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오늘 밤 내가 살아 있는 것은 전적으로 한 사람 덕분이다."
불길에 휩싸인 차량 안에 갇힌 영국인 드라이버를 경쟁 선수가 몸을 던져 구했다. 사고 현장에 안전요원과 소방 인력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의 경주까지 포기하고 구조에 나선 네덜란드 드라이버 룩 하르토흐(24, 네덜란드)가 한 생명을 살렸다.
영국 'BBC'는 7일(한국시간) "영국 레이싱 드라이버 올리 밀로이(36, 영국)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경쟁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사고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차이나 GT 챔피언십 경기 도중 발생했다. 밀로이가 운전하던 페라리가 충돌한 뒤 거대한 불길에 휩싸였다.
앞서 경주하던 하르토흐는 멀리서 차량이 불타는 모습을 확인했다. 그는 곧바로 자신의 차를 세우고 내렸다. 이후 소화기를 들고 밀로이의 차량으로 달려가 불길을 진압한 뒤 밀로이를 차 밖으로 끌어냈다.
당시 현장에는 즉시 대응하는 코스 안전요원이나 소방대가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밀로이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오늘 밤 내가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은 전적으로 한 사람 덕분이다. 하르토흐는 깃발을 든 안전요원도, 소방 인력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즉시 차를 세웠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나를 차에서 꺼내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걸었다"라고 강조했다.
밀로이는 사고 직전부터 구조 이후까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충돌 30초 전부터 사고 발생 한 시간 뒤까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하르토흐가 보여준 믿기 어려운 용기는 평생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우리 세 아이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아이들의 눈에도 하르토흐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슈퍼히어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밀로이는 이번 사고로 갈비뼈 5개와 쇄골, 손, 손가락이 부러졌다. 폐에도 타박상을 입었다.
그는 "상황은 훨씬 더 나빠질 수 있었다. 하르토흐에게 감사하다. 그의 이타적인 행동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나는 그에게 생명을 빚졌다"라고 적었다.
하르토흐는 밀로이의 게시물에 "내가 있어야 할 바로 그 시간과 장소에 있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하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후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하르토흐는 "멀리 앞에서 자동차 한 대가 거대한 불덩이로 변하는 것을 봤다. 결정을 고민할 필요조차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본 상황으로는 드라이버가 혼자 힘으로 빠져나오지 못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온 뒤 사고 차량으로 향했다. 단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조 과정에서는 하르토흐도 두려움을 느꼈다. 그는 "무서웠다. 실제로 밀로이를 차에서 꺼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순간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이 이야기는 내가 무엇을 했는지에 관한 것이 아니다.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많은 사람이 나와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밀로이의 소속팀 AAI 모터스포츠는 주최 측의 안전 관리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향후 차이나 GT가 주관하는 모든 경기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발표했다.
AAI 모터스포츠는 "사고 이후 밀로이의 차량은 1분 넘게 계속 불탔다. 그동안 신속하고 효과적인 화재 진압이나 구조 활동은 보이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늘 그 드라이버가 나서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겠는가"라고 물으며 "우리는 모터스포츠에 본질적인 위험이 따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피할 수 있는 죽음의 위험에 드라이버가 노출되는 상황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차이나 GT 조직위원회는 사고와 대응 과정에 대한 추가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이번 사고를 추가로 검토하고 조사하겠다. 대회 운영과 지원, 비상 대응, 구조 및 의료 서비스에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욱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발표했다.
하르토흐는 자신의 경주를 포기했고 위험한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현장 안전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동안 경쟁자의 망설임 없는 판단과 행동이 밀로이의 생명을 구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