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루리요·버제니오 병용요법 FDA 정식승인…질병 진행·사망 위험 47%↓
아스트라제네카도 ESR1 변이 유방암 병용요법 허가…경구 치료제 경쟁 가세

대사질환 시장 강자 일라이릴리(이하 릴리)가 항암 분야에서도 영토를 넓히고 있다. 자체 개발 유방암 신약 '인루리요'(Inluriyo)와 기존 블록버스터 항암제 '버제니오'(Verzenio) 병용요법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정식승인을 받으면서다. 항암 분야에 강점을 보이는 아스트라제네카(AZ)도 최근 같은 ESR1 변이 유방암에서 경구용 신약과 CDK4/6 억제제를 결합한 병용요법으로 FDA 허가를 받은 만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FDA는 릴리의 경구용 에스트로겐 수용체(ER) 길항제 인루리요(성분명: 임루네스트란트)와 CDK4/6 억제제 버제니오(성분명: 아베마시클립) 병용요법 유방암 치료제를 정식승인했다.
치료 대상은 FDA가 허가한 검사로 ESR1 변이가 확인된 ER 양성·HER2 음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성인 환자 가운데 한 차례 이상의 내분비치료 이후 질환이 진행된 환자다.
ESR1 변이는 아로마타제 억제제(AI) 치료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내성 변이다. 인루리요는 경구용 ER 길항제, 버제니오는 암세포 분열에 관여하는 CDK4와 CDK6를 억제하는 치료제다. 이번 승인으로 기존 내분비 기반 치료 이후 질환이 진행한 ESR1 변이 환자에게 새로운 경구 병용 치료 선택지가 추가됐다.
승인 근거가 된 임상 3상(EMBER-3)에서는 ESR1 변이 전이성 유방암 환자 159명을 분석했다. 인루리요·버제니오 병용군의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11.1개월로 인루리요 단독군의 5.5개월보다 길었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병용군에서 47% 낮았다.
버제니오는 릴리의 대표 항암제 중 하나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57억2300만달러(약 7조9550억원)로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인루리요는 지난해 9월 25일 ESR1 변이 ER 양성·HER2 음성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에서 한 차례 이상의 내분비치료 이후 질환이 진행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단독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이번 버제니오와 병용요법 허가는 기존 블록버스터 항암제와 자체 개발 신약을 결합한 치료 선택지 확대라는 의미가 있다.
이는 대사질환에 치우친 릴리의 제품군 다변화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릴리의 최근 매출 성장은 대사질환 치료제가 이끌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651억7900만달러(약 90조1600억원)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 매출은 229억6500만달러(약 31조7700억원),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는 135억4200만달러(약 18조7300억원)다.
두 제품의 합산 매출은 365억달러(약 50조5000억원)를 넘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두 제품은 모두 터제파타이드 성분으로, 국내에서는 적응증에 따라 제품명을 구분하지 않고 마운자로라는 이름으로 허가됐다.
독자들의 PICK!
인루리요가 추가 개발도 진행 중이다. 릴리는 ER 양성·HER2 음성 초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보조요법 효과를 평가하는 인루리요 임상 3상(EMBER-4)을 진행 중이다. 30개국 이상 650개 이상 기관에서 8000명 이상의 환자가 등록됐으며 초기 결과는 2027년 나올 예정이다.
AZ도 이달 ESR1 변이 유방암 치료제의 FDA 허가를 확보했다. FDA는 지난 4일 AZ의 경구용 ER 길항제 '에트카마'(Etcamah·성분명: 카미제스트란트)와 CDK4/6 억제제 병용요법을 ESR1 변이 HR 양성·HER2 음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로 가속승인했다. 에트카마는 최근 국내 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AZ의 병용요법은 AI와 CDK4/6 억제제로 치료받는 과정에서 FDA가 허가한 검사로 ESR1 변이가 확인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영상학적 질환 진행 전 AI를 에트카마로 변경하고 CDK4/6 억제제 치료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임상 3상(SERENA-6)에서 에트카마 병용군의 PFS 중앙값은 16.0개월, 기존 AI 병용 치료 유지군은 9.2개월이었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56% 낮았다.
AZ와 릴리의 병용요법은 같은 ESR1 변이 유방암을 대상으로 하지만 환자군과 치료 시점, 임상 설계에서 차이가 있다. 릴리의 인루리요·버제니오 병용요법은 한 차례 이상의 내분비치료 이후 질환이 진행된 ESR1 변이 환자가 대상이다. AZ가 질환 진행 전 ESR1 변이를 확인해 치료제를 전환하는 방식으로 가속승인을 받은 것과 달리 릴리는 질환 진행 이후 사용하는 병용요법으로 정식승인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릴리의 이번 병용 요법 승인은 치료제 전환에 있어 추가 검사를 시행할 필요가 없고, 새로운 치료제에 노출되는 데 따른 부작용이나 환자의 검사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항암 포트폴리오에서 강점을 보이는 AZ가 ESR1 변이 유방암 분야에서 먼저 신규 옵션을 제시한 가운데 릴리가 환자에게 또 다른 선택지를 제공하며 경쟁에 가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