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4년 차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33)이 LG 트윈스에서는 볼 수 없던 역대급 시즌을 보내며 구단 첫 정규시즌 MVP와 홈런왕을 정조준하고 있다.
오스틴은 20일 경기 종료 시점 131경기에서 타율 0.342(494타수 169안타) 39홈런 122타점 107득점 5도루, 출루율 0.436 장타율 0.662 OPS(출루율+장타율) 1.098, 득점권 타율 0.406을 기록 중이다. 타점·장타율·OPS는 리그 전체 1위, 득점은 공동 1위다. 홈런과 출루율은 2위, 최다안타는 3위, 타율은 4위다. 특정 한두 개 부문에 치우치지 않고 정확성과 장타력, 출루 능력, 득점 생산력까지 고르게 정상급이다. 이 때문에 도루를 제외한 7개 주요 타격 타이틀에서 경쟁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LG에는 더 특별한 숫자다. 프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정규시즌 MVP와 홈런왕을 배출하지 못한 LG에서 2026년 오스틴은 어느 때보다 그 꿈을 이뤄줄 유력 후보로 꼽힌다. 일단 45년 구단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계속해서 새기며 남다른 임팩트를 보여주고 있다. 오스틴은 지난 7월 29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KBO 역대 9번째이자 외국인 선수로는 타이론 우즈, 에릭 테임즈에 이어 세 번째로 3시즌 연속 30홈런을 달성했다.
8월 25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는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했다. 2013년 이병규 이후 13년 만에 나온 LG 구단 4번째 사이클링 히트이자 구단 외국인 타자로는 최초였다. 잠실야구장에서 나온 LG 타자의 사이클링 히트 역시 오스틴이 처음이었다. 9월 1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시즌 39호 홈런을 터뜨리며 LG 구단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까지 작성했다. 이제 오스틴이 홈런을 하나 추가할 때마다 LG의 역사가 새로 쓰인다.
상대가 정면 승부를 피하고 싶을 만큼 타격감도 절정이다. 과거 LG 코치로서 오스틴을 지도한 바 있던 이호준(50) NC 감독은 최근 창원 LG전을 앞두고 "전력분석 미팅에서 코치들이 '지금 오스틴은 약점이 없다'고 하더라"며 "예전에는 하이존에 약점이 있었는데 지금은 상단으로 공이 가도 홈런을 치고, 바깥쪽으로 빠지는 공도 밀어서 친다. 스트라이크존이 9분할이라고 하지 않나. 지금 오스틴은 어디에 던져도 다 때려낸다"고 혀를 내둘렀다.
실제로 상대는 오스틴과 정면 승부를 점점 피하고 있다. 오스틴은 16일 창원 NC전 1회 우익수 뜬공 이후 18일 수원 KT전까지 3타수 2안타 7볼넷으로 9타석 연속 출루를 기록했다. 상대가 쉬운 공을 주지 않으면서 리그 출루율 순위도 5위에서 2위까지 빠르게 끌어올렸다.
그러나 오스틴은 개인 기록을 위해 억지로 승부하려 하지 않았다. 오스틴은 18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스타뉴스와 만나 "상대가 나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싶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도 된다. 결국 내 뒤에는 송찬의와 문정빈이 있고 그 선수들이 시즌 내내 정말 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타자로서 답답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스틴도 "안타도 치고 싶고 주자를 불러들여 타점도 올리고 싶다"면서도 "때로는 이기적인 마음을 내려놓고 그 상황에서 팀을 위해 무엇이 옳은지를 생각해야 한다. 최근 경기에서 내가 볼넷을 네 개 얻은 것이 결국 팀 승리에 도움이 됐다. 내 뒤에 있는 선수들이 경기를 이길 수 있도록 해결해줬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개인 기록 경쟁이 한창인 시점에도 생각은 분명했다. 오스틴은 "내가 40홈런을 언제 치느냐, 타점을 얼마나 더 올리느냐를 걱정하는 것보다 팀 승리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스틴을 둘러싼 MVP 경쟁이 일방적인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경쟁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팀 성적이 약점이라 지적한다. 또 다른 외국인 타자 샘 힐리어드(32)가 127경기 타율 0.304(500타수 152안타), 37홈런 116타점 102득점 8도루, OPS 0.953으로 선두 KT의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는 것도 좋은 예시다.
외국인 선수라는 점 역시 투표 변수로 거론된다. 2024년 MVP 김도영(23·KIA 타이거즈)이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김도영은 지독한 햄스트링 부상에서 갓 벗어난 풀타임 시즌임에도 123경기 타율 0.310, 40홈런 102타점 106득점 10도루, OPS 1.053으로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였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로 잠시 자리를 비웠음에도 다른 타자들이 쉽게 그 아성을 넘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스틴이 MVP 후보로 계속 거론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타격 지표 대부분에서 리그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구단 역사를 연이어 새로 쓰고 있으며, 상대가 승부를 피할 정도의 위압감까지 갖췄다. 무엇보다 LG가 흔들릴 때마다 중심 타선의 무게를 감당했다. 팀 성적이 다른 후보보다 조금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오스틴의 가치를 낮춰 보기 어려운 이유다.
오히려 지금의 LG가 버티고, 다시 7연승으로 위를 바라볼 수 있었던 데에는 오스틴의 방망이가 가장 큰 힘 중 하나였다. 정규시즌 MVP는 한두 경기의 임팩트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131경기 동안 쌓은 숫자와 기록, 그리고 매 경기 상대 배터리가 느끼는 부담까지 놓고 보면 오스틴이 MVP 후보군에서 빠지기 어려운 이유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