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날 죽일 거 같다" 전국 1등 강요→골프채 폭행...끝내 살해한 아들[뉴스속오늘]

"엄마가 날 죽일 거 같다" 전국 1등 강요→골프채 폭행...끝내 살해한 아들[뉴스속오늘]

김소영 기자
2026.09.0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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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2년 9월6일 학대를 일삼는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등학생 지모군이 항소심에서 징역 3년6개월, 단기 3년을 선고받았다. /사진=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갈무리
2012년 9월6일 학대를 일삼는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등학생 지모군이 항소심에서 징역 3년6개월, 단기 3년을 선고받았다. /사진=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갈무리

14년 전인 2012년 9월 6일, 어머니를 살해한 뒤 시신을 8개월간 방치한 혐의로 기소된 고등학생 지모군(범행 당시 18세)이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장기 3년 6개월, 단기 3년을 선고받았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에게 지속적으로 학대당한 지군은 2011년 3월, 사흘간 밥을 굶기고 잠도 못 자게 한 채 밤새도록 골프채와 야구방망이로 자신을 폭행한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지군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인정한 항소심 재판부는 "죄질이 좋지 않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면서도 "피고인 같은 사춘기 자녀를 둔 어미의 심정으로 피고인의 장래를 위해 기도하겠다"며 눈물을 보였다.

"아들 서울대 법대 보내 복수할 것"…박씨 집착의 시작
박씨는 남편 지씨와 불화가 생길 때면 그 화를 아들 지군에게 풀었다. /사진=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갈무리
박씨는 남편 지씨와 불화가 생길 때면 그 화를 아들 지군에게 풀었다. /사진=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갈무리

편부 가정에서 자란 지군의 어머니 박모씨는 남동생만 편애하는 부친에게서 벗어나 지모씨와 가정을 꾸렸다. 결혼 후 박씨는 친정과 거의 왕래하지 않았고 친구나 지인도 별로 없었다. 그가 기댈 곳은 오직 남편과 아들뿐이었다.

그러나 부부의 결혼생활은 평탄치 않았다. 박씨는 자신의 애정 결핍을 남편 지씨가 채워주길 바랐으나 현실은 따라주지 않았다. 급기야 박씨가 자살 협박 등 이상행동까지 보이자 지씨는 밖으로 겉돌기 시작했다.

박씨는 남편과 불화가 생길 때면 그 화를 아들 지군에게 풀었다. 지씨는 "아들이 7살 되던 해 여름에 긴팔 긴바지를 입고 있어 걷어보니 온몸에 퍼렇게 멍이 들었더라. 아내가 나에 대한 증오를 아들에게 푼 것 같았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군이 초등학교 시절 전교권 성적을 내자 아들을 서울대 법대에 보내 남편을 비롯해 자신을 깔봤던 모든 사람에게 복수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이후 박씨는 아들에게 '서울대 법대'와 '전국 1등'만을 강요했다.

이 때문에 지군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하루 16시간씩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했다. 박씨는 지군을 학원에도 보내지 않고 곁에 둔 채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 지군이 학습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어김없이 체벌을 일삼았다.

남편 가출하자 심해진 학대…체벌용 바지까지 준비했다
남편이 가출하자 박씨는 아들 성적에 병적으로 집착하기 시작했다. /사진=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갈무리
남편이 가출하자 박씨는 아들 성적에 병적으로 집착하기 시작했다. /사진=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갈무리

지군이 중학교 1학년 때인 2006년 말 남편 지씨가 집을 나가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자 박씨는 아들 성적에 병적으로 집착하기 시작했다.

당시 지군은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4000등 안에 들고 학교에선 전교 1·2등을 다툴 정도로 우등생이었지만 박씨는 이것도 부족하다며 늘 매를 들었다. 체벌 도구도 대걸레 봉, 홍두깨, 야구 배트, 골프채 등 가리지 않았다.

박씨는 지군이 잠을 못 자게 하거나 밥을 굶기기 일쑤였고, 체벌할 땐 집 밖으로 비명이 새어 나갈까 지군 입에 수건을 물렸다. 또 바지에 피가 묻으면 빨래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체벌용 바지까지 구비해 입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군은 몇 시간에 걸쳐 100~200대씩 맞은 날이면 엉덩이에서 나는 피를 지혈하기 위해 수건을 속옷에 덧대고 학교에 갔다. 학대 사실이 학교에 알려지면 더 심한 체벌로 되돌아올까 봐 두려워 선생님께도 알리지 못했다고 한다.

