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아시아 농구 정상에 올랐던 대한민국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의 계보에서 2002 부산 아시안게임(김진호), 2014 인천 아시안게임(유재학호), 그리고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마줄스호)은 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21세기 최강의 팀들로 끊임없이 회자된다.
2002년 부산 대회는 229cm의 거인 야오밍이 버틴 아시아 최강 중국을 상대로 20년 만에 기적 같은 금메달을 일궈냈고, 2014년 인천 대회는 하메드 하다디가 이끄는 아시아선수권 챔피언 이란을 꺾고 12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이어 2026년 아이치·나고야 대회에서는 20대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내세운 파격적인 세대교체 속에서 6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농구의 새로운 황금기를 열었다.
각기 다른 시대적 배경과 전술적 색채를 지닌 21세기 대표팀 세 팀이 전성기 전력으로 맞붙는다면 과연 어느 팀이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AI)에 당시 선수단의 공식 엔트리와 대회 활약 데이터를 입력해 세 팀의 객관적 전력과 가상 맞대결 승패 양상, 그리고 예상 스코어를 물어봤다.
AI는 2002 김진호에 대해 "전성기 서장훈(207cm)과 신인 김주성(205cm), 전희철(198cm), 현주엽(195cm)으로 이어지는 21세기 최강의 프런트코트를 자랑한다"고 평했다. 229cm의 야오밍과 정면 승부를 벌여 결승전 21득점을 올린 김주성과 고비마다 외곽포를 가동한 서장훈의 골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여기에 이상민, 김승현, 신기성이 이끄는 트랜지션과 패싱 센스, 문경은과 방성윤, 조상현의 폭발적인 외곽 화력이 더해져 내외곽 밸런스에서 압도적인 파괴력을 갖췄다. 다만 AI는 현대적인 스위치 디펜스나 조직적 압박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기량 의존도가 다소 높다는 점을 변수로 꼽았다.
2014 유재학호에 대해 AI는 "역대 최고 수준의 수비 조직력과 전술적 완성도를 지닌 팀"이라고 분석했다. 양동근, 양희종, 박찬희로 이어지는 앞선과 윙 라인의 강한 압박 수비는 상대의 볼 흐름을 완벽히 차단한다. 특히 대회 1옵션으로 필리핀전 38점을 폭발시키고 결승 이란전에서도 19점을 올린 문태종이라는 확실한 클러치 해결사가 존재한다. 김선형의 기동력과 조성민의 슛, 김주성·오세근·김종규·이종현으로 구성된 빅맨진은 높이와 기동력을 동시에 제공한다. 다만 정통 빅맨의 절대적인 힘과 체급 싸움에서는 2002년 팀의 골밑 파워에 다소 밀릴 수 있다고 짚었다.
2026 마줄스호에 대해 AI는 "가장 현대적인 농구 트렌드를 구현한 스쿼드"라고 진단했다. 이현중(202cm)과 여준석(202.5cm)을 축으로 한 장신 스윙맨 라인의 사이즈와 슈팅력, 유기상의 고감도 3점포, 변준형과 이정현의 저돌적인 돌파력이 강점이다. 에디 다니엘과 문유현 등 20대 초반 영건들이 불어넣는 빠른 공수 전환 속도와 활동량은 앞선 세대들을 압도한다. 그러나 AI는 이승현과 장재석이 지키는 골밑은 높이와 파워 면에서 서장훈-김주성이나 김주성-오세근 라인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며, 승부처 경험과 노련미에서 열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 팀 간 가상 맞대결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AI는 21세기 최강 전력 구도로 2002 김진호가 우위를 점하는 가운데 2014 유재학호가 근소한 차이로 뒤를 잇고, 2026 마줄스호가 3위를 형성한다고 도출했다.
