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8월 중순부터 시작된 타격 슬럼프가 길어지자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몹시 스트레스를 받은 모양이다. 토니 바이텔로 샌프란시스코 감독의 눈에도 그의 좌절감이 보였지만 결국 스스로 극복하는 모양이다.
이정후는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홈경기에 5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 8회 동점 2타점 2루타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하며 샌프란시스코의 7-6 역전승을 이끌었다.
최근 24경기 타율 1할8푼4리(87타수 16안타) 무홈런 7타점 OPS .475로 극도의 부진에 빠진 이정후는 선발 라인업에 빠지는 일도 늘었다. 9월 들어 7경기 중 3경기에서 선발 제외됐다. 가을야구가 좌절된 샌프란시스코가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을 감안해도 좋지 않은 신호였다.
하지만 이정후는 10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서 9월 첫 멀티히트로 반등을 알렸다. 특히 4-6으로 뒤진 8회 2사 1,2루에서 세인트루이스 우완 불펜 조지 소리아노와 8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에서 동점 2루타를 폭발했다. 7구째 몸쪽 포심 패스트볼을 우측 폴로 향하는 파울 홈런으로 만든 뒤 8구째 비슷한 코스로 들어온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측 펜스를 직격했다. 시속 103.2마일(166.1km) 라인드라이브 2루타. 2루까지 내달린 이정후는 울분을 토해내듯 크게 포효했다.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에 따르면 경기 후 바이텔로 감독은 “우리 팀에서 강한 타구를 날리고도 가장 많이 아웃된 선수가 누군지 궁금하다. 이정후가 그동안 잘 치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답답한 타석이 계속 쌓이고 있었다. 이정후가 공을 잘 선택해야 하는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간 것이었다. 우측 라인드라이브로 아웃된 뒤 (덕아웃에서) 아이패드로 타석을 다시 볼 때 그의 좌절감을 볼 수 있었다. 평소보다 아이패드를 거칠게 내려놓기도 하고, 약간의 답답함이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텔로 감독은 “이럴 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좌절감에 휩싸여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게 내버려두거나 아니면 더 강한 결의를 다지는 것이다. 이정후가 마지막에 보여준 타석은 정말 대단했다. 결국 해냈다”며 좌절감을 극복한 2루타라고 칭찬했다.
이정후의 동점 2루타는 같은 팀의 한국계 내야수 셰이 위트컴(27)의 결승타로 이어졌다. 계속된 8회 2사 2루에서 위트컴은 소리아노의 초구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해 중견수 키를 넘어 펜스를 때리는 장타를 날렸다. 이정후를 홈에 불러들인 결승 1타점 2루타. 지난 8일 세인트루이스전 연장 11회 끝내기 안타에 이어 또 한 번의 결승타였다.
지난달 14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웨이버된 위트컴은 샌프란시스코의 클레임을 받아 팀을 옮기면서 이정후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두 선수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야구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다. 한국이라는 공통분모로 묶인 두 선수가 나란히 동점타, 역전타로 샌프란시스코의 시즌 첫 스윕승을 합작한 것이 의미 있었다.
위트컴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정후와 다시 함께 뛸 날은 오랫동안 고대해왔다. 여기 오자마자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정후와 다시 뛸 수 있겠구나’라는 것이었다. 이정후는 정말 재능이 뛰어나고, 그가 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운다. 우리가 다시 한 팀이 될 수 있어 기쁘고, 오늘 연속 안타로 그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 수 있어 더욱 좋다”며 기뻐했다.
8회 위트컴 타석에서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는 라파엘 데버스가 대타 카드로 남아있었다. 휴식 차원에서 선발 제외된 데버스를 승부처에서 쓸 수 있었지만 바이텔로 감독은 3타수 무안타의 위트컴으로 밀어붙였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바이텔로 감독은 “론 워싱턴 코치에게 ‘이 친구는 안타를 칠 자격이 있어’라고 말하고 싶었다. 위트컴은 죽기 살기로 뛰었고, 좋은 결과로 나왔다. 멋진 스윙이었다”고 칭찬했다.
위트컴은 “당연히 기쁘고, 결과가 좋게 나와서 다행이다. 우리 팀은 재능 있는 선수들로 가득차 있다. 지난 몇 주간 패배한 경기에서도 끝까지 싸우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렇게 굶주린 선수들과 함께해 정말 즐겁다. 벌써 다음 경기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