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 결승에서 일본을 3-1로 꺾고 5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4년 히로시마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아시안게임 야구는 아홉 차례 열렸다. 한국이 일곱 번 우승했고, 일본과 대만이 한 번씩 정상에 섰다.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압박을 이겨내고 거둔 성과인 만큼 우승의 순간은 마음껏 축하받아야 한다.
하지만 팬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일본은 프로가 아닌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고, 대만도 해외 프로 선수들의 합류가 제한돼 전력을 온전히 갖추지 못했다. 반면 한국은 KBO리그 핵심 선수들을 차출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슈퍼라운드에서 일본에 0-5로 졌고, 결승에서도 일본과 7회까지 1-1로 맞서다 8회에야 승부를 뒤집었다. 대표팀 전력의 차이와 병역 혜택을 함께 놓고 대회가 공정했는지 묻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젊은 팬층을 중심으로 경기력에 비해 병역 특례의 문턱이 낮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진다.
필자는 여기에 또 하나의 공정성 문제를 더하고 싶다.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규정에 따라 FA 등록 일수를 인정받고, 병역 의무가 남은 선수들은 병역 혜택도 얻는다. 반면 소속 선수를 대표팀에 보낸 구단은 차출에 따른 손실을 감수한 채 속앓이를 한다. 선수의 연봉은 계속 부담하면서, 대회에서 다치지 않고 돌아오기만을 바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2023년 항저우 대회 때처럼 정규시즌을 멈추지 않고 진행됐다. 순위와 포스트시즌 진출이 걸린 시기에 각 구단은 주전급 선수 1~3명을 약 2주간 대표팀에 보냈다. 이번 대표팀 24명의 연봉 총액은 54억 2900만원이다. 연봉 산정 기준을 300일로 가정해 차출 기간 14일분을 단순 환산하면 약 2억 5335만원이다. 이를 10개 구단에 똑같이 나누면 구단당 평균 약 2534만원을 부담한 셈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선수 차출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따르는 것이다.
여기에 이번 대회에서 소속 구단이 가슴을 쓸어내렸을 장면들이 있었다. 두산 베어스 에이스 곽빈은 결승에서 일본을 상대로 6⅓이닝 동안 111구를 던져 1실점으로 버텼다. 금메달의 발판을 놓은 역투였다. 그러나 111구는 올 시즌 곽빈의 KBO리그 한 경기 최다 투구 수인 113구에 가까운 수치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치른 경기이기도 했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으로서는 금메달이 걸린 결승에서 가장 믿을 만한 투수에게 공을 맡겼을 것이다. 다만 같은 장면을 지켜본 두산 구단의 마음은 편치 않았을 것이다.
SSG 랜더스 마무리 투수 조병현도 비슷하다. SSG는 6월 18일 이후 그에게 한 이닝을 넘겨 맡기는 일을 자제하며 관리해 왔다. 그러나 조병현은 조별리그 대만전에서 2이닝을 던졌고, 결승에서는 7회에 등판해 8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두 이닝에 걸쳐 아웃카운트 세 개를 잡아 공식 기록상으로는 1이닝이지만, 조병현은 지난해와 올해 KBO리그에서 한 경기 2이닝을 소화한 적은 없었다. 대표팀 경기는 매번 단기전이고, 접전에서 믿을 만한 투수를 더 쓰고 싶은 유혹도 크다. 하지만 구단에는 선수가 돌아온 뒤에도 치러야 할 시즌이 남아 있다. 대표팀의 하루와 구단의 남은 시즌은 같은 선수의 어깨에 걸려 있다.
이와 달리 한화 이글스 소속으로 대만 대표팀에 합류한 왕옌청의 경우 선수 기용 기준을 한화 구단과 대만 대표팀이 사전에 협의했다. 탕덩카이 대만 감독은 조별리그 한국전을 앞두고 한화가 왕옌청의 등판 조건을 대만 측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대만 현지 언론 역시 왕옌청이 한국전 선발로 나서지 않은 배경으로 한화 구단과의 투구 수 및 선수 보호 협의를 거론했다. 이 사례에서 주목할 대목은 KBO 구단이 외국 대표팀과 소속 선수의 기용 조건을 사전에 협의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국 대표팀에 선수를 보낼 때도 소속 구단이 비슷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국가대표 선수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상은 이미 마련돼 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두산 베어스 내야수 김동주가 어깨를 다친 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대회 중 부상으로 정규시즌에 결장한 선수에게 FA 등록 일수 일부를 보상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김동주에게도 이를 소급 적용해 부상으로 등록하지 못한 124일 가운데 절반인 62일을 인정했다. 국가대표로 뛰다 다친 선수가 FA 자격 취득에서 불이익을 덜 받도록 한 조치였다. 이후 국제대회 출전에 따른 FA 등록 일수 보상도 이어져 선수들의 자격 취득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국제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을 위한 보상은 상당 부분 제도화된 셈이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도 연봉과 정규시즌 전력 손실, 부상 위험을 모두 부담하는 구단의 처지를 고려한 제도적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KBO리그가 3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돌파하고 선수들의 몸값도 크게 오른 만큼, 국가대표 차출을 구단의 당연한 의무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물론 구단이 선수마다 별도 조건을 내걸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하면 대표팀 운영이 흔들릴 수 있다. 필요한 것은 KBO와 구단, 대표팀이 함께 만드는 공통 기준이다. 정규시즌 중 열리는 대회라면 더더욱 선발 투수의 투구 수와 최소 휴식일, 불펜 투수의 연투·멀티 이닝 기준을 사전에 합의할 필요가 있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들은 분명히 존중받아야 한다. 동시에 선수를 키우고 연봉을 지급하며 긴 시즌을 함께 치르는 프로 구단의 부담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애국심만으로 구단의 비용과 위험을 당연시할 시대는 지났다. KBO리그가 '진정한' 프로 리그라면 더욱 그렇다.