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64년 만의 결승 진출에 들떴던 일본 남자농구가 마지막 문턱에서 대한민국에 다시 무너졌다. 일본 언론은 한국의 에이스 이현중(26)을 막지 못한 점과 후반전 힘의 차이를 패인으로 짚었다. 경기 직후 일본 중계방송이 선수 인터뷰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채 축구 녹화중계로 넘어가면서 현지 팬들의 불만까지 터져 나왔다.
니콜라이스 마줄스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농구대표팀은 20일 일본 나고야 IG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에서 개최국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반면 1962 자카르타 대회 이후 무려 64년 만에 결승에 오른 일본은 안방에서 사상 첫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금메달을 노렸지만 마지막 상대 한국을 넘지 못했다.
일본으로서는 이번 대회 두 번째 한국전 패배였다. 일본은 조별리그에서도 한국을 만났지만 83-100으로 완패했다. 결승에서 설욕과 동시에 사상 첫 금메달을 노렸으나 결과는 다시 패배였다.
일본 언론들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스포츠 호치'는 "일본 남자농구가 첫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64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지만 한국에 패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숙적 한국에 또다시 패했다"라며 "그래도 64년 만에 결승 무대를 밟아 역대 최고 성적과 같은 은메달을 손에 넣었다. 하치무라 루이와 가와무라 유키 등 A대표팀 선수들이 아닌 차세대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팀이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과 일본의 전력 구성 차이도 강조했다. 스포츠 호치는 일본이 하치무라와 가와무라 등 주축 없이 젊은 선수 위주로 출전한 반면 한국은 이현중을 비롯한 주축 선수들이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마지막에는 한국의 힘을 인정했다. 매체는 일본이 초반 주도권을 내주고도 수비를 앞세워 한때 역전에 성공했고 전반을 28-28로 마쳤지만 "후반 들어 상대 에이스 이현중의 3점슛 등을 허용하며 조금씩 격차가 벌어졌다"라고 평가했다.
'닛칸스포츠' 역시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64년 만에 결승에 오른 일본이 금메달을 놓쳤다. 조별리그에서 패했던 한국에 설욕을 노렸지만 다시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라고 보도했다.
특히 마지막 4쿼터에서 한국 수비를 뚫지 못했다고 짚었다. 닛칸스포츠는 "일본은 추격해야 하는 상황에서 스크린 과정에서 연이어 공격자 반칙을 범했고 호흡이 맞지 않는 패스 실수까지 나왔다. 골밑 공격도 제대로 시도하지 못했다"라며 "한국의 단단한 수비 앞에서 결정적인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경기 종료를 맞았다"라고 전했다.
'데일리스포츠'는 경기 종료 직후 일본 선수들의 모습을 '망연자실'이라고 표현했다. 매체는 "일본 남자농구가 한국과 격전을 벌였지만 패하면서 사상 첫 금메달을 놓쳤다"라며 "64년 만의 결승 진출을 이뤄낸 일본은 세계랭킹 57위 한국을 상대로 다시 무릎을 꿇었다"라고 전했다.
일본이 가장 뼈아프게 바라본 선수는 역시 이현중이었다. 이현중은 이날 27점 18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3점슛 8개 가운데 5개를 림에 꽂았다.
전반에는 일본 수비가 이현중을 5점으로 묶었다. 문제는 후반이었다. 이현중은 3쿼터부터 폭발하며 후반에만 22점을 쓸어 담았다.
데일리스포츠는 "전반에는 이현중을 5점으로 막았지만 후반에만 22점을 허용했다"라고 패인을 짚었다. 3쿼터 이현중의 연속 외곽포로 한국이 주도권을 가져갔고 일본은 끝내 이를 되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64년 동안 기다렸던 금메달 도전은 그렇게 한국에 막혔다. 경기 종료 후 일본 내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논란이 벌어졌다. 대회를 독점 중계하는 일본 TBS가 경기 종료 직후 농구 중계를 사실상 끝내버린 것이다.
'도쿄스포츠'는 "남자농구가 은메달이라는 쾌거를 달성했지만 TBS가 곧바로 축구 녹화중계로 전환해 논란이 일고 있다"라고 전했다. TBS는 경기 종료 후 대회 앰버서더인 니노미야 가즈나리와 이시카와 가스미의 짧은 코멘트를 내보낸 뒤 같은 시간 열렸던 남자축구 일본-키르기스스탄전 녹화중계로 화면을 전환했다.
64년 만에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획득한 일본 농구대표팀 선수들의 경기 후 인터뷰는 제대로 방송되지 않았다.
일본 팬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즉각 불만을 쏟아냈다. 한 팬은 "인터뷰조차 없이 바로 축구 녹화중계가 시작됐다. 정말이냐 TBS"라고 반응했다.
또 다른 팬은 "TBS 최악이다. 경기에 졌다고 해도 은메달이다. 그런데 인터뷰를 잘라버리고 축구로 넘어갔다"라며 분노했다.
"지상파가 농구는 이제 볼일이 끝났다는 듯 바로 축구로 넘어가 웃음이 나왔다"라는 자조적인 반응도 나왔다.
도쿄스포츠 역시 축구 경기가 이미 끝난 뒤 녹화중계였다는 점을 언급하며 "남자농구 일본대표팀의 인터뷰까지 방송해도 되지 않았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64년 만에 찾아온 결승이었다. 홈에서 열린 대회였고 일본 남자농구 역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바라봤다.
마지막 상대는 한국이었다. 조별리그에서 한국에 패했던 일본은 결승에서도 이현중을 끝내 막지 못하면서 다시 고개를 숙였다. 64년 만의 결승은 은메달로 끝났고, 경기 후에는 자국 방송사가 선수 인터뷰마저 생략하면서 일본 팬들의 씁쓸함은 더욱 커졌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