'성적표 위조' 들통 우려에 범행…"둘 중 하나 죽어야 끝나"
/사진=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갈무리
/사진=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갈무리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성적이 조금씩 떨어지자 지군은 성적표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엄마의 기대에 따라 석차를 높여 고쳤으나 박씨는 도통 만족할 줄을 몰랐고, 입시가 다가올수록 매의 강도와 빈도는 점점 높아져 갔다.

학교 학부모 총회를 하루 앞둔 2011년 3월13일, 지군은 어머니가 총회에 참석하면 성적표 위조 사실이 들통날 거란 극심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날도 지군은 사흘째 밥도 굶고 잠도 자지 않은 상태에서 밤새 박씨에게 골프채로 맞은 상태였다. '나와 어머니, 둘 중 한 사람은 죽어야 끝날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지군은 낮잠을 자던 박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잠에서 깬 박씨는 지군과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그에게 "너 이러면 정상적으로 못 산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지군은 "이대로 가면 엄마가 날 죽일 것 같다. 미안하다"고 말하며 끝내 어머니를 살해했다.

8개월간 방치된 시신, 부친이 발견…존속살해로 긴급체포
/사진=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갈무리
/사진=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갈무리

이후 지군은 8개월 동안 어머니 시신을 안방에 방치했다. 시신이 부패하면서 냄새가 나자 공업용 본드로 문틈을 막는가 하면, 아버지를 비롯한 주변인들이 어머니 행방을 물으면 "가출했다", "해외여행 갔다"고 둘러댔다.

범행 후 삶의 의욕을 잃은 지군은 공부를 아예 손에서 놨고 무단결석도 일삼았다. 밤에는 어머니를 죽일 때의 순간이 반복되는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낮에는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라면을 끓여 먹기도 했다.

지군의 범행은 부친 지씨가 이혼소송 중이던 박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 점을 이상히 여기고 집을 찾아가면서 드러났다. 소방 당국 도움을 받아 강제 개방한 안방에선 체벌용 바지, 성적표와 함께 백골이 된 박씨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이 출동하자 지군은 현관에 웅크리고 앉아 몸을 떨기 시작했다. 부친을 부둥켜안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나 안 버릴 거지?"라고 말하며 흐느껴 울기도 했다. 존속살해 혐의로 체포된 지군은 이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심신 미약' 인정돼 형량 반토막…항소심 재판부 '눈물'
/사진=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갈무리
/사진=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갈무리

지군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아버지 지씨와 친인척, 친구들은 지군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존속살해의 경우 기본 형량이 징역 7년 이상으로 살인죄(징역 4년 이상)보다 높다. 그러나 배심원들은 살해 동기에 참작할 여지가 있다며 감형 의견을 냈고, 재판부도 심신미약을 인정해 징역 장기 3년6개월, 단기 3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고인과 소년 모두 심리적으로 가혹한 상황에 놓여있었고, 두 사람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심리적 범위를 넘어섰던 것으로 판단했으며 소년법을 적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징역 15년을 구형했던 검찰과 지군 측은 각각 항소했지만 2심 판단도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였던 서울고법 형사10부 조경란 당시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올바른 심성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어 실형에 처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많은 고민을 했다. 피고인 같은 사춘기 자녀를 둔 어미로서, 피고인 부자(父子)의 죄책감과 고통도 가슴 깊이 공감하고 이해한다"면서 눈물을 내비쳤다.

두 자녀 아버지 된 지군 "어머니 위로 못한 것 후회"
출소 후 사회로 나온 지군은 두 자녀의 아버지가 됐다. /사진=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갈무리
출소 후 사회로 나온 지군은 두 자녀의 아버지가 됐다. /사진=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갈무리

출소 후 사회로 나온 지군은 한 여성을 만나 결혼해 자녀 2명을 둔 아버지가 됐다. 그는 2024년 6월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범행 당시를 회상하곤 후회한다는 심경을 전했다.

지군은 "제가 진짜 후회되는 건 '어머니는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며 어머니를 위로해 드리지 못한 것"이라며 "만약에라도 돌아갈 수 있다면 어머니께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그러면서 "언젠가 아이들에게 모든 걸 털어놓아야 할 때가 올 텐데 그날을 위해 아내와 이야기하면서 준비하고 있다"며 "혹시 18살의 저와 같은 시간을 견디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같은 선택을 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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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기자 김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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