리해준 (곽)도규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올러의 존재감은 KIA에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오는 14일 경기 후 김도영과 박재현(20), 성영탁(20)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해 약 2주간 자리를 비운다.
5일 경기 전 기준 KIA는 선두 KT에 6.5경기 뒤진 4위다. 오히려 5위 두산 베어스와 격차가 3.5경기에 불과해 선두 추격보다 포스트시즌 진출권 수성이 더 현실적인 걱정이라는 시선도 있다.
이럴 때 가장 위험한 것이 연패다. KIA가 그 점에서 믿을 구석은 올러와 제임스 네일(33)의 강력한 외국인 원투펀치다. 특히 올러의 꾸준함이 돋보인다. 올 시즌 24차례 선발 등판 가운데 16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141⅓이닝을 책임지며 11승 9패 평균자책점 2.99, 154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한 차례 큰 충격도 있었다. 7월 2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이닝 7피안타 3사사구 8실점으로 무너졌다. 그러나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8월 이후 다시 5경기 연속 QS를 작성하면서 평균자책점 1점대의 안정감을 되찾았다.
올러 역시 이날 투구를 일회성으로 끝낼 생각이 없다. 그는 "2실점을 했지만, 오늘(4일)은 스스로 만족스러운 경기였다"며 "남은 시즌 등판하는 모든 경기에서도 이런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