AI 가상 맞대결 시뮬레이션 결과 2002년 팀과 2014년 팀의 맞대결에서는 2002 김진호가 86-83으로 3점 차 신승을 거둘 것으로 예측됐다. 경기 내내 한두 골 차 접전이 이어진 가운데, 2002년 팀이 골밑의 우위를 앞세워 리바운드 싸움(41-35)에서 앞섰다. 유재학호는 양동근과 양희종의 강력한 트랩 수비로 2002년 팀의 실책 14개를 유도하며 4쿼터 중반 78-77로 역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승부처에서 서장훈의 포스트업 득점과 문경은의 코너 3점포가 터졌고, 종료 직전 문태종의 동점 3점 시도가 림을 빗나가면서 2002년 팀이 승리를 챙겼다.
2014년 팀과 2026년 팀의 맞대결에서는 2014 유재학호가 89-81로 8점 차 완승을 거뒀다. 마줄스호는 이현중과 유기상의 외곽슛을 앞세워 3쿼터 초반까지 52-50으로 팽팽히 맞섰다. 하지만 후반 들어 유재학호의 풀코트 프레스와 하프코트 트랩에 마줄스호 가드진의 실책이 늘어나며 분위기가 급격히 쏠렸다. 4쿼터 문태종의 연속 7득점과 김종규의 속공 덩크로 격차를 벌린 유재학호가 승기를 굳혔다. 마줄스호는 3점슛 성공률 41.2%로 분전했으나 16개의 실책과 잦은 파울 허용이 발목을 잡았다.
2002년 팀과 2026년 팀의 맞대결에서는 난타전 끝에 2002 김진호가 94-85로 9점 차 승리를 따냈다. 마줄스호는 이현중의 외곽포와 변준형, 여준석의 과감한 림 어택으로 1쿼터 26-24 리드를 잡는 등 화력 맞불을 놨다. 그러나 2002년 팀은 김승현과 이상민의 빠른 속공 전개에 서장훈과 김주성이 페인트존에서만 42점을 합작하며 높이의 우위를 입증했다. 페인트존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마줄스호가 4쿼터 리바운드 싸움에서 밀리며 승부가 갈렸다.
대회 금메달 획득 난이도에 대한 AI의 평가 역시 전력 우열과 궤를 같이했다. 2002년 부산 대회는 NBA 1순위 야오밍이 버틴 20년간 넘지 못했던 중국의 만리장성을 결승 4쿼터 종료 2분 40초 전 13점 차를 뒤집는 기적으로 무너뜨려 가장 극악의 난이도로 평가됐다. 2014년 인천 대회 또한 아시아 최강 이란의 높이를 상대로 4강과 결승에서 벼랑 끝 접전을 이겨내야 했던 최상급 난이도였다. 반면 2026년 아이치·나고야 대회는 상대국 일본이 2진급 로스터를 파견하는 등 전반적인 경쟁국의 체급이 과거에 미치지 못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전승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던 대회로 AI는 분석했다.
AI의 가상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해 현장 전문가의 시각은 사뭇 달랐다. 맹봉주 SPOTV 농구 해설위원은 스타뉴스를 통해 "단순히 선수들의 이름값이나 순수 개인 역량, 능력치만 놓고 본다면 AI 분석대로 2002년, 2014년 팀이 지금의 대표팀보다 더 강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실제 세 팀이 맞붙는 실전 승부라면 현대 농구의 전술적 진화를 장착한 2026 대표팀이 오히려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맹 위원은 "지난 10~20년 사이 농구는 전술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며 "과거와 달리 현대 농구는 템포 푸시, 얼리 오펜스, 적극적인 외곽 슛과 더불어 공수 양면에서 강한 압박과 높은 에너지 레벨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줄스호는 특정 스타플레이어에게 의존하기보다 정교한 시스템 안에서 벤치 로테이션을 폭넓게 가동하며 경기 내내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현대 농구 트렌드에 가장 최적화된 팀"이라며 "정석적인 세트 오펜스와 포인트가드 중심의 과거 농구 스타일로는 2026 대표팀이 뿜어내는 공수 템포와 압박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맹 위원은 "이현중과 이정현 같은 핵심 선수들은 어느 시대로 가더라도 당대 최고 수준에 들어갈 수 있는 탑클래스 자원들"이라며 "과거 팀들이 지닌 체급과 노련미가 뛰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전술과 시스템의 차이로 인해 실전에서는 과거 대표팀들이 2026년 팀을 상대로 쉽게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거나 밀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