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스데이' 발언, 지소연한테 한 것 아냐... 선수 전체 향한 것' 논란, "성인지 감수성 결함 심각" 선수협 분노

박건도 기자
2026.09.07 16:56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WK리그 경기 중 발생한 심판진의 '걸스데이' 발언 사태와 관련해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의 해명에 유감을 표하며 국가인권위원회 제소 등 대응에 착수했다. 배선영 주심은 지소연의 항의 과정에서 생리를 뜻하는 은어를 사용했으며, 협회 측은 해당 발언이 특정 개인이 아닌 선수 전체를 향한 것이었다고 해명해 논란을 키웠다. 선수협은 이번 사안을 심판 조직의 성인지 감수성 결함으로 판단하고 국제축구선수협회 등과 공조해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을 요구할 방침이다.
지난달 2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 위민과 서울시청의 WK리그 경기. 판정 항의 등과 관련해 대화하고 있는 수원FC 위민 지소연(왼쪽)과 배선영 심판. /사진=한국여자축구연맹 유튜브 영상 캡처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가 WK리그 경기 중 발생한 심판진의 성희롱성 '걸스데이' 발언 사태와 관련해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의 부적절한 해명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하며 국가인권위원회 제소 등 제도적 대응에 착수했다.

선수협은 7일 공식 성명을 내고 수원FC 위민과 서울시청 경기에서 불거진 심판진의 부적절한 언행 및 사태 수습 과정에서 나온 협회 심판위원장 대행의 발언을 강력히 비판했다.

축구계를 뒤흔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지난달 2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6 WK리그 수원FC 위민과 서울시청전 당시 판정에 대해 이야기하러 다가온 지소연을 앞에 두고, 배선영 주심이 무선 교신 과정에서 생리를 뜻하는 은어인 '걸스데이'라는 표현을 쓴 사실이 드러났다.

관계자의 증언과 중계 화면 등에 따르면 배 주심은 지소연이 거세게 항의하자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고, 벤치 근처에서 물병을 던지며 억울함을 호소하자 뒷주머니에서 레드카드까지 만지작거리며 위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심판팀은 초기 "생리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은어 사용 사실을 시인한 바 있다.

하지만 사태를 수습해야 할 협회 심판위원회의 대처가 또 다른 파장을 낳았다. 선수협에 따르면 최근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 대행은 수원FC 위민 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논란이 된 발언이 '지소연 특정 개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당시 그라운드에 있던 선수 전체를 향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지난달 2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 위민과 서울시청의 WK리그 경기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수원FC 위민 지소연(왼쪽)과 배선영 심판. 지소연이 물병을 던지며 항의하자 배 심판은 주머니에서 레드카드를 꺼낸 채 지소연과 대화를 나눴으나, 지소연에게 레드카드를 주진 않았다. /사진=한국여자축구연맹 유튜브 영상 캡처

선수협은 이러한 인식을 강하게 꼬집었다. 선수협은 "특정 선수 한 명을 대상으로 한 발언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문제의 성격을 결코 가볍게 만들 수 없다"며 "그 해명대로라면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던 다수의 여자 선수를 대상으로 해당 표현이 사용됐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개인에 대한 책임 추궁을 넘어, 심판 조직의 성인지 감수성과 선수 인권 보호 시스템 전반에 심각한 결함이 드러났다는 판단이다.

김훈기 선수협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선수들이 문제를 제기한 상황에서 책임자가 '한 명이 아니라 선수 전체를 향한 발언이었다'는 취지로 설명한 점은 매우 아쉽다"며 "특정인을 향하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이 왜 해당 발언으로 상처받았는지를 먼저 헤아렸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누군가 한 사람에게 책임을 집중하기보다 그라운드에서 선수의 인권과 존엄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심판 조직 전체가 함께 개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협은 이번 사안을 특정 심판 개인의 일탈로 덮지 않고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을 요구할 방침이다. 선수협은 국가인권위원회와 스포츠윤리센터 등 외부 전문 기관을 통한 객관적 검토를 진행하는 한편,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제도적 개선을 촉구할 계획이다. 아울러 대한축구협회가 선수와 심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독립적인 심판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지속적인 의견 개진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 위민과 서울시청의 WK리그 경기 도중 성희롱 발언을 들은 수원FC 위민 지소연(10번)이 물병을 던지며 분노하자, 주머니에서 레드카드를 꺼낸 채 다가가고 있는 배선영 심판. 그러나 배 심판은 레드카드를 주머니에서 꺼내기만 했을 뿐 지소연에게 직접 꺼내들진 않았다. /사진=한국여자축구연맹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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