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서정환 기자] 일본은 왜 자국에서 개최한 아시안게임에 2군을 내보냈을까.
니콜라이스 마줄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0일 일본 나고야 IG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에서 일본을 65-57로 제압했다. 한국은 2014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승의 주역은 단연 이현중이었다. 이현중은 27점, 18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일본의 골밑과 외곽을 동시에 무너뜨렸다. 장기인 3점슛 8개를 던져 5개를 성공시켰다. 포워드로서 공격리바운드에 적극 가담해 일본 골밑을 파괴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은 이번 금메달로 무려 8명의 선수가 병역면제 혜택을 받게 됐다. 소속팀과 선수개인에게 매우 큰 영광이자 혜택이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해 기량발전을 게을리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NBA에 도전하는 이현중처럼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
비록 은메달에 그쳤지만 일본은 벌써부터 한국전 패인을 분석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일본남녀농구는 2군을 파견해 모두 한국에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유망주들로 구성됐지만 한국을 턱밑까지 위협할 실력이었다. 일본은 자국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왜 최정예를 파견하지 않는 것일까.
일본은 아시안게임의 메달색에 연연하지 않는다. 금메달보다 어떤 경험을 쌓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래야 최종목표인 올림픽과 농구월드컵에서 세계적인 팀을 상대로 선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을 유망주들의 경험치 축적무대로 삼고 있다.
일본은 이현중이 잘싸워서 일본남자농구가 은메달을 딴 것에 대해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일본프로농구에서 나름 유망주들을 뽑아서 갔지만 큰 시련을 맞았다. 이 아픈 경험을 통해 젊은 선수들이 더 성장하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토 타쿠마 나가사키 벨카 단장은 28일 인천공항에 깜짝 나타났다. 이현중에게 지난 시즌 챔피언 반지를 직접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마지막까지 이현중의 NBA 도전을 응원했던 나가사키다. 구단은 올 시즌 아시아쿼터 없이 시즌을 개막할 정도로 이현중을 끝까지 기다렸다.
무서운 점은 이토 타쿠마 단장이 일본농구협회 대표팀 강화위원장도 동시에 맡고 있다는 점이다. 이현중의 실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적으로서 이현중을 어떻게 깨야 할지 동시에 분석도 하고 있다.
일본농구협회는 29일 아시안게임을 분석하는 미팅을 가졌다. 한국에게 왜 졌는지 알아야 다음에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토 강화위원장은 일본의 유망주들이 이현중을 막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 자체가 은메달보다 값진 큰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토는 “이현중을 막으려고 해도 당해버리는 경험이 무엇보다 크다. 영상을 보거나 제3자를 통해 이야기를 듣는 것과 실제 코트에서 상대 선수와 맞붙어 그 압박감을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이토는 특히 이현중이 후반 승부처에서 공격리바운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고, 직접 공을 몰고 나가 외곽슛까지 성공시키는 모습을 높이 샀다. 피지컬과 슈팅능력을 모두 갖춘 이현중은 아시아레벨에서는 최상위권 선수다.
이토 위원장은 “금메달이 걸린 극한의 압박 속에서 이현중이 어떻게 팀을 승리하는 흐름으로 이끌었는지를 직접 경험했다. 일본 선수들이 (이현중에게) 힘으로 제압당한 경험이 앞으로 (이현중을) 따라잡고 추월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이현중의 실력에 감탄하면서도 속으로는 이현중을 이길 생각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금메달은 물론 축하할 일이다. 많은 선수들이 병역면제 혜택을 받게 됐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면 더 이상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아시아라는 우물안에서 만족하지 말아야 한다.
이현중은 금메달을 딴 뒤 “지금이 한국농구의 전성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 나는 월드컵도 나가고 싶고 올림픽도 뛰고 싶다”고 야망을 전했다.
이현중 뿐만 아니라 이제 국가대표 동료들도 일본처럼 아시안게임이 아닌 월드컵과 올림픽을 바라봐야 한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