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뼈 골절 수술을 받은 지 불과 나흘 만에 초인적인 회복력으로 그라운드에 돌아왔다. KIA 타이거즈의 슈퍼스타 김도영(23)이 KBO 리그 새 역사를 썼다. '국민 타자' 이승엽(50)이 보유하고 있던 역대 최연소 단일 시즌 '40홈런-100타점-100득점' 기록을 무려 27년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김도영은 13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한화 이글스와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4타수 3안타 1볼넷 3타점 2득점으로 원맨쇼를 펼치며 팀의 9-2 완승을 이끌었다.
기적과 같은 회복력, 그리고 맹활약이다. 김도영은 지난 9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에서 코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당시 김도영의 부상 상황은 4회말 KIA의 공격에서 발생했다. 팀이 0-3으로 끌려가던 무사 1루 기회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김도영. 김도영은 NC 선발 송명기의 초구 시속 148㎞ 속구가 날아들자, 기습적으로 번트를 시도했다.
하지만 배트에 정확히 맞지 않은 타구가 배트 상단을 맞은 뒤 그대로 튀면서, 1루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김도영의 얼굴을 정통으로 강타했다. 김도영은 공에 맞은 뒤 큰 충격으로 인해 1루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다가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그런데 이때 공에 맞은 충격으로 인해 코 부위에서 적지 않은 양의 출혈이 발생했다.
이내 KIA 트레이너가 황급히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얼음 팩과 수건으로 지혈을 시도했다. 얼마 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김도영은 얼굴을 감싼 채 더그아웃으로 향한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검진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당시 KIA 구단 관계자는 "구단 지정병원인 센트럴 병원에서 엑스레이(X-ray) 및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실시했다"면서 "검사 결과 비골 골절 소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10일 김도영은 곧바로 뼈를 맞추는 비골 골절정복술을 받았다.
수술 후 김도영은 초인적인 회복력을 보여줬다. 휴식을 취한 기간은 사흘에 불과했지만, 김도영의 그라운드 복귀를 위한 의지는 확고했다. 그리고 이날 그라운드에 복귀하자마자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이날 한화는 심우준(유격수), 최인호(중견수), 문현빈(좌익수), 강백호(지명타자), 노시환(3루수), 페라자(우익수), 허인서(포수), 김태연(1루수), 이도윤(2루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선발 투수는 화이트였다.
이에 맞서 KIA는 박정우(중견수), 박재현(좌익수), 김도영(지명타자), 카스트로(1루수), 나성범(우익수), 김선빈(2루수), 하주석(유격수), 김태군(포수), 변우혁(3루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시라카와였다.
이 경기 전까지 시즌 40홈런 99타점 105득점을 기록 중이던 김도영이었다. 이날 단숨에 3타점과 2득점을 쓸어 담았다. 이로써 KBO 리그 통산 18번째이자 선수 기준으로는 12번째로 대망의 40홈런-100타점-100득점을 마크했다. 장종훈(1992년), 이승엽(1999,2002,2003년), 심정수(2002,2003년), 박병호(2014,2015년), 강정호(2014년), 에릭 테임즈(2015,2016년), 최정(2016년), 야마이코 나바로(2015년), 김재환(2018년), 제이미 로맥(2018년), 멜 로하스 주니어(2018,2020년)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20년 멜 로하스 주니어(당시 KT 위즈)가 달성한 이후 약 6년 만에 나온 기록. 아울러 KIA 타이거즈 구단 선수로는 최초의 위업이다.
무엇보다 빛난 건 '나이'였다. 2003년 10월생인 김도영은 이날 22세 11개월 11일의 나이로 40-100-100 고지를 밟았다. 이는 1999년 8월 7일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당시 22세 11개월 20일의 나이로 대기록을 작성했던 '라이온 킹' 이승엽의 최연소 기록을 9일 앞당긴 것이다.
김도영은 1회말 1사 1루에서 첫 타석에 들어서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냈다. 이어 후속 나성범이 터트린 좌중간 적시 2루타 때 거침없이 질주해 홈을 밟으며 첫 득점을 올렸다.
3회말 삼진으로 물러나며 숨을 고른 김도영. 그리고 KIA가 3-2 리드를 지키던 5회말 1사 3루 기회에서 세 번째 타석을 맞이했다. 여기서 김도영은 한화 선발 오웬 화이트의 2구째 시속 129㎞ 바깥쪽 스위퍼를 공략해 좌전 안타로 연결했다. 이 사이 3루 주자 박재현이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김도영이 100타점을 올린 순간이었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KIA가 6-2로 앞선 7회말 무사 2루 기회. 김도영은 중전 적시타를 터트리며 타점을 추가했다. 김도영의 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8회말 1사 1, 2루 기회에서 김도영은 좌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적시 2루타를 작렬시켰다. 자신의 임무를 완벽히 마친 김도영은 대주자 김민규로 교체되며 이날 자신의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제 김도영은 잠시 KIA를 떠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국제무대로 향한다. 김도영은 14일 곧바로 야구대표팀 소집에 합류, 오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금메달 사냥을 위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간다.
한편 장단 15안타를 몰아치며 한화를 9-2로 완파한 4위 KIA는 68승 56패 2무를 기록, 같은 날 삼성을 꺾은 3위 LG 트윈스(70승 55패 1무)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유지했다. 김도영과 함께 태극마크를 단 박재현 역시 5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