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신'도 부상의 덫을 완전히 피해 갈 수는 없었다.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32)가 오른팔 통증으로 결국 부상자 명단(IL)에 올랐다. 2024시즌을 앞두고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뒤 처음 겪는 전열 이탈이자, LA 에인절스 시절이던 2023년 이후 무려 3년 만의 IL 등재다.
다저스 구단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전을 마친 뒤 오타니의 15일짜리 부상자 명단 등재를 공식 발표했다. 등재 일자는 지난 9일 자로 소급 적용된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오타니는 마이애미-신시내티로 이어지는 원정길에 동행하지 않고 로스앤젤레스에 남아 치료와 회복에 전념할 예정이다.
이날 다저스는 오타니 없이 신시내티를 14-1로 대파하고 7연승을 질주하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 매직넘버를 '6'으로 줄였다. 대승의 축제 분위기였지만, 어두운 공기도 있었다. 일본 야구 매체 풀카운트 보도에 따르면 승리 직후 그라운드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눈 지 불과 8분 만에 오타니는 사복 차림으로 홀로 다저스타디움의 어두운 통로를 빠져나갔다.
이날 시즌 13승을 수확한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공식 인터뷰가 막 시작되던 순간이었다고 한다. 원정 이동을 앞두고 취재진에 개방된 클럽하우스 라커에는 이미 퇴근한 오타니의 배트, 스파이크, 글러브 등 야구 장비 일체만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오타니의 귀가 31분이 지난 뒤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오타니의 몸 상태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 본인, 의료진, 트레이닝 파트와 깊이 논의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최대한 등재를 늦추려 애썼지만, 한 번 리셋을 거쳐 몸 상태를 완전히 가다듬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근 오타니는 오른팔에 불편감을 안고 지명 타자 출전과 휴식을 반복해 왔다. 라인업 제외 이후 복귀했던 8일 경기에서도 3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휴식일 다음 날 다시 정상 출전이 어려워지는 패턴이 이어졌다. 급격한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구단은 결국 결단을 내렸다. 사실상 이번 시즌 투수는 포기하는 모양새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워낙 경기에 나서고 싶어 하는 선수인 만큼 몹시 아쉬워하고 크게 실망한 기색이었다"면서도 "하지만 10월 포스트시즌에서 자신이 목표로 하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지금 멈춰야 한다는 점을 본인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오타니는 앞으로 2~3일간 배팅 훈련을 전면 중단하고 완전한 휴식을 취한 뒤 점진적으로 훈련 강도를 끌어올릴 예정이다. 부상자 명단 규정상 오타니의 복귀 가능 시점은 정규시즌 종료를 단 5경기 앞둔 오는 24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 경기다.
마지막으로 로버츠 감독은 "만약 내일이 포스트시즌 경기였다면 오타니는 출전했을 것"이라며 "충분한 치료와 회복 시간을 갖는다면 훨씬 더 강력한 상태로 돌아올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10월 대망의 가을야구를 겨냥하는 다저스와 오타니에게 이번 쉼표는 더 큰 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라는 점을 재차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