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빈이가 (아시안게임에) 가면 그 자리에서 계속 나갈 것."
8m 높이의 몬스터월을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쏘아올린 우타 거포 기대주 한지윤(20)이 김경문(68) 한화 이글스 감독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한지윤은 지난 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홈경기에서 8회말 몬스터월을 넘기는 대형 만루포를 날렸다. 조원태를 상대로 2사 만루 볼카운트 1-1에서 존 바깥쪽을 크게 벗어나는 높은 공을 과감하게 휘둘렀고 타구는 우측 담장을 향해 뻗어나가더니 몬스터월을 뚫고 생애 첫 그랜드 슬램을 장식했다.
우타자가 몬스터월을 넘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8m 높이의 몬스터월을 넘기기 위해선 발사각이 너무 낮아서도 안 되고 더불어 그만큼 힘도 실려야 하기 때문에 우타자가 밀어서 넘기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만큼 한지윤이 타구에 힘을 실을 줄 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지윤은 올 시즌 24경기에 출전해 홈런 4개와 2루타 2개를 날렸다. 장타율이 0.534로 확실한 강점을 어필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도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런 타구는 어린 나이에 쉽지 않은데 그만큼 좋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아마 (문)현빈이가 (아시안게임에) 가고 나면 그 자리에서 계속 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린 나이에 치는데 소질이 있으니까 포수에서 입스가 있는 걸 빨리 타격을 살리자고 (야수로) 전환을 한 것"이라며 "어린 선수가 잘 쳐주고 있다. 큰 기대를 안 해야 될 나이인데 나가서 싸울 줄도 알고 앞으로 좋은 투수들의 공에 삼진도 당하고 병살도 치고 많이 싸워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상고 2학년 때부터 빼어난 기량을 바탕으로 스타뉴스가 주최·주관하는 퓨처스 스타대상에서 스타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포수로 맹위를 떨쳤던 한지윤은 2025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라운드 22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은 포수였으나 송구에 입스를 보였고 첫 시즌을 마치고 야수로 전환했다.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외야수로서 실전 경험을 쌓은 한지윤은 지난 7월 1군에 콜업돼 KBO리그 데뷔를 했다. 확실한 장타툴을 갖춘 그는 한 번씩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다.
김경문 감독은 문현빈과 노시환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자리를 비우면 3루수 자리엔 박정현, 좌익수 자리엔 한지윤과 유민이 경쟁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날 몬스터월을 넘긴 만루포 한 방으로 인해 한지윤이 우선 순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퓨처스리그에서 타율이 0.220에 불과했지만 1군에서 24경기에 나서 타율 0.293(58타수 17안타) 4홈런 19타점 9득점, 출루율 0.339, 장타율 0.534, OPS(출루율+장타율) 0.873으로 더욱 빛나고 있다. 득점권 타율(0.450)과 대타 타율(0.417)도 빼어나 더욱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지윤은 "배우는 것도 많고 제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도 많다. 선배님들께 물어보면서 '제가 어떤 식으로 해야 될까'라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문현빈의 대체자로 낙점을 받은 그는 "최대한 업되지 않고 하던 대로 하려고 한다"며 "팀이 연패를 거쳤는데 최근 투수도 잘 던지고 타자들도 계속 잘 치고 있어서 제가 경기에 나가게 되면 그 투타 조화를 계속 좋게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아직 수비에선 스스로도 아쉬움이 있다. "(야수 전환이) 6개월 밖에 안 했다. 실수가 나오긴 하겠지만 열심히 하고 있으니 계속 하다보면 늘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남은 시즌도 선배님들과 코치님들께 많이 배우면서 패기 있게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