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55)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천신만고 끝에 아시안게임(AG) 5연패라는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한국 야구는 냉정한 현실도 마주해야 했다.
류지현(55)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을 3-1로 꺾었다.
2010 광저우를 시작으로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3년 열린 2022 항저우 대회에 이어 무려 5회 연속 정상이다. 아시안게임 통산 7번째 금메달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대표팀에 포함된 미필 선수 16명은 병역 혜택까지 받게 됐다.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한국은 슈퍼라운드에서 일본에 0-5로 완패해 벼랑 끝까지 몰렸으나, 중국을 9-2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이틀 만에 다시 만난 일본을 상대로는 곽빈(27·두산 베어스)이 6⅓이닝 1실점으로 버텼고, 1-1로 맞선 8회 김도영(23·KIA 타이거즈)과 문보경(26·LG 트윈스)이 적시타를 터뜨리며 기어이 설욕했다.
류 감독도 우승 직후 "메이저 대회, 아시안게임 같은 단기전의 금메달은 쉽게 찾아오는 게 아니다. 정신적인 압박감을 이겨내면서 금메달을 따냈다는 부분을 칭찬하고 싶다"며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 박수는 충분히 받아 마땅하다. 다만 이제는 금메달 뒤에 남은 장면들도 함께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이번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국제대회 경험을 주기 위해 자체적으로 만 25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4년 차 이하를 원칙으로 정했다. 생일과 관계없이 2001년생까지 해당했고, 곽빈과 노시환(26·한화 이글스), 문보경 등 만 29세 이하 와일드카드 3명을 더했다. 최정예 성인 대표팀과 분명 차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24명 전원이 KBO 리그 소속 프로 선수였다. 해외파도 아마추어 선수도 한 명 없었다. 이번 대회의 주요 경쟁국과 출발부터 달랐다. 일본은 24명 전원을 NPB 선수가 아닌 기업 소속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구성했다. JR, 토요타자동차, ENEOS, 일본제철, JFE 등에서 뛰는 선수들을 따로 선발한 '사무라이 재팬 사회인 대표'였다.
대만 역시 프로 선수와 실업 선수들을 섞어 대표팀을 구성했다. KBO 리그에서 뛰는 왕옌청(25·한화 이글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마이너리그의 린위민(2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 해외파와 대만프로야구(CPBL) 선수들이 있었지만, 대만전력, 합작금고 등 실업팀 선수들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한국이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상대한 선발 린이웨이(20·대만합작금고) 역시 프로 경력이 없는 실업 야구 투수였다.
물론 일본 사회인야구를 한국의 일반적인 직장인 동호회 야구와 같은 수준으로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과거 실업 야구로 일본 기업팀에서 전문적으로 훈련하고 전국대회를 치르는 엘리트 선수들이며, 이들 중 상위 선수들은 NPB에 지명되기도 한다.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슈퍼라운드에서는 일본 선발 히구치 신(24·오지)에게 7이닝 동안 4안타에 그치며 2루조차 밟지 못하고 0-5로 졌다. 결승에서도 이틀 만에 다시 등판한 히구치를 상대로 6회까지 한 점밖에 뽑지 못했다.
더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숫자는 따로 있다. 한국은 프로 선수들이 맞붙는 국제대회에서 일본을 상대로 2015년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 준결승 4-3 승리 이후 지난 3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무려 11연패(1무 포함)를 당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을 꺾었다고 그 격차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시안게임 5연패는 한국 야구가 지켜낸 소중한 결과다. 젊은 선수들은 금메달이 걸린 단기전의 압박을 경험했고, 한 번 완패했던 일본을 결승에서 다시 만나 이겨내는 과정도 겪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금메달에 만족하는 일이 아니다. 사회인 대표와 프로·실업 혼합 대표가 출전한 대회에서 얻은 금메달과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WBC와 프리미어12에서 확인한 경쟁력은 별개의 문제다. 5연패의 기쁨은 충분히 누리되, 11연패라는 또 다른 한일전의 숫자도 함께 바라봐야 한다.
이번 대회의 끝이 금메달이었어도 한국 야구가 풀어야 할 숙제까지 끝났다는 뜻은 아닌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