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찬익 기자] 5⅔이닝 12탈삼진 무실점. 제14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 대만전에서 펼쳐진 하현승(부산고)의 괴력투 뒤에는 달콤한 ‘망고의 힘’이 숨어 있었다.
대만전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대표팀이 머무는 타이베이 숙소에서는 뜻밖의 망고 파티가 열렸다. 선수들은 플라스틱 박스에 가지런히 담긴 망고를 맛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선수들을 위해 마련한 깜짝 선물이었다.
시작은 하현승의 한마디였다. 현지 적응 훈련을 마친 하현승은 김민훈(광주진흥고)과 “대만에 왔으니 망고가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를 들은 협회 관계자가 의사를 확인했고 하현승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망고 공수 작전’이 시작됐다.
협회 관계자는 곧장 타이베이 시내 청과물 시장으로 향했다. 아무 망고나 고를 수 없었다. 선수들에게 제대로 된 대만 망고를 맛보게 해주기 위해 약 1시간 동안 상점 5곳을 돌아다녔다.
협회 관계자는 “대만 망고 중에서는 아이원 망고가 최고로 꼽힌다. 애플망고처럼 붉은색을 띠고 향이 진하면서 단맛도 강하다”며 “5~7월이 제철이라 지금은 쉽게 구할 수 없었다. 상점 5곳을 돌아다닌 끝에 찾았다”고 설명했다.
오후 10시가 돼서야 숙소로 돌아온 관계자는 선수들을 불러 모아 망고를 나눠줬다. 단순히 좋아하느냐고 물어본 정도로 생각했던 하현승도 깜짝 놀랐다.
하현승은 “민훈이와 한국에 있을 때부터 대만에 가면 현지 망고를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며 “망고를 먹고 힘이 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협회에서 이렇게까지 노력해 주신 것에 감사했고 부담까지 생겨 대만전에서 열심히 던질 수밖에 없었다”고 웃었다.
그리고 하현승은 마운드에서 제대로 보답했다. B조 조별리그 첫 경기 대만전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무려 12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봉쇄했다.
망고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김민훈은 자신의 몫을 다 먹은 뒤 한 박스를 더 먹고도 부족해 망고 상자를 찾아다녔다는 후문이다. 박근서(서울디자인고)는 “혀가 얼얼할 정도로 달았다. 망고를 구하지 못한 민훈이가 나에게 와서 한 입만 더 달라고 졸랐다”고 웃었다.
‘망고의 힘’은 계속됐다. 박근서와 김민훈은 각각 8일 싱가포르전과 9일 태국전에 선발로 나서 나란히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협회의 세심한 지원은 망고뿐만이 아니다. 대만 입성 첫날 일본 선수단이 에너지젤을 준비한 것을 확인한 뒤 2시간가량 타이베이 시내 스포츠 전문점을 돌아다녀 같은 제품을 마련했다. 엄준상(덕수고)은 “확실히 에너지젤을 먹고 경기에 임하니 6회를 넘어 막판까지 힘이 유지된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협회는 8년 만의 정상 탈환과 한국 아마추어 야구의 위상 회복을 위해 대표팀을 물심양면 지원하고 있다. 중심에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 선수단장을 맡은 송병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부회장이 있다.
컴투스홀딩스 의장을 맡고 있는 송 단장은 야구 모바일 게임 사업을 통해 야구와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이번에는 대표팀과 동행하며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직접 살피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송 단장은 “단장으로 오게 돼 영광스럽다. 대만과 일본의 야구 저변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 많다”며 “컴투스와 협회가 협업해 고교 야구와 여자 야구 등 한국 야구 인프라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더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만전 승리에 협회의 노력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다. 남은 경기에서도 미약하게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고 덧붙였다.
선수의 “망고가 먹고 싶다”는 작은 한마디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발품을 팔았고, 선수들은 마운드 위 호투로 화답했다. 12개의 삼진 뒤에 숨어 있던 달콤한 ‘망고 공수 작전’. 8년 만의 정상 탈환을 향해 달리는 대표팀에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든든한 지원군이 함께하고 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