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민들도 부끄러워 고개를 숙일 정도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태극기를 앞에 둔 한국 대표팀에게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울려 퍼지는 초대형 방송 사고가 발생하자 일본 현지 여론도 주최 측의 역대급 무능과 결례를 향해 거센 분노와 자조를 쏟아내고 있다.
사고는 18일 일본 기후현 가카미가하라 그린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하키 A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방글라데시의 경기 직전 일어났다. 경기 전 국가 연주 순서에서 한국의 애국가가 아닌 북한 국가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AP통신'에 따르면 한국 선수들은 차렷 자세로 서 있거나 머리를 쓸어 넘기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몇몇 선수는 손을 가슴에 얹은 채 굳어버렸다. 주최 측은 곡이 끝난 뒤에야 사과 안내 방송을 하고 방글라데시 국가를 연주한 뒤 뒤늦게 애국가를 틀었다. 하지만 경기 시작 시간이 임박했다는 이유로 심판진이 애국가가 다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상호 악수를 지시해 한국 선수들은 국가조차 끝까지 듣지 못한 채 경기에 돌입해야 했다. 악재 속에서도 한국은 방글라데시를 5-0으로 완파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최대 포털 야후재팬에는 2000개가 넘는 댓글이 쏟아지며 주최 측의 안일한 운영에 대한 맹비난이 들끓었다.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네티즌들은 "나고야시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숙소와 식사 문제로 혹평을 받더니 선수 이동도 헷갈리고 이제는 국가조차 제대로 틀지 못한다. 자금과 능력이 없으면 대회를 유치하지 말았어야 했다", "너무나 끔찍하다. 일본 대표팀 경기 전에 다른 나라 국가가 나왔다면 어떤 기분이겠는가. '실수했다'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특히 남북 관계의 민감성을 언급하며 국가적 신뢰 추락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하필이면 가장 민감한 두 나라의 국가를 헷갈렸다. 선수가 즉각 눈치챌 정도의 실수였는데 끝까지 다 튼 뒤에야 사과 방송을 한 것은 고의 수준"이라며 "컨테이너 숙소 누수부터 시작해 준비 부족과 엉망진창 운영이 너무 눈에 띈다. 일본의 위상을 깎아먹는 짓"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네티즌 역시 "PC 파일 목록에서 영문 표가 위아래로 붙어 있어 잘못 눌렀을 가능성이 높지만, 국기와 국가는 스포츠에서 가장 틀려서는 안 될 항목"이라며 "경기 전 심하게 동요했을 텐데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5-0 완승을 거둔 한국 선수들이 대단하다"고 평했다.
이 외에도 일본 네티즌들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일본 사회의 시스템 구축 능력과 운영 노하우가 퇴보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 "조직위와 지자체장은 참가국에 정식으로 사죄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며 거센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