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한동희(27), 나승엽(24) 같은 코너 내야 거포 자원이 있는데도 경남고 3루수 이호민(18)의 이야기가 신인드래프트 직전까지 끊이지 않는다. 롯데 자이언츠 이야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1일 오후 2시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2027 KBO 신인드래프트를 개최한다.
지명은 1라운드부터 11라운드까지 이뤄진다. 2025년도 구단 순위의 역순인 키움-두산-KIA-롯데-KT-NC-삼성-SSG-한화-LG 순서로 지명권을 행사한다. 이어 2라운드부터 11라운드 역시 똑같이 이 순서로 지명을 실시한다. 이번 신인드래프트 지명권 거래는 하나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25일 NC 다이노스가 포수 박세혁(36)을 삼성 라이온즈로 트레이드하면서 3라운드 27번 지명권을 가져온 것이 전부다.
부산고 투·타 겸업 하현승(18)이 1순위 키움으로 향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그 뒤부터는 오리무중이다. 또 다른 투·타 겸업 서울고 김지우(18)가 잠재력만 놓고 보면 2순위 두산으로 향하는 그림이 자연스럽지만, 다른 선택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 가운데 지명 순번이 예측불허인 선수 중 하나가 경남고 3루수 이호민이다. 이호민은 타격이 최대 장점인 우타 거포 내야수다. 고교 무대에서는 적수가 없다는 평가다. 고교 통산 78경기에 출전해 타율 0.380(263타수 100안타), 8홈런 89타점 47득점 9도루, 출루율 0.442, 장타율 0.601 OPS(출루율+장타율) 1.043을 기록했다. 3학년에는 더 일취월장해서 20경기 타율 0.420(69타수 29안타), 2홈런 19타점 12득점 6도루, OPS 1.132 기록을 남겼다.
KBO 스카우트들은 전국 수위권 파워에 정교함까지 갖춘 이호민을 2학년 시즌 종료 후부터 꾸준히 1라운드 후보에 넣었다. 쟁쟁한 선배들 탓에 경험이 적었던 3루 수비를 얼마만큼 보여주느냐에 따라 순번이 갈릴 것으로 평가됐다.
얼핏 보면 이 모든 이야기가 롯데와는 크게 상관없어 보인다. 롯데에는 이미 한동희, 나승엽이라는 장기적으로 코너 내야를 책임져야 할 젊은 타자들이 있기 때문. 한동희는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하고 돌아온 올해 94경기 타율 0.300, 21홈런 68타점 50득점, OPS 0.892로 롯데 타선을 이끌고 있다. 나승엽 역시 올해 90경기 타율 0.283, 6홈런 49타점 46득점, OPS 0.769로 타격에서는 어느 정도 몫을 하고 있다.
롯데가 그리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한동희가 3루, 나승엽이 1루에 자리를 잡는 것이다. 다만 두 선수가 방망이만으로 자신의 포지션까지 완벽하게 굳혔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나승엽은 올해도 1루수로 실책 9개를 범하는 등 수비에서 아쉬움을 노출했다. 어떤 1루수가 송구를 받아주느냐에 따라 내야 전체의 안정감이 달라질 정도로 중요한 자리인 만큼 롯데로서는 장기적인 1루 수비까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통산 525경기 67홈런 경력의 최지만(35·울산 웨일즈)이 꾸준히 롯데의 지명 후보로 언급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이호민이 최근 제14회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주가를 크게 끌어올렸다. 이호민은 한국의 8년 만의 우승으로 끝난 이번 대회에서 6경기 타율 0.429(14타수 6안타), 1홈런 7타점, OPS 1.301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크게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은 바깥쪽 변화구 대처와 배트 컨트롤을 국제무대에서도 보여줬다.
무엇보다 큰 경기에서 강했다. 한 KBO 구단 스카우트는 앞서 스타뉴스에 "이호민은 1학년 때부터 계속 경남고 중심 타선을 맡으면서 중요한 순간 타점을 쓸어 담았다. 고등학교 레벨에서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공이나 높은 쪽 공 대처 능력이 좋은 덕분이다. 그런 클러치 능력을 굉장히 높게 봤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호민은 지난 11일 일본과 슈퍼라운드에서 한국이 0-2로 뒤진 상황에서 솔로홈런을 터뜨려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2-2로 맞선 6회에는 역전 결승 2루타까지 때렸다. 한국이 일본을 3-2로 꺾는 과정에서 나온 3득점 중 2점을 이호민의 방망이가 책임졌다.
이 활약은 롯데의 고민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호민은 현재 3루수지만 프로에서는 최종적으로 1루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에는 이미 나승엽이 있고 한동희도 있다. 고승민까지 1루 수비가 가능하다. 이호민을 지명한다면 몇 년 뒤 코너 내야 교통정리가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신인드래프트는 당장 빈 포지션 하나만 메우는 행사가 아니다. 특히 이호민처럼 그해 고교 야수 중 가장 뛰어난 수준의 타격 재능을 가진 선수가 눈앞에 있다면 포지션 중복만으로 지나치는 것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더구나 롯데는 이런 유형의 타자가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팀이다. 공교롭게도 이호민이 롤모델로 꼽은 선수 역시 롯데의 전설적인 우타 거포 이대호(44)다. 나승엽과 한동희가 있어도 드래프트 당일까지 이호민의 이름이 롯데의 전체 4순위 후보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